바다와 연결된 덴마크
글 : 헬렌 러셀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은 예로부터 바다와 얽혀 있는 생활 방식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덴마크에서는 어느 곳을 가든 해안가가 50km 이내에 있다. 덴마크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틀란트반도를 제외하고 모든 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해안선의 길이는 8750km에 달한다.“이는 배가 주요 이동수단이었던 바이킹에게 최적의 환경이었죠. 육지가 사람들을 갈라놓았다면 물은 사람들을 이어줬습니다.” 로스킬레에 있는 바이킹박물관의 학예사 리케 요한센은 말한다.
406개의 섬으로 이뤄진 덴마크가 농업 국가로 거듭나기 훨씬 전부터 낚시는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덴마크 사람들 대부분에게 바다는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 됐다고 요한센은 설명한다. “바다는 우리 곁에 항상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소중함을 잊을 때도 있죠. 하지만 다수의 덴마크인에게 집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상이죠.” 그녀는 말한다.
빙하기에 형성된 빙하와 빙하의 물줄기에 의해 침식돼 생긴 덴마크는 전역이 저지대다.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70m밖에 되지 않는 덴마크는 홍수와 폭풍에 특히 취약하다. 2100년까지 해수면이 약 1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고학자들은 해안가에 있는 유적지들이 물에 잠길 것을 우려한다.
2019년에는 120년 전 바다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지어진 루비에르 크누데 등대의 위치를 내륙 쪽으로 옮겨야 했다. 해안선이 침식돼 바다와의 거리가 불과 6m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저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180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제방을 설치했으며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도록 그 위에는 잔디를 심었다. 가속화되고 있는 해안 침식으로 해안선이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정된 연안 지역에서 모래를가져와 해안 전면부와 해안가 사구의 규모를 유지 및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서해안 일부는 해안선이 해마다 8m씩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몰아치는 유틀란트반도 서해안에 있는 클리트묄레르는 2m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와 서핑 문화 때문에 ‘추운 하와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바다를 공포와 존중의 대상으로 여겨왔어요.” 이곳에 거주하는 현지인이자 ‘스탠드 업 패들 서핑’ 세계 대회의 우승자인 카스페르 스테인파트는 말한다. 그는 바닷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밧줄을 허리에 묶은 뒤 이를 부두와 견고한 물체에 연결해 수영하는 전통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서해안 지방에는 ‘우리는 바람을맞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어요. 하지만 바람은 우리를 더 강인하게 만들어주죠.” 그는 말한다.
유틀란트반도 최북단에 있는 스카겐은 발트해와 북해가 만나는 지점으로 물이 얕은 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두 곳의 바닷물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때 덴마크의 어촌이었던 스카겐은 오늘날에는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사구와 독특한 색감의 하늘로 유명하다. 이곳의 하늘에 나타나는 빛은 19세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은 스카겐 화가들부터 현대 예술가 닐스 포프렌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내가 사는 덴마크의 동해안은 더 후미진 곳이다. 이곳은작은 만과 피오르들 덕분에 물결이 잔잔해 ‘스탠드 업 패들 보드’ 같은 더 정적인 활동을 즐기기에 좋다. 부드러운 백사장이 늘어선 해변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즉 나체로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최근에 나는 부두에서 수영을 즐긴 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중 나체로 서 있는 80대 남성과 마주치기도 했다.
밤 11시가 돼도 어두워지지 않는 여름이 되면 많은 덴마크인들이 퇴근 후 요트 또는 카약을 타거나 낚시를 하거나 윈드서핑을 즐기기 위해 해변을 찾는다. “지루할 틈이 없죠. 휴대전화와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기면 됩니다.” 로스킬레에 거주하는 목조 선박 건조자 쇠렌 닐센은 말한다.
스테인파트에 따르면 ‘해변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덴마크가 지속적으로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선정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 가까운 해변이 1300곳에 달하고 인구가 5800만 명에 불과한 덴마크에서는 해변 전체를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흔하다. 야영객을 위해 숙소와 땔감 더미를 제공하는 마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홍합이 많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1년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홍합을 따 먹을 수 있다.
“북유럽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곳에서 바이킹의 후예로 살다보면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해안가는 바다와 땅이 영원한 싸움을 이어가는 곳입니다. 이런 자연의 힘은 내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겸손을 가르쳐줍니다. 자연의 힘 덕분에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죠.” 스테인파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