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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마을에 부는 황금 열풍

글 : 바버라 프레이저, 힐더가드 윌러 사진 : 세드릭 헤르베헤

페루 안데스산맥 지역에서는 생계가 절박한 사람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과 독성 물질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금을 캐기 위해 나선다.


페루 안데스산맥의 해발 5100m 지점에 위치한 라린코나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다. 이 을씨년스러운 마을의 생존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자원의 시세에 달려 있다. 그 자원은 바로 금이다.

라린코나다는 한때 눈 덮인 아나네아산의 그늘 아래에 있던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난 20년 사이 이 귀한 원소의 가격이 다섯 배 넘게 뛰면서 영세한 금광 입구 주위로 금속 골판지로 만든 판잣집들이 걷잡을 수 없이 들어서고 호수는 쓰레기로 뒤덮이게 됐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산소까지 부족한 이곳 해발 5100m지점에서는 현지인들조차 숨을 헐떡인다. 냄새도 고약하다. 약 3만~5만 명의 뜨내기들이 모여 사는 데다 쓰레기 수거 체계나 하수도도 없기 때문이다.

아나네아산 깊숙한 곳에 미로처럼 얽혀 있는 금광들에서는 걸핏하면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시비 끝에 사람이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광부들은 금을 팔고 오는 길에 강도를 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돼 시신이 갱도에 버려졌다. 피살자 중에는 인신매매범에게 끌려온 여자나 여자아이들도 있다. 인신매매범들은 페루와 볼리비아의 대도시에서 이들을 유인해 신분증을 압수한 뒤 라린코나다에 있는 음침한 술집과 사창가에 팔아 넘긴다.

작은 회사 몇 곳이 아나네아산에 대한 채굴권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한 회사는 조합원이 450명쯤 되는 협동조합에 일부 채굴권을 넘겨줬다.

이와 같은 계약에 의해 운영되는 광산은 대부분 공인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즉 이런 광산의 노동, 안전 및 작업 환경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업체가 강화된 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만 하면 광산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라린코나다의 작업 환경은 일꾼들의 건강을 해치고 안데스산맥 지역의 경관을 망치고 있지만 미국, 스위스 등 각국의 구매자와 제련업체는 여전히 라린코나다에서 생산된 금을 구입하고 가공해 금괴나 화려한 장신구로 만들고 있다. 강화된 기준을 잘 지키는 광산에서 나온 금에 대해 값을 더 쳐주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라린코나다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페루 출신의 인류학자 빅토르 위고 파차스는 페루를 비롯한 여러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규제의 손길을 벗어난 금광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라린코나다의 현대판 골드러시가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을 놓치지 않는다.

“라린코나다에서 성행하고 있는 영세 채굴업은 안데스산맥에서 늘 부업으로 존재해왔습니다. 농부나 목장주들이 이따금 광산에 가서 부수입을 얻었죠.” 파차스에 따르면 라린코나다가 속한 페루의 푸노 지방에서는 적어도 19세기 초부터 이런 관행이 있었다.

광부들은 금이 바닥나고 있다고 늘 볼멘소리를 하지만 파차스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 금이 있습니다. 금이 줄어들 때가 오면 예전처럼 광업은 다시 농부들의 부업이 되겠죠.”
 
라린코나다 주민의 대다수는 수도 시설과 혹한을 막아줄 난방장치도 없이 금속 골판지로 만든 판잣집에서 살고 있다. 금값이 뛰면서 지난 수십 년간 마을이 눈에 띄게 커졌지만 이곳에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가 부족하다.
공인되지 않은 광산을 운영하는 하청업자들은 라린코나다 외곽에 살면서 일상적인 운영은 믿을 만한 십장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십장은 다이너마이트나 공기 드릴에 불과한 도구로 금을 캐는 일꾼들을 관리한다. 소규모 가공 공장에서는 광석을 부수고 수은이나 시안화물과 섞어 금을 추출한다. 그러면 중개인들이 줄줄이 몰려와 금을 사고팔며 어떤 경우에는 해외로 수출하기도 한다.

노동협약은 대개 구두로 이뤄지며 십장은 작업할 금맥의 규모에 따라 일주일이나 여러 달 단위로 일할 일꾼을 고용한다. 일꾼들은 숙식을 제공받기도 하지만 수당이나 임금을 받지는 못한다. 대신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은 광산에서 찾은 금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제도를 ‘카초레오’라고 한다. 금을 찾지 못하면 그들은 아무 대가도 없이 일을 한 셈이 된다.

광부들은 이 제도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정작 제도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하청업자는 더 싸게 일꾼을 부릴 수 있고 일꾼들도 일할 만큼 했다고 판단하면 그만두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큰 횡재를 꿈구며 광산에 머문다.

페루계 볼리비아인인 인류학자 마리아 에우제니아 로블레스 멘고아는 광부들에게 행운은 꿈이나 더 은밀한 방법으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2016년 로블레스가 라린코나다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녀는 여성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마을에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광부들은 심지어 아나네아산도 여성으로 간주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광부들은 아나네아산을 ‘아위차’라고 부르는데 이는 케추아말로 할머니라는 뜻이다.

전설에 따르면 광부가 운이 좋으면 꿈속에 여자 신령인 ‘라그린가’가 나타나 그를 노다지 광맥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라그린가는 질투가 심해 다른 여성이 광산에 들어가면 금을 내놓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믿는다. 지금까지도 언감생심 산에 들어가는 여성은 거의 없다.

술을 많이 마시고 젊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광부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는 불쾌감을 주는 속설도 있다. 라린코나다에서는 약 2000명의 젊은 여성이 술을 파는 동시에 매춘도 이뤄지는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미성년자들이다.

팔라케라가 처한 사정도 가혹하기는 마찬가지다. 팔라케라는 광산 입구 밖에 버려진 바위 더미를 뒤져 금이 들어 있는 돌덩어리를 채집하는 여성들인데 이들은 광부의 아내나 미혼모, 과부들인 경우가 많다. 팔라케라는 잔해를 치우면서 하청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곳의 일꾼들 중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집단에 속한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버려진 돌더미에서 금을 찾다가 암석 분진과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금을 추출할 때 다량의 광석은 시안화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팔라케라나 광부들이 카초레오 날에 채집하는 소량의 광석은 대개 으깬 다음 수은을 첨가한다. 금이 수은과 한데 뭉치면 아말감 덩어리가 되는데 이 작업을 할 때는 원통형 회전기구나 커다란 바위가 달린 ‘큄발레테’라는 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광부나 팔라케라가 아말감 덩어리를 구매자에게 가져가면 구매자는 용접용 화염램프로 수은을 증발시켜 금만 빼낸다.

수은 포집기를 쓰는 금방도 있지만 가게 주인과 광부들은 여전히 독한 수은 증기에 노출된다. 또한 수은 증기는 라린코나다 위에 있는 빙하 주위를 떠다니다 응결돼 식수원을 오염시킨다. 전 세계 대기에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은 증기 중 가장 많은 양이 이런 방식으로 금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한 여성이 ‘큄발레테’라고 불리는 돌 위에서 몸을 흔들고 있다. 그날 자신이 돌무더기를 뒤져 찾은 금이 함유된 광석을 으깨기 위해서다. 몇 시간 후 그녀가 으깬 돌가루에 수은을 섞으면 수은이 금과 결합해 아말감이 된다. 아말감에 열을 가하면 수은은 증발하고 금만 남는다.
이처럼 라린코나다를 비롯해 페루 곳곳에 있는 공인되지 않은 광산에서 캐낸 금이 결혼 반지나 시계로 제작되면 금이 생산됐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흔적은 남지 않는다.

일부 금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판매되지만 서류 작업과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암시장에 금을 내다파는 광부도 있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금의 대부분은 해외에 있는 금 제련소로 수출되는데 그중 3분의 1가량이 스위스로 수출된다. 스위스는 자그마치 전 세계 금의 70%를 제련한다.

한때 돈벌이가 시원찮았던 페루의 금 중개업자들은 금값이 뛰자 수출업자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와 인권 단체들의 압력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몇 차례 터지자 공급망을 정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중에는 페루 세관원들이 스위스로 향하던 금 90kg을 압수한 사건과 미국의 제련소 직원들이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 사건 등이 있다.

공급망을 정화하려면 광산업체들이 규정을 준수하고 구매자가 금 광산의 위치를 추적해 그곳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0년 전 1그램당 10달러도 안되던 금값이 올봄에는 1그램당 55달러를 돌파하면서 페루에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광산의 수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공급망을 정화하는 일이 한층 어려워졌다. 대규모 기업형 광산에 맞춰 만들어진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영세업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정식으로 당국의 감독도 거의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년 동안 페루 정부는 업자들이 행정,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정식화’라고 부르는 이 과정을 정착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공인되지 않은 업체 중 정부에 등록된 업체는 6만 개가 넘는데 이 중 약 1600개 업체만 이 과정을 마쳤다. 이를 통해 이 업체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필요한 허가를 취득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등 의무 규정을 따르고 있다.

나머지 수만 개의 공인되지 않은 업체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합법적으로 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정식화를 이루기 위한 시한이 여러 차례 연장되는 바람에 라린코나다처럼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생산된 금이 팔릴 수 있게 됐다.

결국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해악을 무릅쓰고 광부가 카초레오 날에 캐낸 금은 이런 식으로 결혼 반지나 스위스 시계로 제조됐을 것이다.
 
‘팔라케라’라고 알려진 여자들이 광산에서 나온 암석을 투하하는 트럭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이 바위 더미를 샅샅이 뒤져 금이 조금이라도 있는 덩어리를 찾는다. 대부분 광부의 아내나 미혼모, 과부들인 이들은 모진 날씨를 경험하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들은 때때로 일을 하도록 허락해준 십장들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불법적인 채굴 행위를 근절하려면 소비자가 자신의 보석이 환경 오염이나 가혹한 노동 관행을 통해 제작된 것은 아닌지 알고 싶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현재 비영리 단체 광업책임연합(ARM)의 페루와 볼리비아 지부장을 맡고 있는 파차스는 말한다.

ARM은 국제공정무역기구와 보석산업책임위원회와 더불어 법적·사회적·환경적 기준을 준수하는 업체들이 생산한 금을 인증하고 그 업체들을 금의 공급처를 알고 싶어 하는 보석상과 연결해주는 주요 기관 중 하나다. 인증을 받은 금은 시세에 웃돈이 붙는데 업체들은 이 돈을 광산에 재투자하거나 인증기관과 맺은 계약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사용한다.

노벨평화상 메달은 2015년부터 ARM의 인증을 받은 ‘공정광산’ 금으로 주조되고 있으며 스위스 취리히칸토날은행은 국제공정무역기구의 인증을 받은 페루산 금으로 만든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금 생산지를 추적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한 데다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구매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 ‘공정채굴’, ‘생태친화’ 인증을 받은 금, 즉 독성 화학물질 없이 처리된 금의 양은 여전히 해마다 채굴되는 총량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페루에서는 18개의 광산이 인증을 받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지하 광산의 복잡한 계약 체계와 카초레오 관행 때문에 이 마을에서 인증을 받는 것은 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차스는 “인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광산업체들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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