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얼음 왕국
글 : 헬렌 스케일스 사진 : 토마스 P. 페샥
해빙이 줄어들고 있는 남극반도 앞바다에 어선들이 남극크릴새우를 더 많이 잡기 위해 모여들면서 이곳의 해양생물들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됐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고무배가 눈 덮인 해안 부근에서 운행을 멈춘다. 네코항의 젠투펭귄들이 사람들을 본 것은 거의 1년 만의 일이다.배에서 내리는 이들은 시끌벅적한 관광객들이 아니라 2021년 1월 남극반도로 돌아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펭귄 생물학자 톰 하트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다.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자취를 감췄다. 약 2000마리의 젠투펭귄이 이루는 군집 사이에서 끼루룩대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녀석들은 하트가 장노출 촬영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트레일 카메라 쪽으로 걸어가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카메라는 4개월 전 녀석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래 동틀 때부터 해 질 녘까지 매시간 녀석들의 모습을 찍어왔다. 길이가 1340km에 달하고 너비가 70km에 이르는 남극반도 전역 곳곳에 이 같은 카메라를 100대 가까이 설치해 지난 10년 동안 펭귄 세 종의 번식지를 관찰해왔다.
남극반도에 서식하는 젠투펭귄의 수는 지난 30년간 다수의 지역에서 세 배 이상 불어나는 등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녀석들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그동안 갈 수 없었던 남쪽의 새로운 구역으로까지 진출했다. 이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젠투펭귄의 자매종인 더 작은 몸집의 턱끈펭귄과 머리가 새까맣고 날렵한 몸을 가진 아델리펭귄은 젠투펭귄이 번성하고 있는 군락 대다수에서 75%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