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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치료제

글 : 젠 로즈 스미스 사진 : 알렉산더 리드 외 1명

노르웨이인의 삶의 방식인 ‘프리루프츠리브’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코로나19 시대를 조금이나마 견딜 만하게 만들어준다.

미나 플로리아나 리드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숙련된 트롤 사냥꾼이었다.

그녀에게 사냥 기술을 전수해준 사람은 노르웨이의 오지에서 함께 하이킹을 하며 신화 속 존재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그녀의 아버지 알렉산더 리드다. 알렉산더는 튼튼한 트레킹 장비들을 좋아하는 반면 곧 다섯 살이 되는 미나 플로리아나는 분홍색 발레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두 사람은 결코 만만찮은 탐험을 수차례 함께했다. 미나가 두 살 때는 겨울에 57일간 트레킹을 하기도 했다. 미나는 5년이라는 짧은 생애에서 300일 이상을 텐트에서 잠을 잤다.

이런 생활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다소 기이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리드 부녀는 노르웨이어로 ‘야외 생활’이라는 뜻에 가까운 프리루프츠리브 정신을 따르는 것일 뿐이며 이는 노르웨이의 전통에 깊이 각인돼 있는 개념이다.

외딴 북극에서든, 도시인 오슬로에서든 프리루프츠리브는 일기 예보와 관계없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데 전념하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노르웨이 출신인 내게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인스타그램 계정(@minaogmeg)을 통해 딸과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는 알렉산더는 말한다.

프리루프츠리브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나 아쿠아비트만큼이나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인의 일상이 무너져버린 지금 프리루프츠리브는 더 안전하면서도 분별력 있는 방식으로 이 위기 상황을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본보기가 돼줄지도 모른다. 노르웨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초기에 봉쇄 조치를 실시한 덕분에 감염자 수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에 걸쳐 확진자가 급증한 바 있다. 이후 노르웨이인들은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밀폐된 공간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야외에서 행해지는 노르웨이의 전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여름 동안 세계 곳곳의 사람들 사이에서 야외 활동을 하는 추세가 늘었다. 미국인들은 갑자기 캠핑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는 도로와 광장이 거대한 옥외 카페로 변신했다. 카슈미르 산악 지대의 교사들은 야외에서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히말라야산맥을 등지고 앉아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시대에 꼭 맞는 이 생활 방식을 즐기는 일도 곧 어려워질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전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실내에 모이는 것과 상대적으로 고립된 채 길고도 추운 겨울을 보내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노르웨이의 프리루프츠리브는 춥디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여러 방법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늑한 오두막집을 연상케 하며 전 세계에 양초와 포근한 담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단어 ‘휘게’가 그러하듯 프리루프츠리브는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프리루프츠리브는 하나의 활동이라기보다 삶의 방식이에요. 이 방식은 노르웨이의 문화와 노르웨이인들의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돼 있죠.” 노르웨이의 야외 활동 관련 단체 5000곳을 대표하는 기관 ‘노스크프리루프츠리브’의 사무총장 라세 헤임달은 말한다.

프리루프츠리브라는 단어는 1859년 노르웨이 출신의 극작가 헨릭 입센이 1년간 자연을 누빈 농부의 감상을 담아낸 <고도에서>라는 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말미에서 화자는 영원히 문명을 떠난다. 그러나 헤임달은 프리루프츠리브가 열정적인 운동선수나 대담한 탐험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친구들과 즐기는 긴 산책이나 소풍, 한가로운 오후에 자전거 타기, 서늘한 아침에 개 산책시키기도 프리루프츠리브에 해당할 수 있다.
 
프리루프츠리브라는 개념은 세계적인 유행병이 돌고 있는 시기에 꼭 맞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자연을 즐기는 동시에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실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STANISLAW PYTEL, GETTY IMAGES
프리루프츠리브는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 지수가 높은 곳으로 꼽히며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유엔의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노르웨이는 5위를 기록했으며 노르웨이의 도시 베르겐과 오슬로는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 중 10위 안에 들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19년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에 두 시간만 공원이나 녹지 같은 자연환경에서 보내도 삶의 질이 향상된다.

하지만 야외 활동의 이점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발생하는 슬픔과 충격을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과거에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도 그와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이라면 프리루프츠리브를 조금이나마 경험해보는 것이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PTSD를 겪는 참전 군인들은 정원을 가꾸는 일부터 급류 타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하는 활동들에서 위안을 얻었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노르웨이인이라고 해서 원할 때면 언제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도 며칠에 걸쳐 비가 내리면 교외 지역은 물에 흠뻑 젖어버린다. 북부 지방의 경우 겨울이 되면 기나긴 극야가 찾아와 해를 오랫동안 볼 수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인에게 날씨에 대해 불평을 하면 다음과 같은 쾌활한 답변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좋은 날씨란 없어요. 잘못된 옷차림만 있을 뿐이죠!”

하지만 추위로부터 노르웨이 주민들을 보호해주는 것은 비단 내복과 털모자만이 아니다. 그들은 또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건강심리학자 카리 레이보비츠가 말하는 “긍정적인 겨울나기용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레이보비츠에 따르면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은 “겨울이 주는 기회를 포착해낸다.” 그녀 또한 노르웨이의 극지방에 있는 도시 트롬쇠에 1년간 거주할 때 어둠과 추위를 견디는 방법을 배웠다. “노르웨이에서는 날씨가 춥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녀는 말한다.

대다수의 고위도 지역에서 햇빛 부족 현상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트롬쇠 주민들은 북위 69°에서 꽤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레이보비츠는 이것이 바로 겨울에 대한 마음가짐이 경험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마음가짐은 생각보다 쉽게 변할 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의 해안가 지역에서 자란 레이보비츠는 겨울을 몹시 두려워했다. 트롬쇠에서 보낸 시간이 그녀를 북극 탐험가로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겨울이 좋은 이유를 찾아보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조언한다. “뭔가를 입 밖으로 소리 내 말하다 보면 그에 관한 우리의 생각도 바뀌기 마련이에요.” 그녀는 말한다. 
 
최근에 출간된 책 <프리루프츠리브: 노르웨이의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하기>에서 저자 올리버 루크 델로리는 장소에서 경이로움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폭넓은 관점을 제공한다.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코로나19 시대에 프리루프츠리브를 즐긴다는 것은 곧 바람이 거센 날 힘차게 걷는다거나 공원에서 겨울 소풍을 즐기기 위해 옷을 껴입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모임 장소를 야외로 정하고 지도 앱을 활용해 인근의 녹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역별 정책을 준수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제대로 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자. 여의치 않다면 집 주변의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숨을 깊게 들이쉬어보자.” 델로리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그러고 나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는 프리루프츠리브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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