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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망가진 기상 관측기를 수리하다

글 : 프레디 윌킨슨

2020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던 기상 관측기가 작동을 멈췄다. 현재 성능이 향상된 최신식 관측기가 세계의 지붕에 설치돼 있다.

경치를 감상하기에 날씨가 더없이 좋았던 2021년의 어느 날, 텐징 걀젠 셰르파(31)는 ‘발코니’라고 알려진 곳이자 에베레스트산 남동릉에 있는 암벽 꼭대기에 이르렀다. 등반가들을 위한 휴게소인 이곳에는 바람이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그가 착용한 아이젠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기상 관측기의 잔해들이 얼어붙은 눈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이 기상 관측기는 처음 조립돼 바위에 나사로 고정됐을 당시만 해도 가정집 뒤뜰에 있을 법한 안테나처럼 보였다. 새 모이통과 풍향계로 장식된 복잡한 안테나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이 관측기는 바람과 습도, 온도, 태양 복사열, 기압을 측정하는 정밀 기기로 값은 3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높이가 2m인 이 기기는 심하게 훼손된 채 옆으로 쓰러져 얼음에 파묻혀 있었다.

전기 기사 겸 산악 안내인인 텐징은 등산복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현장을 찍기 시작했다. 발코니 기상 관측기는 설치된 지 7개월 만인 2020년 1월 20일에 자료 전송이 중단됐다. 이 관측기는 2019년 5월, 본 협회와 네팔 카트만두의 트리부반대학교, 네팔 정부가 롤렉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자동 기상 관측기 다섯 대 중 하나였다. 이 사업을 공동으로 이끌었던 기후 과학자 톰 매튜스와 베이커 페리는 위성을 통해 전달된 관측 자료 덕분에 “베일에 싸여 있던” 에베레스트산과 히말라야산맥 및 힌두쿠시산맥 주변 지역에 대한 새롭고 귀중한 기상학적 정보를 풍부하게 얻었다고 말한다.

텐징은 부서진 관측기 옆에 쌓인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후 가방에서 스크루드라이버와 렌치를 꺼내 기둥에 고정돼 있던 작은 회색 펠리컨 케이스를 떼어냈다. 케이스 안에는 자료 기록 장치가 들어 있었다. 이 장치에는 관측기가 매서운 날씨에 굴복해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수집한 자료가 기록돼 있다.



발코니 기상 관측기가 자료 전송을 멈췄을 무렵,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점이자 발코니보다 조금 낮은 지대에 설치돼 있던 사우스콜의 풍향 감지기 역시 작동을 멈췄다. “관측기가 쓰러지기 바로 한 시간 전에 시속 약 240km의 돌풍이 몰아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죠.” 매튜스는 말한다. 그러나 관측기를 수리해보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2020년 내내 에베레스트산 남쪽 지역은 등반이 전면 중단됐다. 2021년이 돼서야 비로소 텐징은 다른 셰르파와 함께 에베레스트산의 기상 관측기들을 찾아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보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들은 더 낮은 지점에 설치돼 있던 관측기에 새 감지기를 설치하고 배터리를 교체했으며 부속품과 접합부를 점검했다. 이후 텐징은 발코니 기상 관측기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 관측기의 파손 정도를 확인하고 자료 기록 장치를 회수했다.

하지만 텐징의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와 동료들은 이미 파손된 기상 관측기를 기능이 더 향상된 기기로 교체할 작정이었다. 텐징의 임무는 더 높은 지대에서 새 관측기를 설치할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비숍록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위로 올라갔다. 비숍록은 본지의 전임 편집자이자 1963년에 미국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나섰던 원정대의 대원 ‘배리 비숍’의 이름을 딴 바위 지물이다. 해발 8810m 지점에 위치해 있는 비숍록은 정상에서 수직으로 약 40m 아래에 있는데 바로 이곳이 새 관측기를 설치할 장소로 선정됐다.


극심한 날씨와 맞닥트리면 움직이는 부품은 결국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이에 관해서는 키스 개럿이 전문가다.

미국 뉴햄프셔주 워싱턴산 기상대의 기술 책임자인 개럿은 화이트산맥 곳곳에 설치된 자동 기상 관측기 18대를 관리한다. 워싱턴산은 북대서양에서 불과 160km 떨어진 곳이자 주요 태풍 세 개가 지나는 경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풍속이 시속 160km 이상을 기록하는 날이 1년에 100일이 넘는다. “온도 감지기가 흔적도 없이 떨어져 나간 것을 늘 보곤 합니다.” 개럿은 말한다. 이런 조건들을 갖춘 워싱턴산은 에베레스트산에 설치할 두 번째 기상 관측기를 시험해보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연구진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바로 거센 바람이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 근처에 기상 관측기를 설치해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는 제트 기류를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곧 풍속 감지기들이 지속적으로 몰아치는 허리케인급의 바람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워싱턴산 정상에서 장비를 시험하며 겨울을 지나본 결과, 새로운 감지기는 에베레스트산에서도 무사히 작동할 것처럼 보였다. 이제 남은 일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으로 감지기를 가져가 설치하는 것뿐이었다.

지난봄에 페리와 매튜스, 텐징은 다른 셰르파 12명과 함께 에베레스트산을 다시 찾았다. 이들 셰르파 대부분은 첫 기상 관측기를 설치할 때도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원정대는 2022년 주요 등반 철을 맞아 취미 등반가 및 산악 안내인들 수백 명이 몰려 북적이는 베이스캠프에 다시 모였다.

이들이 비숍록에 설치하기 위해 가져온 새 관측기에는 새로운 초경량 피토관 풍속 감지기를 포함해 품질이 개선된 몇 가지 부품이 장착돼 있었다. 원정대의 계획은 발코니에 있는 부서진 관측기에서 부품들을 떼어낸 다음 텐징이 1년 전 미리 봐둔 비숍록의 새 지점에 새로운 관측기를 조립해 설치하는 것이었다.

관측기를 설치하기 위해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는 일은 위험이 따르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점이 있다. 높은 산을 오를 때는 기상 정보가 무척 중요하다. 안내인이 등반 계획을 세우고 방문객들을 안전하게 이끄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상황이 잘못돼 등반가를 구조해야 할 경우, 헬리콥터 조종사와 구조 대원들에게 실시간 기상 정보를 제공해주면 구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런 정보를 이용하면 더 많은 등반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죠.” 텐징은 말한다.

5월 9일 오전 9시, 대원들이 비숍록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에베레스트산 상공에 시속 70km로 휘몰아쳐 체감 온도는 영하 40℃까지 떨어졌다.

관측기 설치가 시작되자 매튜스는 오른손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사실상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셰르파들은 2019년부터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왔다. 대원 여덟 명은 각각 24V 배터리를 등산복에 넣고 산에 올랐다. 관측기를 고정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 볼트를 조이려면 드릴에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배터리를 예열해둬야 했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진행된 설치 작업은 약 세 시간이 걸렸다. 원정대가 예상한 것보다 한 시간 더 소요된 것이다. 텐징이 마지막 전선을 연결해 관측기를 작동시켰다. 그와 매튜스 그리고 다른 셰르파들이 몇 시간 후 사우스콜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새로운 관측기가 이미 기상 자료를 전송하고 있었다. “세차게 부는 겨울바람을 기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매튜스는 언급한다.

한편 중국 원정대도 에베레스트산 북면에 기상 관측기 일곱 대를 설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텐징과 매튜스, 페리가 이끈 원정대가 올랐던 곳의 반대편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중국 원정대가 설치한 관측기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 또한 비숍록과 거의 동일한 고도, 즉 정상 바로 아래쪽에 설치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세계 각국이 에베레스트산에 기상 관측기를 설치하기 위해 새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일까? 매튜스는 이런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에베레스트산에서 얻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모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말한다.
 
기상 관측기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기상 관측기가 수집한 자료를 통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고지대의 눈과 얼음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은 지구상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지역일 거예요.” 기후 과학자 톰 매튜스는 말한다. 이렇듯 강력하게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가 산의 표면에 반사 또는 흡수되면 단단한 얼음이 즉시 수증기로 바뀐다. 이 때문에 영하를 한참 밑도는 기온에도 상당한 양의 얼음덩어리들이 사라지고 만다. “고지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눈과 얼음이 녹고 있어요.” 매튜스는 말한다. 기상 관측기가 수집한 자료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에게도 유용했다. 일례로 매튜스는 산 정상에 가까운 경사지에서 등반가들이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의 양이 날씨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상 관측기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들은 궁극적으로 이 지역의 담수에 의존해 살아가는 19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레디 윌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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