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화의 재해석
글 : 야가지에 에메지 사진 : 야가지에 에메지
유서 깊은 유럽 동화는 나이지리아의 역사와 문화,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금부터 내가 나이지리아에서 자라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하려고 한다.한 노인이 나무 밑에 앉아 오래된 구전 설화를 읊조리는 TV 프로그램 <달빛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옛날 옛적에 빛을 내는 가장 완벽한 물체는 보름달과 별이었다. 이 두 광원은 어린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이의 얼굴에 은청색 빛을 비췄다.
우리 집 식구는 이야기꾼들이었다. 아버지는 저녁마다 집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어린 시절 물을 긷다가 우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 의대 재학 시절 번개에 맞은 일, 여자 친구와 작별 인사하려고 기차역 한가운데서 몽둥이를 들고 비밀경찰(KGB)과 싸운 일, 무장 강도를 피해 도망친 일 등 말이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모두 곧이곧대로 믿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식탁이나 의자, 침대에 웅크린 채 고개를 파묻고 읽곤 했던 책들과 더불어 이야기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면서 잠시 세상사를 잊도록 말이다.
나의 경우 동화가 특히 흥미로웠다. 나는 동화 속의 웅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웅대한 성과 화려하게 수놓은 옷, 요정, 숲 등 머릿속에 그려지는 기발한 장면들이 아주 좋았다. 칼싸움과 계략, 피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런 지어낸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잔혹함에 매료됐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실제 폭력이 늘 존재했다. 1990년대 군사 독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민족적·종교적 갈등을 심심찮게 겪었다. 군중 재판이 진행되면 종종 참수를 당하고 불에 탄 시신들이 생겨났으며 그 때문에 등굣길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우리는 코를 막고 걸으면서 눈앞의 처참한 광경을 빠짐없이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