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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귀몰하는 야생동물을 쫓다

글 : 코리 아놀드 사진 : 코리 아놀드

미국 내 많은 도심지에서 야생동물을 포착하는 일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하지만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를 위해 미국 도심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취재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 나는 마냥 들떠 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딱 하나, 바로 밤에 움직이는 녀석들의 모습을 촬영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미국너구리에게 “강도”를 당한 그날부터 내 꿈은 도시 생활에 적응한 야생동물에 관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해가 지면 거리를 돌아다니며 어슴푸레한 빛 아래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풍경을 찍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는 사람처럼 두 발로 서 있는 미국너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녀석은 내게 달려오더니 내 치토스 봉지를 훔쳐갔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녀석의 행동을 촬영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사진들이 흐릿하게 찍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기필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그 열망을 실현할 완벽한 명분이 생겼다. 도심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수개월간 현장에서 촬영하게 된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내가 할 일은 미국 내 몇몇 도시에서 은신 및 사냥에 도가 튼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찍는 것이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적응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의 사진 기술자 톰 오브라이언의 도움을 받아 맞춤 제작한 감시 카메라 장비를 몇 대 갖췄다. 각 세트에는 방수 케이스에 든 섬광등 세 개와 보호용 카메라 상자 한 개, 적외선 동작 감지기 등이 포함됐다. 나는 변수가 많아 온갖 방식으로 고장 날 수 있는 이런 장비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야간 도심 촬영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밤이 되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도시의 풍경 때문이었다. 다채로운 색온도의 가로등과 건물 조명이 특이한 그림자들을 드리우고 낮에는 눈에 띄지 않는 사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해가 진 후에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활동하는 야행성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선명히 담아야 했다. 그런 이유에서 감시 카메라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장비가 됐다.

나는 시카고에서 몇 주간 코요테를 찾아다녔다. 많은 개체가 이 도시에 서식하고 있었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시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했지만 코요테가 접근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요테가 접근해온 경우에도 초점이 맞지 않았거나 조명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눈보라로 렌즈가 뿌옇게 된 탓에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었다. 간혹 선명하게 찍힌 사진에는 코요테의 얼굴이 아니라 엉덩이가 나와 있곤 했다.

나는 점차 코요테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일례로 녀석들이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도심의 철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좀 더 저렴한 기성품인 비디오 트레일 카메라를 사용해 그 일대를 감시하며 동물들이 감시 카메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촬영 장비를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했다.

현장 취재 일정 사이에 잠시 집으로 돌아간 나는 인스타그램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하나 올렸다. 팔로워들에게 야생동물이 자주 발견되는 도심 속 장소 중 살펴볼 만한 곳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미국 전역에서 동물과 조우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쇄도했다. 나는 답변들을 확인하던 중 투지 셸쉬라는 한 남자를 알게 됐다. 인구 밀도가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휴양 도시 사우스레이크타호에 거주하는 그는 미국흑곰과 관련된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전문가였다.

몇 주 뒤, 나는 투지를 따라 그의 집 인근에 있는 폐가로 갔다. 건물 아래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곳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던 미국흑곰 한 마리가 앞발을 쿵쿵 구르며 이를 갈고 씩씩대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투지는 이곳에 서식하는 곰들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토포’, 즉 겨울철에 휴면 상태에 돌입하는 습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쓰레기통에서 1년 내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곰들은 당도가 높은 인간의 음식을 섭취한 탓에 비도심지에 서식하는 개체에 비해 덩치가 25% 더 크고 충치가 잘 생긴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날 밤 곰이 부지에서 나와 먹이를 찾아 나설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는 폐가를 떠나는 녀석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최적의 장소를 물색했다.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작업하며 주변의 가로등 불빛을 보완할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했다. 카메라는 잠금 장치도 없이 삼각대 위에 올려둔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몇 주 동안 방치해둘 수 없었다. 그날 하룻밤 새 촬영에 성공해야 했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작동해야만 했다. 나는 녀석이 내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서둘러 현장을 떠났고 운이 따라주기만을 바랐다.
 
커다란 미국흑곰 한 마리가 캘리포니아주 사우스레이크타호의 한 부지에서 나오고 있다. 녀석은 이곳에 있는 폐가 아래에서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폐가를 다시 찾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첫 번째로 찍힌 사진이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이다. 흐릿한 엉덩이가 아니라 카메라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곰의 얼굴이 사진에 선명하게 담겨 있다.

나는 수개월간 취재를 하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이 네발짐승들이 실제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녀석들을 통해 나 역시도 몇 가지 귀한 지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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