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의 지능적인 사냥법
글 : 나타샤 데일리 사진 : 버티 그레고리
범고래의 보기 드문 행동 밀착 취재: 물을 무기로 삼다
웨들바다표범이 처음으로 범고래들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 녀석은 이미 범고래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웨들바다표범은 잠시 전까지만 해도 남극 해협의 외딴곳에 떠 있는 부빙 위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범고래 세 마리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거린다. 범고래들이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게가 500kg에 달하는 웨들바다표범이 이런 빙상 위에 있으면 대부분의 해양 포식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범고래들은 ‘파도 일으키기’라는 사냥법을 터득했다고 알려진 약 100마리의 범고래 중 세 마리다.
범고래들은 먹잇감을 확인한 후 대열을 형성하더니 부빙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녀석들은 부빙에 다다르기 직전에 단일한 동작으로 일제히 옆으로 회전하며 물속으로 잠수한다. 그 힘이 강력한 파도를 일으켜 빙상을 물에 잠기게 하고 표면에 균열을 내며 버둥거리는 웨들바다표범이 균형을 잡지 못하게 한다. 녀석들이 세 번째로 돌진하자 파도가 웨들바다표범을 바다로 밀어낸다. 녀석은 얼음조각 위로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래에서 범고래 한 마리에게 붙잡혀 시야에서 사라진다.
“사냥하는 광경을 보면 범고래들이 얼마나 사악한지 몰라요.” 야생동물 영화 제작자 버티 그레고리는 말한다. 그는 유빙 범고래 개체군의 일부인 B1이라는 범고래들을 10년 동안 추적해왔다. 때로는 웨들바다표범을 바닷속으로 빠뜨리는 데 단 한 차례의 파도, 즉 약 5분이면 충분하다. 반면 어떤 때에는 무리가 약 두세 시간 동안 최대 30차례나 파도를 일으켜야 먹잇감을 잡을 수 있다. 과학자들이 볼 때 사냥이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남극 대륙이 따뜻해지고 해빙이 사라지면서 웨들바다표범은 범고래가 접근하지 못하는 육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B1 범고래들이 온난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추적하기 위해 100마리 남짓한 개체들을 모두 식별했다. 그들은 B1 개체수가 해마다 약 5%씩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하위 집단이 “멸종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그레고리는 말한다. 그러나 이 범고래들이 파도를 일으킬 기회가 더 적어진 탓에 “우리는 한 사냥법의 소멸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