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초원의 여왕들
글 : 크리스틴 델라모어 사진 : 젠 가이턴
점박이하이에나 세계에서는 암컷이 지배한다. 그것이 녀석들이 번성하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새끼 점박이하이에나들이 젖은 풀 위에서 서로 뒹굴며 노는 동안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의 대초원으로 뇌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미는 새끼들 근처에 누워 있다가 한 살쯤 된 큰 하이에나 한 마리가 새끼들 틈에 끼이려 할 때마다 가끔씩 일어나 그 상황을 제지하곤 했다. 녀석이 다시 다가오자 용감한 새끼 한 마리가 서열 높은 어미의 모습을 흉내 내며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 행동이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두 녀석 모두 자신의 서열을 알고 있었다. 서열이 낮은 큰 하이에나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고개를 숙이고 슬그머니 물러났다.사진작가 젠 가이턴이 적외선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는 데 성공하면서 하이에나의 야간 행동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하이에나 무리의 흥미로운 계층 구조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이에나 무리의 모든 구성원은 어미로부터 서열을 물려받는다. 암컷이 무리를 지배하며 서열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이런 모계 사회 구조 덕분에 점박이하이에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성한 대형 육식 동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마라 하이에나 프로젝트의 설립자 케이 홀캠프가 35년간 진행한 현장 연구가 아니었다면 하이에나 행동에 대한 이런 깊은 이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홀캠프의 노력은 진보된 사회 구조와 인지 능력,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으로 잘 알려진 하이에나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 이바지했다.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2년간 있을 생각이었는데 하이에나에 푹 빠져버린 거죠.” 그녀는 말한다.
하이에나에 푹 빠진다? 하이에나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을 찡그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하이에나를 “썩은 고기를 몹시 좋아하 는 동물”이라고 묘사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하이에나는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비치고 주술이나 성적 일탈과도 결부돼 있었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에서도 하이에나는 교활하고 사악한 존재로 묘사됐다.
갈색하이에나와 줄무늬하이에나, 점박이하이에나, 땅늑대 등 네 종류의 하이에나가 사하라 사막 이남과 북아프리카를 누비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중 점박이하이에나를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봐왔다. 한 가지 이유는 점박이하이에나가 인간과 빈번히 접촉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과 자주 접하는 생물, 즉 잡식성에 적응력이 뛰어난 생물이 가장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소속의 육식 동물 생태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 크리스틴 윌킨슨은 말한다. 윌킨슨은 케냐 나쿠루 호수 국립공원에서 하이에나를 연구하고 있다.
윌킨슨과 홀캠프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점박이하이에나의 생태와 행동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밝혀내면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동물의 왕국을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계속해서 뒤집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