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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비밀

글 : 레이철 포바, 사이 몽고메리 사진 : 데이비드 리츠와거 삽화 : 페르난도 G. 밥티스타, 로슨 파커

위장의 귀재이자 탈출의 명수, 헌신적인 양육자인 문어는 비범한 생물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새로운 관점

둥그스름한 몸통과 꿈틀거리는 다리, 구름처럼 내뿜는 먹물. 이런 특성을 지닌 문어가 수백 년 전부터 민담의 단골 소재가 돼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두족류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으며 개성이 넘친다. 이런 면모를 포착하기 위해 사진작가 데이비드 리츠와거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즈홀에 있는 로저 핸런의 연구실과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2세대학교 소속 애나 디 코스모의 연구실에서 몇 주를 보냈다. 그는 문어가 피부색과 질감을 바꾸고 먹이를 고르며 수조를 이리저리 탐색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한 문어의 피부가 빛에 민감하며 여덟 개의 다리 각각에는 수백 개의 흡반이 달려 있어 맛을 보고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약 300종의 문어를 연구하면 인간 두뇌의 진화적 기원을 이해하는 것부터 외계 생명체의 지능을 상상해보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낮문어가 아프리카 연안 해역에 위치한 인도양 코모로제도의 얕은 바다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 문어는 열대 지방에 있는 얕은 바다에 많이 서식한다.
GABRIEL BARATHIEU, MINDEN PICTURES
물속의 경이로운 생명체

아테나 같은 녀석은 난생처음이었다.

성체였지만 몸길이는 약 1m에 불과했고 몸무게는 고작 18kg이었다. 아테나는 여러모로 다른 문어와는 달랐다. 색과 형태를 바꿀 줄 알고 피부로 맛을 느끼며 독을 뱉을 뿐만 아니라 먹물을 쏘고 머리 옆에 있는 수관을 통해 물을 뿜어내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뼈 없는 유연한 몸통을 오렌지 크기의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키는 일도 거뜬히 해냈다. 아테나는 나처럼 몸통 위에 머리가 있지도 않았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외투라는 신체 부위가 있었는데 이 부위에는 호흡과 소화, 생식을 담당하는 기관이 들어 있다. 아테나의 머리는 몸통이 있을 법한 곳에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부리는 겨드랑이에 있었다.

아테나는 바로 태평양대왕문어다.

나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뉴잉글랜드 수족관에서 아테나를 처음 만났다. 선임 수족관 관리자 스콧 다우드가 수조의 육중한 덮개를 열었을 때였다. 나는 얕은 발판 위에 서서 수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흐물흐물한 몸통이 바위 굴에서 나오자 흥분한 녀석의 피부색이 얼룩덜룩한 갈색에서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반짝이는 은빛 눈 중 하나가 나를 찾으면서 녀석은 여덟 개의 다리로 물을 박차며 수면 위로 솟구쳤다. 나는 스콧의 허락을 받아 차가운 8°C의 짠물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아테나가 흰색 흡반으로 부드럽게 내 살갗을 탐색하게 했다. 녀석은 나를 맛보는 동시에 감지하고 있었다.
 
빠른 위장 능력
문어의 뇌는 피부에 있는 특수한 색소 주머니와 근육 다발로 신경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문어는 몸통의 색과 무늬, 질감을 즉시 바꿔 식물이나 바위, 산호 등 주변 환경에 완벽히 동화된다.
아테나는 인사치레만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를 만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전에 어떤 방문자에게도 허락한 적이 없는 행동이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테나가 나를 탐색하고 내가 녀석을 어루만지는 동안 녀석은 다시 피부색을 바꿨다. 내 손길이 닿자 아테나는 하얗게 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문어가 평온함을 느낄 때 나타나는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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