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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여정

글 : 에르젠 카마가노바 사진 : 킬리 위얀

몽골 부랴트족의 원로 에르젠 카마가노바가 몽골 당국이 자국 땅을 보호하는 데 원주민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난가을, 몽골 출신의 양치기 바자르 로솔은 나를 포함한 몇몇 원로를 알타이산맥으로 이끌었다. 바위투성이의 절벽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자 보이지 않던 암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각화에는 아이벡스와 뱀, 새, 태양, 달이 묘사돼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를 하늘과 대지, 저승과 연결해주는 전령으로 숭배된다. 나는 바얀 운두르, 즉 ‘풍요로운 고원’의 태곳적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찜찜했다. 풍경에서 뭔가가 빠진 듯했다.

그때 바자르가 그늘에서 나왔다. 그가 착용한 짙푸른 ‘델(몽골의 전통 의상)’에 수놓인 복잡하고 반짝이는 무늬가 돌에 새겨진 무늬와 닮아 보였다. 그 순간 왜 내 기분이 찜찜했는지 알아챘다. 이 신성한 장소에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흔히 풍경에서 사람을 배제하는 서구식 관점과 달리 우리 전통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중시한다. 바자르의 기품 있는 몸짓과 이곳에 대한 진심 어린 경외심은 우리의 보존 철학, 즉 인간과 자연, 문화를 이어주는 끈끈한 결속 관계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러한 결속은 바얀 운두르를 공동체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원주민 단체들의 지칠 줄 모르는 활동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이 보물들은 대체로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목축을 하는 유목민이자 지도자인 바자르 로솔이 바얀 운두르에 있는 암각화 옆에 서 있다. 이곳은 현지 공동체의 집단적인 노력으로 2019년 보호구역 지위를 얻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땅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의식은 몽골 당국의 진취적인 보존 노력에 불을 지핀다. 30년 전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몽골은 원주민의 전통으로 되돌아가 자국 영토의 30%를 보호하겠다는 선구적인 계획을 채택했다. 유엔이 2030년까지 지구의 땅과 물의 30%를 보호하기 위해 비슷한 목표를 채택한 것이 2022년의 일이었으니 이는 그보다도 훨씬 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몽골은 자국의 보호구역 면적을 크게 확대했고 현재는 그 면적이 영토의 약 21%를 차지한다. 이로써 몽골은 세계에서 보존 운동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다른 나라들처럼 몽골 또한 세계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채 채광 및 과도한 방목, 서식지 파괴 같은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몽골인들은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다. 이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원주민 부족들이 공유하는 전통 가치인 상호 의존성과 영적 교감,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심을 받아들임으로써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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