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초원에서 떠오르는 별들
글 : 팀 랜디스
원주민 영화 제작자들이 재능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털사에 영화 제작 센터를 설립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있는 ‘팀스 미드타운 다이너’는 주중 언제든지 커다란 와플과 뜨거운 커피를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동네 식당이었다. 그러나 이 식당이 FX 채널에서 방영하는 TV 연작으로 피바디상을 수상한 에 등장한 이후부터는 일종의 순례지가 됐다. (FX 채널과 내셔널지오그래픽 파트너스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산하 기업이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내게 음식을 내온 종업원이 말했다.<보호구역의 개들>은 털사에서 주로 활동하는 TV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 스털링 하르조(머스코지족, 세미놀족)와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제작자 타이카 와이티티(마오리족)가 공동 제작한 TV 연작으로 오클라호마주 북동부의 한 보호구역에서 성장하는 네 명의 원주민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에는 진실성과 진정성이 담겨 있었고 원뿔형 천막에 살며 말을 타는 등 원주민을 틀에 박힌 모습으로 그리지 않았다. <보호구역의 개들>은 원주민 작가들이 전하는 원주민 이야기가 대중문화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두 달 후 내 소셜 미디어에는 핼러윈을 맞아 이 연작의 등장인물로 분장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연작이 털사를 중심으로 한 원주민 영화 제작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털사는 체로키와 머스코지 및 오세이지 자치국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도시다. 지금까지 공개된 시즌 세 편은 푸르른 오자크 언덕과 약 18만km² 면적의 체로키 자치국을 가로지르는 강부터 중앙 지역의 대초원, 북쪽의 그레이트 솔트 평원, 팬핸들 지역 근처의 대지에 이르기까지 오클라호마주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머스코지 자치국의 수도 옥멀지는 주인공들의 가상 고향인 오컨으로 등장한다.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털사는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당시 털사는 “세계 석유의 수도”로 알려질 때였다. 털사의 일부 시내가 이 연작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등장한다. 이 지역들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대작 <플라워 킬링 문>에도 나오지만 이 영화는 주로 오세이지 자치국 내 보호구역 근처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하르조는 당시 경력이 없던 현지 사람들을 고용했다. 또한 그는 작가 겸 감독 에리카 트렘블레이(세네카족-카유가족) 등 여러 원주민 창작자가 이 도시로 오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에리카 트렘블레이는 이 지역에서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과 함께 선댄스 영화제의 화제작 <팬시 댄스>를 제작한 바 있었고 글래드스톤은 <플라워 킬링 문>에서 열연을 펼쳐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보호구역의 개들>에도 출연했다.
2002년, 내가 속한 체로키 자치국은 기회를 틈타 미국 최초로 영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주민 출연진과 제작진을 고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호구역을 촬영지로 이용하는 데도 재정을 지원해준다. 그 해, 영화 제작사 체로키 필름이 오와소 보호구역에 약 2500m² 규모의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곳은 털사 국제 공항에서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이 스튜디오는 원래 실내 축구 시설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바로 옆에는 약 900m² 규모의 두 번째 방음 스튜디오도 건설되고 있다. 체로키 자치국은 불과 2년 만에 영화 사무소와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체로키 필름은 원주민 배우 및 제작진으로 이뤄진 2000명 이상의 검증된 인재 목록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체로키족 출신의 영화 제작자 제러미 찰스도 있다. 찰스가 운영하는 ‘퍼수트 필름’은 현지 촬영과 아메리카 대륙 전역의 부족을 위한 영화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체로키 필름 스튜디오는 모션 캡처와 혼합 현실, 3D 기술을 제공한다. “이 지역에는 이런 기술이 없을뿐더러 원주민 영화 제작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이보다 훨씬 부족해요. 이 업계에 종사하는 원주민으로서 체로키 필름이 원주민 자치국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찰스는 말한다.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촉토족 출신의 영화 제작자 카일 코위카 해리스는 2017년 스탠딩 록 보호구역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이 스탠드: 가디언즈 오브 워터>로 여러 상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퍼수트 필름의 지원을 받아 범죄 드라마 <아웃 오브 에그자일>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리스와 퍼수트 필름은 올여름 오클라호마주에서 촬영 예정인 액션 스릴러 영화 <헌츠맨>을 위해 다시 팀을 꾸릴 예정이다. 또한 하르조와 호크 역시 FX 채널에서 방영될 예정이자 털사를 배경으로 하는 누아르 연작 <더 센서티브 카인드>의 파일럿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뭉칠 것이다.
“털사는 창작자들에게 유령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를 보세요. 모두가 이곳에 와서 참여하고 싶어 해요. 재능 있는 인재가 분명히 여기 있습니다. 원주민 인재들만으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어요. 그동안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죠.” 찰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