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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추아족의 소리

글 : 렌조 아로니 술카 사진 : 빅토르 제아 디아스

젊은 원주민 음악가들이 힙합을 변형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 페루 남부 고원 지대에 있는 도시 훌리아카. 수천 명의 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 원주민이 마을의 중앙 광장에 모였다. 1년 전 정부 보안군에 의해 숨진 시위 참가자와 행인 18명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군중 속에는 검은색 재킷에 챙이 넓은 검은색 모자를 착용하고 검은색 및 금색 부츠를 신은 한 남자가 검은 말을 타고 있다. 그 남자의 옷차림은 페루 혁명사에서 가장 상징적 인물인 투팍 아마루 2세를 연상시킨다. 투팍 아마루 2세는 스페인 제국에 맞서 반란을 주도해 안데스 지역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원주민 족장이다. 말을 탄 남자는 카이 수르(20)로 알려져 있으며 희생자들과의 연대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랩을 하러 이곳에 왔다.

카이 수르가 자신의 노래 ‘프로세레스(영웅들)’를 부르자 힙합 비트가 군중 사이로 퍼진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에서 본 그를 알아채고 가사에 공감한다. 그가 케추아어로 “죽음으로는 내 민족을 무너뜨리지 못하리”라고 외친다.
 
레나타 플로레스는 마이클 잭슨과 앨리샤 키스의 곡을 케추아어로 다시 불러 페루에서 유명해졌다. 이제 플로레스는 파르케 데 라 엑스포시시온 원형 극장 같은 큰 공연장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을 선보인다.
점점 더 많은 젊은 음악가가 원주민의 정체성이 담긴 힙합 음악을 만들고 있다. 카이 수르도 이런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다른 젊은 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카이수르 역시 스페인어와 케추아어, 세계와 지역, 고대와 현대 등 다양한 문화와 전통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는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다. 바로 안데스 지역의 뿌리와 언어를 되찾고 싶어 하는 원주민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이다.

한때 페루에서는 케추아어를 드러내놓고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약 800만-1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안데스 지역과 그 외 지방에서 케추아어를 사용하고 있고 페루 인구의 26%가 자신을 원주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언어를 쓰는 많은 원주민은 계속되는 인종 차별 때문에 자신들의 언어와 전통을 부끄럽게 여겨왔다. 페루의 주류 문화는 잉카 문명을 미화하는 한편 살아 있는 잉카 후손은 후진적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로 이주한 수많은 케추아족이 자신을 원주민이 아닌 혼혈, 즉 ‘메스티소’라고 밝혔다. 이 사람들은 자식에게 케추아어를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중국의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빛나는 길(페루 최대의 반정부 테러 조직)’과 페루 정부 간에 대립이 일어난 1980-2000년 사이 약 7만 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그중 대다수가 케추아어를 쓰는 가난한 시골 사람으로 양쪽 진영의 표적이 됐다.
 
호한 바리엔토스 우알파(일명 루미 마키, 즉 돌의 손)는 힙합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의례와 치유 의식에서 안데스 지역의 전통 피리 ‘케나’를 연주한다.
1990년대 초, 분쟁의 중심지인 페루 아야쿠초에서 폭력 사태가 한창일 때 ‘재’라는 뜻의 블루스 록 밴드 ‘우치파’가 결성됐다. 안데스 지역 출신의 젊은이들은 케추아어로 노래하는 이 밴드에게 큰 감동을 받아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되찾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면서 원주민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구전 전통과 공동체 정신, 저항 문화가 어우러진 힙합은 케추아어와 안데스 지역의 문화를 되살리기에 적합한 수단이다.

케추아족 출신으로 랩 음악계의 유명 인사인 레나타 플로레스(23)는 “우리 조상들도 오늘날의 프리스타일 랩과 비슷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콜럼버스 이전 시대부터 있던 음악시 ‘하라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하라위는 악기 없이 높은 음정을 콧소리로 흥얼대며 부르는 전통적인 음악시로 안데스 지역민의 정신을 표현한다. 플로레스는 안데스 지역의 악기와 힙합 및 전자 음향 효과를 접목한 자신의 음악이 하라위와 목적이 같다고 말했다. 바로 우리 민족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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