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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는 비밀들

글 : 크리스티나 스터벤즈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고학 프로젝트들은 이제 발굴 작업보다 보존 작업에 더 주력한다. 그러나 이미 발굴된 유물을 통해 배울 것이 여전히 많다.

최근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에서 2000년 된 빨래터와 노예들이 쓰던 침실, 피자의 초기 형태를 묘사한 프레스코화가 발굴됐다. 참고로 이 피자에는 토마토가 없는데 토마토가 유럽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최소 1000년이 지난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유물들은 모두 AD 79년에 베수비오산이 폭발한 이후 이 도시를 집어삼킨 약 6m 두께의 재를 더 파헤치지 않고도 새롭게 찾아낸 것들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폼페이 유적지의 추가 발굴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는 곧 대부분의 유물이 이미 발굴된 유물을 보존 및 복원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소속 로마 고고학과 교수 스티븐 엘리스는 설명한다. 그는 폼페이 내 포르타 스타비아 구역의 발굴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고고학자들이 폼페이를 발굴하는 동안 화산 폭발 잔해로 이뤄진 일종의 절벽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발굴한 지역을 따라 산사태와 붕괴가 발생하자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었다고 엘리스는 덧붙인다. “붕괴된 부분을 복구하고 무너지지 않도록 보강 작업을 하기 위해 절벽 가장자리를 일부 파내야 했죠.” 그는 말한다.

물론 폼페이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남아 있다. 다양한 추정치가 나와 있지만 대략 도시의 15-25%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많은 고고학자들의 관심은 발굴할 유물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아니라 발굴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무척 오래된 이 유적지를 둘러싼 우려들을 고려해 조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고 학계가 연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폼페이를 발굴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위해 가능한 한 폼페이를 잘 보존하는 것입니다.” 엘리스는 말한다.


기술의 활용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에는 구획을 설정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대로변을 중심으로 상업지와 소매 상권이 형성돼 있었다. 폼페이에서 작업한 경험이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앰허스트대학교 고전학과 교수 에릭 포엘러에 따르면 폼페이 대로의 상당 부분은 이미 조사가 완료됐다.

반면 도시의 동부로 갈수록 인구 밀도와 토지 이용도가 낮았고 특히 도시 남동부의 드넓은 땅은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폼페이 동부의 땅에는 비교적 인구가 많고 부유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잘 다듬은 식물과 조각상, 기념비 등으로 장식한 대형 정원을 갖춘 뒷마당이 없었다. 오히려 그 땅은 농지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포엘러는 추측한다. “여가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해 농작물을 심은 거대한 뒷마당과 비슷했을 겁니다.” 그는 말한다.

그러나 포엘러는 고고학자들이 평범한 인공물과 그림, 벽의 낙서 등 기존에 발굴한 지역에서 놓친 정보가 많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더욱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이 지역들을 다시 조사하면 추가 발굴을 진행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한편 폼페이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도, 미래 세대가 폼페이를 직접 볼 기회를 앗아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엘리스는 덧붙인다.

예컨대 과거에는 깨지거나 온전하지 않은 프레스코화나 도예품을 그냥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이런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게 도와주고 일종의 레이저 스캐닝 기술인 ‘라이다’를 활용해 공간을 3차원으로 기록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활용했지만 항상 충분치 않았죠. 이제 3차원 모형을 통해 특정 발굴 시기로 되돌아가 현장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엘리스는 말한다.

‘폼페이 참고 문헌 및 지도화 프로젝트’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 포엘러는 사람들이 폼페이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현재 ‘폼페이 예술 경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피자’부터 큐피드에 이르기까지 폼페이 벽에 그려진 8만 7075개 항목을 전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엘리스는 이러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200년간 쌓인 발굴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발굴된 폼페이 유적지 중 일부는 이미 소실됐다. 2014년에는 폭우로 무덤 하나와 ‘비너스 신전’의 아치형 구조물 하나, 작업장 벽 등 총 세 군데가 3일 만에 붕괴됐다. 2010년에는 ‘검투사의 집’이 무너졌는데 이는 1940-1950년대의 복원 작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에 속하던 검투사 학교가 붕괴되자 유네스코는 폼페이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후 몇 년에 걸쳐 상당한 복원 작업이 진행됐고 결국 유네스코는 등재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문제를 야기한 발굴 작업이 전부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굴 절차와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굴 속도를 조금 늦추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발굴 작업을 많이 진행시키면 그에 따른 기회 비용이 발생합니다. 향후에 더 나은 기법과 도구, 정보, 기술, 적절한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기술로 발굴 작업을 해버리면 미래의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것입니다.” 포엘러는 말한다.
  

'감탄과 놀라움'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발굴한 폼페이 유적지의 보존 및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시행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진행한 ‘그레이트 폼페이 프로젝트’를 통해 1억 500만 유로(약 1580억 원)를 들여 여러 목표 중에서도 제방을 보강하고 벽을 복원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새로운 유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남은 유적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트 폼페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된 새로운 유물들은 이전에 발굴해낸 것들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았다. 2018년에는 제5구역(폼페이는 아홉 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음)의 안정성 향상을 위해 작업을 진행하던 중 다양한 프레스코화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돌고래 한 쌍을 묘사한 작품으로 ‘은혼식의 집’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웅장한 그림은 당시 귀족들의 삶이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그해 말에는 집 한 편에 별도로 마련된 호화로운 사당이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이 ‘마법의 정원’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 공간에는 개의 머리를 지닌 인간이 묘사돼 있어 이집트 신 아누비스를 연상케 한다.

“폼페이를 발굴하거나 그 땅속을 살펴볼 때마다 우리는 감탄하고 놀랄 준비를 합니다. 우리는 아주 멋진 유물을 발견하고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될 거예요.” 포엘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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