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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에 나선 인민 해방군의 망령을 쫓아서

글 : 폴 살로펙 사진 : 존 스탠마이어

걸어서 전 세계를 누비며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고 있는 기자 폴 살로펙이 90년 전 중국 인민 해방군의 험난했던 여정을 되돌아보고 오늘날 중국을 재편하고 있는 다양한 힘과 마주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나는 3년째 걸어서 중국을 가로지르고 있다. 횡단을 마치면 약 6760km를 걸은 셈이 된다.

2021년 10월 중국 남서부에서 출발해 북동쪽을 향해 이동해온 나는 대략 후환융 선을 따라 걸었다. 후환융 선은 비옥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중국 동부와 건조하고 드넓은 중국 서부를 구분하는 개념적인 지리적 분계선이다. 나는 길을 걷는 동안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중국인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이는 때때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나라에서 지평선을 나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망령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선사 시대의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걸었던 길을 따라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거의 12년째 쭉 걷고 있다. 걸어서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역들이 마치 글을 지웠다가 그 위에 다시 쓰기를 반복한 고대 문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지역에는 별 이야기가 없는 반면 어떤 곳은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발자국과 시간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다. 중국의 풍경에는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의 혼례 전통에는 놀이와 장난이 포함된다. 이 사진에서 신랑 자이루이가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신부 장천신에게 청혼하고 있다. 신부는 청혼을 받아들였다. 중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처럼 이 부부도 일자리 때문에 시골 마을을 떠나 먼 도시로 이주했다.
나는 윈난성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마을 일꾼 20만 명이 흘린 피와 땀으로 흥건했던 버마 로드를 따라 걸었다. 그다음에는 쓰촨성에서 1000년 된 실크로드의 자갈길 흔적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중국, 특히 내륙 지역에서 한 유령 같은 길이 자꾸만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올랐다. 바로 대장정 길이었다.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대장정에 얽힌 이야기를 모를 수 없다. 90년 전인 1934년 10월, 중국은 끔찍한 내전에 시달리고 있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공산당과 농민들로 구성된 인민 해방군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에 패해 중국 남부의 기지를 도망쳐 나왔다. 공산당원들은 섬멸을 면하기 위해 걸었다. 그들은 동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포병들이 방어하는 강을 건너고 사람이든 짐을 나르는 동물이든 통째로 삼켜버리는 늪지를 통과하며 장장 9650km에 이르는 총퇴각 길에 올랐다. 8만여 병력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공산당 추종자들이 이 같은 대탈출에 합류했는데 1년 후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8000명에 그쳤다. 생존자들은 산시성의 동굴들에서 숨어 지내다가 다시 혁명 운동을 일으켰고 마침내 1949년 무렵 중국 전역에서 영향력을 떨치게 되면서 중국은 물론 온 세상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역사상 우리의 대장정에 필적하는 긴 행군이 있었는가? 결코 없다.” 마오쩌둥은 동지들의 퇴각을 찬란한 부활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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