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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길을 찾다

글 : 새디 딩펠더 사진 : 옥사나 웨어

안면 인식 장애를 가진 한 작가가 친근하지만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5쌍의 눈이 어스름 속을 빤히 바라봤다. 한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가 지평선에 피어오른 한 줄기의 희미한 연기 같은 형체를 발견했다. 가까워질수록 그 형체는 커다랗고 날개가 달렸으며 근육이 탄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로 캐나다두루미였다. 빨간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는 머리 부분을 제외하면 녀석은 온몸이 먹구름 색을 띤다. 우리는 두루미들의 눈에 띄지 않게 강기슭에 놓인 새 관찰용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녀석들은 이 구조물 주위를 빙빙 돌다가 두세 마리 또는 다섯 마리씩 무리 지어 하강하더니 미국 네브래스카주 중부에 위치한 플랫강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하나의 큰 무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녀석들은 이동 내내 가족끼리 모여 다닌답니다.” ‘크레인트러스트’라는 환경 보호 단체에 소속된 안내인은 설명했다.

“녀석들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알아보는 거죠?” 내가 물었다.

“우리 눈에 녀석들은 다 똑같이 생겼지만 두루미들 눈에는 분명 서로 달라 보일 겁니다.” 초록색 외투를 입은 한 여성이 답했다. 나는 새들에게서 눈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눈과 눈 사이가 멀고 코가 오뚝했으며 머리는 짧은 백발이었다. 이곳에 승합차를 타고 오는 동안 내게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보여주며 나와 수다를 떨었던 그 사람인가?

당시 그녀 옆에는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여성이 두 명 더 있었는데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배우자와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그 세 배우자들도 내 눈에는 야외 활동을 즐기는 중년의 백인으로 모두 비슷해 보였다. 두루미들이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우리는 조용히 구조물을 빠져나와 진창을 가로질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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