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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강

글 : 루스메리 필코 우아르카야 사진 : 토마스 페샥

안데스산맥의 고지대에서는 우뚝 솟은 빙하와 빽빽한 운무림, 좀처럼 보기 힘든 곰이 아마존강 유역을 형성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생물학자 루스메리 필코 우아르카야가 안경곰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브로멜리아드를 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현재 근무하는 숲속 연구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케추아족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과학자들과 추적견 ‘우쿠쿠’로 구성된 그녀의 연구 팀은 이동 속도가 빠른 안경곰을 쫓아 페루의 운무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나는 대체로 페루령 안데스산맥에 설치된 연구소 내 숙소에서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뜬다. 날이 차츰 밝아오면 창밖으로 숲이 우거진 가파른 능선을 따라 구름이 떠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구름들은 하늘 위의 강이다. 이 ‘리오스 볼라도레스(하늘을 나는 강)’가 운반하는 수증기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개울을 이루고 수천 킬로미터 길이의 강을 이뤄 결국 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서 성장한 내가 리오스 볼라도레스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계기는 안데스산맥의 밀림 한가운데에 갇혀 갈증으로 목이 타 들어가던 어느 절박한 순간이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나는 아마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 최근에서야 겨우 드러나기 시작한,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동물인 안경곰을 연구하기 위해 쿠스코에서 차로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 이 연구소에 왔다. 2021년 5월이었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해 곰 추적견으로 훈련을 시킨 ‘우쿠쿠’와 함께 2주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주변 마을 출신인 연구 보조원들도 숙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진행한 중요한 임무는 며칠 동안 도보로 숲속을 이동하면서 바라건대 곰의 활동 영역으로 보이는 지점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40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출발할 때는 말로 짐을 날랐지만 산세가 워낙 험해 도저히 무리였다. 결국 말을 돌려보내고 카메라와 텐트, 식량, 물, 경사가 가파른 지형에서 야영할 때 사용할 해먹, 길을 헤치고 나아갈 때 쓰는 마체테 등 모든 짐을 우리가 직접 등에 지고 운반했다.

짐은 무거웠다. 체구가 작은 나는 27kg 무게의 등짐을 짊어진 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마체테로 앞을 가로막는 수풀을 제거하기는 했지만 이끼와 덤불로 뒤덮인 구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었다. 밤에는 너무 추웠다. 우쿠쿠는 추위에 몸이 떨리기 시작하면 내 침낭 안으로 기어들어왔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한기를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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