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담한 재야생화 프로젝트
글 : 이사벨라 트리 사진 : 야스퍼 두스트
루마니아의 카르파티아산맥 고산 지대에서 고대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 본격화됨에 따라 늑대와 스라소니, 들소, 곰 등이 다시 번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대가가 따를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루마니아 카르파티아산맥에 위치한 서티크 마을. 플로린 호리아 바로스가 자신의 농삿집 밖에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기다리고 있다. 자정 무렵, 돼지우리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깜짝 놀란 터였다.“길을 따라온 곰이 울타리를 넘어와 우리 문을 부수고 돼지들을 공격했어요. 내가 개들을 데려가 녀석을 쫓아냈죠.” 그는 말한다. 몇 시간 후, 그 유라시아불곰은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다른 우리를 노렸다. 마당에는 돼지 두 마리가 죽은 채 누워 있었다. 다른 한 마리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있지만 곰의 이빨과 발톱에 등이 찢긴 채 우리 주변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또 다른 돼지 한 마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수의사이기도 한 바로스는 다친 돼지를 안락사할 생각이지만 지역 위원회 위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곰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직접 봤으면 싶거든요.” 그는 말한다.
공격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 나는 보그단 술리커와 동행했다. 술리커는 ‘카르파티아 보존 재단’에서 신속 대응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재단은 2009년부터 이 지역에서 위기에 처한 숲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해왔다. 국제 자선가들의 재정적 지원과 유럽 연합(EU)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라 할 만한 환경 보조금을 받는 이 재단은 카르파티아산맥의 지맥인 퍼거라슈산맥에 약 20만ha 규모의 국립공원을 설 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 환경 보호 활동가들은 이 지역을 ‘유럽판 옐로스톤’이라고 부르며 야생 지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유럽에서 대규모 국립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퍼거라슈산맥은 숲이 우거진 협곡과 해발 2500m의 봉우리들이 있어 중부 유럽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장 큰 지역에 속한다. 이 지역은 매우 다양한 서식지를 품고 있다. 습지가 있는 침엽수림과 고산 능선, 초원을 비롯해 고산 지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 마가목, 자작나무 숲이 있으며 산기슭 비탈면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느릅나무, 개버즘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등 갖가지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검독수리, 월크리퍼, 긴점박이올빼미 같은 희귀 조류와 멧돼지, 늑대, 스라소니, 곰 등 적어도 1500종의 동식물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술리커의 임무는 지정된 국립공원 주변의 도시와 마을에서 야생동물과 관련된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이 곰이 지난 나흘간 돼지 11마리를 죽였어요. 더 큰 문제는 녀석이 사람이나 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영리해요. 같은 곳에 두 번 나타나는 법이 없거든요.” 그는 말한다.
이 지역 출신으로 카르파티아 보존 재단의 직원 149명 중 한 명인 술리커에게는 국립공원 설립의 꿈이 위태롭다. 2023년 여름 두 달여 동안 인간과 곰 사이에 수십 차례의 갈등이 발생했다. 가택에 침입해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치는 곰 ‘이모빌리아루(일명 부동산 곰)’는 최근 안락사를 당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을 거예요.” 술리커는 말한다.
퍼거라슈 지역의 곰 사고 건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감소해 2023년에는 95건이었지만 술리커는 95건도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7월, 한 등산객이 곰에게 치명상을 입은 후 국가의 연간 곰 사냥 할당량이 220마리에서 481마리로 증가했다. “이런 공격들이 모든 곰을 악마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곰이라는 종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인간에게 필요한 존재죠.” 술리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