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훌륭한 선원인 이유
글 : 스콧 크리스튼슨 사진 : 알라미 스톡 사진 외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항해가 시작된 이래 늘 선원들과 선상 생활을 함께해왔다.
녀석들은 역사상 가장 노련한 편에 속하는 선원들과 함께 가장 유명한 전함을 타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했다. 녀석들은 귀중한 승조원으로 여겨졌으며 심지어 사진 촬영을 위해 맞춤 제작한 작은 제복과 토막잠을 자는 데 쓸 자그마한 해먹까지 지급을 받았다. 녀석들은 전 세계 해군에서 복무한 고양이였다.군함 고양이는 어제오늘 나타난 존재가 아니다. 녀석들은 인류가 바다로 나간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배에서 생활해왔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 벽화에는 고양이가 나일강 하류로 이동하는 배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고양이는 페니키아와 그리스의 무역선에 올라 지중해를 건너는 여정도 함께했다.
육지에서 뛰어난 사냥 솜씨를 자랑하는 고양이는 바다에서 중요한 동반자가 됐다. 설치류의 창궐이 배에서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쥐는 비축 식량을 축내고 오염시킬 뿐 아니라 장비를 갉아먹고 질병을 퍼트렸다. 고양이는 이 같은 설치류에 대응하는 값싸고 효과적인 해결책이었으며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장기 항해에서 녀석들은 군함의 수병들에게 꼭 필요한 애정으로 사기를 북돋워주고 군함 내의 엄격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줬다. 고양이는 모든 수병이 함께 공유하는 마스코트로 여겨졌기 때문에 수병들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따라서 수병들 사이에 고양이의 행동을 둘러싸고 많은 미신이 생긴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출항을 준비하는 수병들은 고양이가 자신들의 함정에 오르면 이를 행운으로 여겼다. 그러나 고양이가 배에서 뛰어내린 경우 이는 무서운 징조였다. 더 불길한 징조도 있었다. 고양이 두 마리가 부두에서 싸우는 상황이었다. 이는 출항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의미할 수 있었다. 초창기의 뱃사람 중 일부는 고양이가 꼬리로 날씨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양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꼬리를 떠는 것은 녀석들이 화가 난 상태이며 극심한 폭풍우를 일으킬 준비를 하는 신호로 간주됐다.
나중에 수병들은 고양이가 꼬리를 떠는 것이 기압이 뚝 떨어지면서 불안함을 느낄 때 보이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급격한 기압 저하는 군함이 곧 악천후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수병들은 군함에 올라탄 고양이의 모든 버릇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평소와 다른 행동은 폭풍우의 징후로 여겼다.
고양이는 물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녀석들은 바다에서 생활하기에 놀랄 만큼 적합하다. 괴혈병 예방을 위해 감귤류 주스를 마신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 해군 같은 선원들과 달리 고양이는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과일과 채소가 부족한 식단으로도 살 수 있다. 또한 고양이는 필요한 수분의 대부분을 먹잇감으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원들처럼 많은 식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양이는 체내에 훌륭한 여과 기능을 지닌 덕에 필요한 경우 소량의 바닷물을 마실 수도 있다.
소위 ‘대항해 시대’ 동안 고양이는 유럽 함정에 필수적인 존재였으며 심지어 그 당시의 보험 규약에서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1494년에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공표된 법률에 따르면 선주가 화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선상에 고양이를 배치할 의무를 등한시했을 경우 쥐로 인해 손상이 발생한 모든 화물에 대한 책임은 선주에게 있었다. 만일 고양이가 선상에 있었다면 선주는 책임을 면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고양이는 여전히 선박의 고정 인력이었다. 영국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고양이 구조 정책이 실시됐다. 여러 도시에서 길고양이 수천 마리를 모아 군대에 제공한 것이다.
대형 미국 해군 군함은 무려 20여 마리의 고양이를 수용할 수 있었다. 일부 고양이는 조리실을 맴돌다 몸집이 불어난 반면 어떤 녀석들은 군함의 시끄러운 포탄 소리를 피할 수 있는 구석진 곳을 선호했다.
고양이는 훈련시키기 어려운 동물로 악명 높지만 일부 선원들은 자신들이 ‘고양이 언어’를 익혔으며 이 마스코트들에게 차려 자세와 경례, 줄타기, 종 울리기 등의 재주를 부리게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특히 해외 항구에서 미국 해군의 친선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는 함선 공개 행사에 재주를 부릴 줄 아는 고양이가 펼치는 짧은 공연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친근한 고양이들은 선원들의 관심을 한껏 받을 수 있는 선실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녀석들은 배 위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을 완화시켜주는 해먹에서 잠을 잘 수도 있었다. 군함 고양이도 뱃멀미에 취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에서는 고양이가 해군 군함에서 차지했던 특별한 지위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훈증 소독법과 병충해 방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쥐를 잡는 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던 고양이의 존재가 다소 불필요해진 것이다. 일부 함장들은 녀석들을 방해 요소로 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 해군의 고양이들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대민 관계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의회 의원들은 해군 예산을 포함해 국방비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자 했다. 의원들은 고양이 승선의 비효율성을 주장하고자 한 함정에서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위해 세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사례였다. 수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고양이를 보살피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수병들이 그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솔한 지출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해군 장성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지속된 고양이의 군함 승선은 전후에 도입된 더 엄격한 국제 검역법에 따라 막을 내렸다. 1950년대 이전에는 많은 국가가 군함 고양이에게 검역법 면제 대상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고 그 덕에 녀석들은 해외 항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라고 해봤자 현지 고양이와 싸움이 붙는 것이었다. 많은 국가에서 제정한 새로운 법에 따라 이제는 고양이가 배에서 내리려면 긴 검역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만약 해당 지역의 관리가 배에서 몰래 빠져나가는 고양이를 목격할 경우 함장은 무거운 벌금을 물거나 심지어 구금될 수도 있었다.
고양이가 천부적인 탈출의 명수라는 사실을 아는 미국 해군은 검역을 피하려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함장이 법적·외교적 논란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현재 미국 해군은 정책상 고양이가 군함에 승선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승조원이 고양이를 승선시키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특별 허가가 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해군이 이와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