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동물, 방울뱀
글 : 엘리자베스 로이트 사진 : 하비에르 아스나르 곤살레스 데 루에다
부활의 상징으로 숭배를 받아온 동시에 지하 세계의 사자로 경멸을 받아온 방울뱀. 방울뱀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사냥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미국 서부의 상징인 이 동물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방울뱀이 끊임없이 등장하던 그 밤은 고요했다. 날씨는 쾌적했고 습도는 낮았다. 초승달 아래에서 전동 골프 카트가 언덕길을 조용히 달렸다. 전조등이 독사를 비출 때마다 맷 구드는 카트에서 뛰어내려 침착하게 그 뱀을 내게 보여주곤 했다.때는 9월 초였고 이 파충류학자의 현장 연구 기간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소속 연구 과학자 맷 구드와 그의 학생들은 20년 이상 서부다이아몬드방울뱀과 타이거방울뱀, 검은꼬리방울뱀 등 7000마리가 넘는 뱀을 포획해왔다. 포획 장소는 투손 북쪽 오로밸리에 있는 스톤캐니언 골프장의 카트 이동로와 그 주변으로 호화 주택이 점재해 있는 사유 도로였다.
뱀을 잡기에 가장 적합한 밤에는 최대 스무 마리를 포획할 수 있다. 이튿날 구드의 학생들은 학교 연구실에서 뱀의 몸길이와 성별, 몸무게 등을 측정하고 재포획을 대비해 꼬리에 표시한 후 포획 장소에 다시 풀어준다. 구드의 연구 과제는 자연 그대로의 사막을 주거지로 계속 개발하는 것이 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일종의 보존 역설을 제기했다. 더 자연적인 지역에 사는 뱀들과 비교해 스톤캐니언에 사는 뱀들은 더 크게 자라고 새끼를 더 많이 낳으며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가장 더운 달에는 대부분의 주인이 집을 비운다는 점도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골프 카트가 다리를 건너 인공 폭포를 지나가는 동안 구드가 외쳤다. “이 얼마나 생명력이 넘치나요!” 관개 시설 덕분에 산딸기류 열매와 꽃이 가득해지면서 비단주머니생쥐 같은 1차 소비자가 몰려들고 있다. 무성한 페어웨이에서는 우리의 전조등이 소규모 페커리 무리를 비췄고 나무 사이에서는 멀어져 가는 퓨마가 보였다. 구드는 여기서 붉은스라소니와 코요테, 미국너구리도 본 적이 있다. 이곳은 분명 뱀들의 에덴동산이었다. 뱀들의 먹잇감인 설치류와 조류, 알이 풍부했고 굴착기로 만들어낸 암석 노두들 덕분에 녀석들이 숨을 곳도 많았다.
구드는 곳곳에 안내판을 설치해 사람들의 충동적인 돌발 행동, 예를 들어 골프채로 방울뱀을 가격하는 등의 행동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인근 도로에서는 납작하게 눌려 죽은 뱀이 발견되곤 했다.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이 개발이 생태학적 덫은 아닌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말이죠. 모든 종의 운명은 인간의 개입에 달려 있어요.” 구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령 골프장에 물 공급이 중단되면 새의 절반이 떠날 수 있다. 인간이 손을 대면 십중팔구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스톤캐니언에 사는 뱀들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50종 이상의 방울뱀들은 미래가 더 암울하다. 캐나다 남서부에서 아르헨티나 중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반려동물용이나 가죽 거래를 목적으로 뱀을 계속 잡고 있으며 도로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뱀을 차로 깔아뭉개거나 도시 계획과 송유관 및 기지국 건설 등으로 뱀 서식지를 파편화하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줄무늬방울뱀은 미국 북부의 여러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절멸했으며 미국 전역의 많은 지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다른 몇 종은 위기종 또는 위급종으로 분류돼 있다.
어느 늦여름 날, 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남아 있는 줄무늬방울뱀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목격했다. 미국 이스트스트라우즈버그대학교 소속 파충류학자 토머스 라듀크는 뱀 각반을 찬 채 호크산의 바위 능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철새 이동 시기에 탐조가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1000ha 면적의 보호구역이다.
“저기 보세요.” 라듀크가 넓적한 역암 바위로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3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굵은 똬리가 보였다. 반신반의한 나는 방울뱀 꼬리에서 나는 특유의 ‘촤르르’ 소리를 예상하며 아주 조금씩 다가갔다. 반응이 없었다. 이 뱀은 그저 햇볕을 쬐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