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동굴들이 간직한 단서들
글 : 유디지트 바타차르지 사진 : 로비 숀
한 용감한 기후과학자가 그린란드 북단에 있는 미탐사 동굴들로 모험을 감행한다. 그곳에 남아 있는 놀라운 과거의 흔적들이 갈수록 따뜻해지는 미래에 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헬기 한 대가 회전 날개로 찬 공기를 가르며 절벽 꼭대기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지나 모슬리는 심호흡을 하며 그린란드의 황량한 풍경을 바라봤다. 남쪽으로 얼어붙은 호수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갈색과 회색을 띠는 고원들에 자리를 내줬다. 저 멀리에서 듬성듬성한 빙하가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반대 방향으로 지평선 너머 약 900km 떨어진 곳에는 북극이 있었다. 그녀 외에 다른 사람이라고는 헬기 조종사와 모슬리의 인생 동반자이자 이 기사의 사진작가인 로비 숀, 기술 등반 전문가 크리스 블레이클리뿐이었다. 날씨가 영상을 웃돌 정도로 포근했지만 모슬리는 당장이라도 폭풍이 불어닥쳐 거센 바람과 짙은 안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럴 경우 그들은 즉각 떠나든지,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외지고 험악한 편에 속하는 환경에 고립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은 잠재적인 재난을 마주하느냐, 중요한 발견을 하느냐의 기로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영국 출신의 고기후학자이자 동굴 탐험가인 모슬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동굴에 속하는 울프랜드 동굴(WUL-8)에 첫발을 딛는 탐사대의 일원이 되기를 10년 넘게 간절히 꿈꿔왔다. 그녀는 그린란드의 기후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시료들을 채취하기를 바라왔다.
그녀는 냉전 시대의 흐릿한 정찰 사진에서 처음으로 이 동굴을 어렴풋이 봤다. 고대 요새를 닮은 깎아지른 암벽의 높은 곳에 동굴 입구가 있었다. 그 사진은 즉각 그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어느 누구도 그 동굴 안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15년 동안 그녀는 똑같은 질문들에 매달렸다. 얼마나 큰 동굴일까? 깊이는 얼마나 될까? 어떤 귀중한 과학적 자료들이 그 안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