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숨은 관리자들을 만나보자
글 : 에릭 올트 사진 : 잉고 아른트
불개미는 숲의 숨은 영웅일 뿐 아니라 어쩌면 가장 위대한 사회적 관리자인지도 모른다.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 잉고 아른트는 약 50년 전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독일에 있던 자택 근처의 숲을 돌아다니다가 처음으로 거대한 개미총을 발견했다. 부자가 수목이 울창한 지역에서 한 모퉁이를 돌았을 때 바로 그곳에 1.5m 높이의 둔덕이 보였다. 그 둔덕은 두껍게 층을 이룬 가문비나무 잎과 작고 붉은 개미 떼로 뒤덮여 있었다.
아른트는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아주 특이한 냄새 때문에 그런 충동을 억눌렀다. 공기가 텁텁하고 마치 식초처럼 코를 찌르듯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평생 그 냄새를 잊지 못해요.” 그는 말한다.
아른트는 성인이 된 후 파타고니아의 퓨마와 호주의 캥거루 같은 동물을 찍으러 다니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몇 년 전 그는 아내와 함께 독일의 시골로 이사했다. 그는 그 지역의 소나무 숲을 도보로 여행하면서 주변 환경을 보며 개미총과 그곳에 사는 아주 작은 기술자 군집에 매료됐던 때를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몸길이가 대략 5mm에 불과한 곤충들이 어떻게 그토록 거대한 구조물을 쌓았을까? 그리고 녀석들은 어째서 그렇게 톡 쏘는 냄새를 내뿜었던 것일까?
이제 아른트에게는 자신이 가진 의문들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도구와 경험이 있었다. 고해상도 사진기와 접사용 렌즈를 갖춘 그는 개미총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과학적 견해를 얻기 위해 촬영한 사진들을 연구원들과 공유했다. 그 결과 둔덕을 만든 그 생명체들은 실제로 특별한 존재로 드러났다. 녀석들은 과학적으로 불개미속의 한 집단으로 분류되는 불개미로 이른바 핵심종을 통틀어 몸집이 가장 작은 편에 속했다.
환경 보호 활동가들 사이에서 코끼리와 상어 같은 핵심종은 면밀히 관찰할 대상이다. 녀석들의 행동이 생태계의 많은 측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이 동물들이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게 될 것이다. 불개미는 대개 유라시아의 온대림과 북부 한대 수림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벌목과 도시화, 산불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더 잦아진 가뭄 및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숲들이 파괴되면서 개미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을 비롯해 불개미의 서식지에 해당하는 몇몇 나라들이 녀석들을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오늘날 아른트의 사진 탐구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됐다. 그가 2년 전부터 만들어내고 있는 사진들은 다양한 동식물 종을 아우르며 수많은 공생 관계를 형성하는 이 불개미의 흥미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숨겨진 곤충 세계의 경이로움을 드러내 보였다.
거대한 보금자리는 지상과 지하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불개미가 땅속에 굴을 파고 솔잎과 나뭇잎, 나무껍질, 잔가지를 모아서 만든 것이다. 둔덕이 세워지면서 각각에 새로운 입구들과 통로들이 생기고 3만-1600만 마리 이상의 개미가 서식하게 된다.
아른트는 이 감춰진 사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 연구소 소속의 곤충학자 베른하르트 자이페르트와 독일 율리우스 막시밀리안 뷔르츠부르크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동물학자 위르겐 타우츠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연구원들은 아른트의 사진들을 이용해 불개미들이 어떻게 숲의 구성원들을 놀라운 방식으로 지휘하는지 설명해줬다.
일례로 이 불개미들은 배 뒤쪽에 있는 독샘에서 폼산을 만들어낸다. 이 곤충들은 집을 지을 때 송진을 모아 그것에 폼산을 분사한다. 송진에는 항균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폼산 자체에도 항균성이 있다. 이렇게 더 강력한 물질이 탄생하면 불개미들은 이를 구조물 전체에 발라 세균과 곰팡이성 병원균을 퇴치한다.
폼산은 이 불개미 종의 해충 방제 역할에도 힘을 더한다. 이 액체는 가문비나무 숲에서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에 속하는 나무좀아과 딱정벌레 같은 다른 곤충들을 처치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무를 약화시키고 파괴하는 딱정벌레의 수를 줄이는 것은 나무에 사는 진딧물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켜준다. 개미들은 진딧물을 “짜서” 감로를 분비시키는데 이 감로가 불개미들의 주 식량원이 된다.
아른트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더 큰 동물들이 일부러 폼산을 맞으러 오는 장면도 포착했다. 한 희귀한 사진에는 개미총 위에 내려앉은 어치 한 마리가 차분하게 꼬리를 펴서 개미들이 기어 올라와 공격하도록 내버려두는 모습이 확인됐다. “불개미들이 어치를 적으로 인식해 산을 분사하죠.” 타우츠는 설명한다. 어치는 해를 입지 않은 듯하지만 이 독소는 새의 몸에서 발견되는 이와 진드기 같은 기생충들을 흩어지게 하거나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많은 조류 종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불개미의 이런 행동이 도움이 된다.
몇몇 불청객들은 불개미 공동체와 함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많은 혜택을 누렸다. 사회적인 곤충인 개미는 군집을 이루고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지만 진드기와 거미, 파리 등 다양한 종들과 보금자리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 가지 이유는 이 같은 침입자 중 일부가 일찍이 익숙한 냄새를 뒤집어쓴 채 성장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잎벌레 한 마리가 개미총 위나 근처에 알을 낳으면 일개미들이 무심코 그 알들을 집 안으로 가져갈지도 모른다. “애벌레들이 실제로 둔덕 안에서 사는 거죠.” 아른트는 설명한다. 알, 그다음에 애벌레, 최종적으로 번데기가 모두 이 보금자리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렇게 녀석들은 숙주인 불개미에게 들키지 않고 그 피신처를 이용해 생존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단일 개미총 안에서 평균 10여 종 이상의 서로 다른 종이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른트의 프로젝트는 흔히 간과되는 이 생물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기이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아른트는 이 보호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때때로 불개미들은 다른 뜻이 있었는지 그의 몸에 슬쩍 올라타곤 했다.
“내가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으면 녀석들이 나타나 내 바지 위를 돌아다니고 있지 뭐예요. 하지만 나는 늘 녀석들을 보금자리에 도로 데려다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말한다. 숲에는 개미의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