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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서 발견된 신비로운 고리들

글 : 베로니크 그린우드 사진 : 로랑 발레스타

해저에서 기묘할 정도로 완벽한 형태의 원 수백 개가 발견되자 그 정체를 두고 온갖 설이 난무했다. 4년에 걸친 수중 탐사 끝에 숨겨진 세계가 드러났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2011년 9월 중순,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이었다. 해양 생물학자 크리스틴 페르젱-마르티니는 길이 30m의 소형 탐사선 선실에 앉아 프랑스령 코르시카섬 해안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중해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선실 창밖으로는 짙푸른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러나 페르젱-마르티니의 관심은 아른거리는 물결이 아닌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에 있었다.
 
사진작가 로랑 발레스타와 탐사대는 지중해에서 고리의 기원을 조사하던 중 잠수부들이 좀처럼 볼 수 없는 황금산호를 비롯해 형형색색의 해양 생물들을 발견했다.
페르젱-마르티니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선박에 탑재된 수중 음파 탐지기에서 전송된 영상이 나타나 있었다. 이 탐지기는 연신 짧은 음파를 방출하며 수심 약 120m 아래에 있는 해저 지형을 시각화했다. 해양 과학자 페르젱-마르티니가 한 달간 이어진 임무를 마무리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수 인원으로 꾸린 탐사대에는 그녀의 남편이자 해양학자인 제라르 페르젱과 프랑스 코르시카파스콸레파올리대학교 소속의 한 대학원생이 포함됐다. 페르젱-마르티니는 대원들과 함께 이 지역의 해저를 지도화하고 있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목표가 실은 해양학계의 주요한 미지의 영역을 파악해내려는 시도였다.

지중해 깊은 바닷속은 현대 과학으로도 여전히 풀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해저 대부분은 일종의 경계 지대에 존재한다. 심해 채굴 회사가 관심을 갖기에는 수심이 너무 얕고 해안에 가까우며 일반 스쿠버 다이버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깊기 때문이다. 페르젱-마르티니와 동료들은 이 깊은 해저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더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배가 물살을 가르는 사이 과학자들은 모니터에 속속 등장하는 흐릿한 흑백 영상들을 지켜봤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모래와 작은 돌, 더 많은 모래만 등장했다. 모두 이미 전에 봤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참으로 기묘한 것이 화면에 나타났다.
 
유럽아귀 한 마리가 고리 근처의 모래 속에 숨어 있다. 녀석은 땅에 납작 붙어 있어 어지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완벽한 원 하나, 또 다른 하나, 또 하나의 원이 화면에 잡혔다. 모두 비슷한 크기로 지름이 약 20m였으며 윤곽이 뚜렷했고 완벽할 만큼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더욱 희한한 점은 고리마다 정중앙에 어두운 점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고리들이 수십 개는 되는 것 같았다.

과학자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는 그게 뭔지 전혀 몰랐어요.” 페르젱-마르티니는 말한다. 탐사대는 신중하게 위치를 기록하고 원격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 영상을 수집했다.

그러나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다. 탐사대는 원의 모습을 촬영했지만 시야가 너무 흐릿한 탓에 그것이 침몰한 화물이 아니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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