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시대의 여전사들
글 : 헤더 프링글 사진 : 노라 로렉 삽화 : 아리아 사파르자데간
지난 수백 년간 위대한 북유럽 전사들의 영웅담은 남성과 그들이 전장에서 이룩한 경이로운 위업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발견된 증거들을 통해 일부 바이킹 여성들 역시 뛰어난 전사들이었으며 그들의 저력이 비단 싸움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내가 또다시 그 익숙한 전율, 다시 말해 현실에서 벗어나 일순간에 과거의 다른 세상으로 옮겨간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어느 나른한 일요일 아침 스웨덴 스톡홀름의 철도 중앙역에서였다. 스칸디나비아에서 민담을 연구하던 나는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소속 고고학자인 샬로테 헤덴스티에르나-욘손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스톡홀름 서쪽의 한 섬에 있는 고대 바이킹 정착촌인 ‘비르카’를 안내해주겠다고 제안한 터였다. 여객선이 출항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헤덴스티에르나-욘손은 자신의 가방에서 19세기 판화를 확대한 복사본을 꺼냈다.그녀는 그 복사본을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펼친 뒤 주름진 부분을 폈다. 복사본을 응시하던 나는 철도역의 단단한 벽이 홀연 사라지면서 불현듯 바이킹 시대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의 사진처럼 정밀한 그 판화는 바이킹의 유해와 갖가지 무기가 안치된 거대한 지하 묘실을 묘사하고 있었다. 1877년에 스웨덴 출신의 고고학자 얄마르 스톨페가 비르카에 있는 바이킹 군사 기지 부근에서 현재 ‘Bj 581’로 알려진 이 무덤을 발견했다.
나는 판화에 묘사돼 있는 무덤 내부를 주시했다. 묘실 반대편에 두 마리의 말 유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정중앙에는 사람의 유골이 모로 누운 자세로 놓여 있었는데 한때 시신이 어딘가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허리가 앞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 옆에는 쇠로 만든 등자 한 쌍과 값비싼 의복의 일부, 고대 말판이 놓여 있었다. 유골의 주변에는 칼집에 꽂힌 장검과 도끼, 백병전용 단검, 창 두 개, 방패 두 개, 25개가 넘는 화살 등 각종 무기가 배치돼 있었다. 연구원들이 오랫동안 바이킹 여성과 연관 지어 생각했던 장신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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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IC COLLECTION/ALA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