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파기올빼미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
글 : 제시카 쿠츠 사진 : 잭 다이킹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광범위한 도시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작은 서부굴파기올빼미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환경 보호 활동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판지로 만든 반려동물 이동장이 수건으로 덮인 채 사막풀이 자라는 작은 땅뙈기에 놓여 있었다. 한편 동물 구조대원인 에릭 머리는 근처에 있는 콘크리트 블록 위에 쪼그리고 앉아 두꺼운 손 보호용 장갑을 고쳐 끼었다. 그 후 머리는 순간적으로 민첩하게 이동장 속으로 팔을 넣어 작은 올빼미 한 마리를 꺼냈다.그 올빼미는 성체였으나 몸길이가 약 23cm에 불과했으며 가늘고 긴 다리에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는데 녀석의 크고 노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더운 봄날, 머리와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북서쪽에 있는 약 97ha 면적의 초원 ‘마틴 농장’에 모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조류 방사 작업에 참여한 터였다. 머리는 올빼미의 한쪽 날개를 조심스럽게 펼쳐 성별이 암컷인지 확인했다. “아래로 쭉 줄무늬가 있어요.” 머리가 깃털 안쪽까지 난 짙은 줄무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후 그는 최근에 만들어진 임시 보호소, 즉 얇은 검은색 그늘막으로 된 가로세로 각각 3m 크기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는 그늘막의 한 귀퉁이를 들어 올린 후 올빼미를 조심스럽게 던져 넣었다.

다음으로 자원봉사자들은 또 다른 올빼미를 임시 보호소에 들여보냈다. 두 마리 모두 불안한 듯 연신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녔다. 보고 있기가 힘든 장면이지만 이런 과정은 연중 수백 차례씩 반복되곤 했다. 마틴 농장에는 이러한 그늘막이 토지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25개 설치돼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작업을 주도한 동물 구호 단체 ‘와일드 앳 하트’는 투손시 당국을 설득해 이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현재 이 단체는 애리조나주 내 여러 공유지와 사유지에서 일곱 곳의 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한 달 후 천막이 치워진 자리에, 정확히는 땅속에 새들이 둥지를 트는 것이었다. 굴파기올빼미인 이 새들은 땅속에서 살도록 진화한 올빼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조류 종은 생존에 점점 더 위협을 받고 있다.
굴파기올빼미는 한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편이었으나 지난 150년 동안 그 수가 급감했다. 현재 이 새는 캐나다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멕시코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위협종으로 지정됐고 미국 서부의 많은 지역에서도 다양한 보호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문제의 주된 원인은 굴파기올빼미가 보금자리로 삼던 땅을 잠식하는 도시 개발과 상업적 농업이다. 이러한 현상은 애리조나주, 특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손꼽히는 피닉스 대도시권에서 두드러진다. 피닉스에서는 외곽 곳곳에 산업 시설과 태양광 발전 단지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굴파기올빼미는 흔히 오소리와 프레리도그, 땅다람쥐가 버린 굴을 차지해 서식하도록 진화했다. 미국 서부에서는 가뭄과 과거의 퇴치 운동으로 인해 한때 굴파기올빼미가 의존하던 이 동물들의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에서는 와일드 앳 하트가 굴파기올빼미를 멸종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표면 바로 아래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여러 땅굴에서 시작된다.

개별 천막 안에 있는 두 마리의 굴파기올빼미는 30일 동안 매일 냉동 생쥐 세 마리를 나눠 먹으며 생활하게 된다. 이후 그늘막이 치워지면 자원봉사자들이 돌아와 한 주 동안 추가로 먹이를 제공하며 이 올빼미들이 새로운 사냥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되고 실행된 올빼미 이주 프로그램은 30년도 더 전에 열정적인 환경 보호 활동가 밥 폭스와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아내 샘 폭스가 애리조나주의 수렵 및 수산국 산하 시설에서 다친 동물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던 때부터 시작됐다. 1991년, 샘은 새끼 원숭이올빼미 ‘치아’를 임시 보호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부부는 자택 뒤뜰에 작은 새장을 만들었다. 치아가 충분히 자라자 두 사람은 녀석이 부모와 떨어져 옮겨져 온 새끼 올빼미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 같은 활동을 수행하려면 애리조나주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UFWS) 양쪽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폭스 부부는 자신들만의 재활 센터를 열게 됐다. 이 센터는 피닉스 교외의 케이브크리크에 위치한 전문 시설로 원숭이올빼미와 물수리, 매 같은 부상당한 맹금류를 수용한다. “이 일은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에 열정이 필요했습니다.” 밥은 말한다.

인공 땅굴에 관한 아이디어는 샘 폭스가 제안했다. “이주 작업에 체계가 없었어요. 그래서 올빼미들을 방생할 준비가 됐을 때 샘은 ‘새들을 그냥 풀어주면 안 되고 녀석들에게 뭔가를 지어줘야 한다’고 말했죠.” 밥 폭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한다.
이 구조 단체는 마침내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굴을 설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힘겨운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느 해에는 오소리 한 마리가 손쉬운 먹잇감을 찾아 50개의 굴을 이빨로 갉아 뚫고 들어오기도 했고 또 다른 해에는 폭우로 인해 굴이 침수돼 올빼미가 살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다. 현재 굴은 드럼통 아래 설치된 철망 덕분에 땅굴을 파는 동물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배관으로 된 입구는 대부분 높게 설치돼 있고 돌들로 둘러싸여 있어 홍수가 나도 굴이 침수되지 않는다. 또한 구조 팀은 나무 말뚝으로 횃대를 추가로 만들어 올빼미들이 지상에서 포식 동물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천막이 걷힌 후에 발생했다. “복잡한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올빼미들이 천막 안에 알을 많이 낳았는데 모두가 그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일부 알들은 방치되고 있었고 아무도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 비영리 단체의 서식지 조정자 그레그 클라크는 털어놓는다.

결과적으로 와일드 앳 하트는 너무 많은 올빼미를 한 우리 안에 넣어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섯 마리에서 10마리가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모든 올빼미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고 포란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클라크는 설명한다.
번식기인 3월부터 8월까지 수컷 올빼미들을 이동시키는 일이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수컷들은 그 지역에서 사냥을 한 경험이 없는 데다가 천막이 걷히자 공짜로 제공받던 생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암컷들은 더 나은 짝을 찾아 굴을 떠나곤 했다.
이 모든 문제로 인해 올빼미들이 대규모로 폐사했다. 연구진은 이주한 올빼미 43마리와 원래 상주하던 올빼미 42마리에게 무선 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 문제들로 인한 결과를 추적할 수 있었다. 대개 이주한 올빼미들이 더 높은 폐사율을 보이는데 이번 경우에는 그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주한 올빼미 중에서는 24마리가 죽은 반면 상주하던 올빼미 중에서는 11마리가 죽은 것이다. “상황이 전혀 좋지 않았죠.” 데즈먼드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와일드 앳 하트는 이제 더 작은 천막을 사용해 천막 간 간격을 넓히고 올빼미들을 한 쌍씩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의 이주 지역이 최대 50마리의 올빼미만 수용할 수 있다. 만약 그 지역들이 꽉 차 있다면 서식지를 잃은 올빼미들은 더 오랜 기간 보호소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녀석들은 신체 능력이 저하될지도 모르며 이는 결국 자연에 방사된 후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조 팀은 해결책을 찾고자 기존의 올빼미 서식지로 침입해 들어오고 있는 몇몇 태양광 개발업자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4000ha가 넘는 땅을 개발하고 있는 롱로드 에너지 회사가 최근 수천 헥타르의 땅을 개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 회사는 와일드 앳 하트와 협력해 지정된 땅에 새로운 굴들을 조성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빼미는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우리는 성공할 수 있어요. 다만 방법을 훨씬 더 많이 생각해내야 합니다. 지금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존슨은 말한다.
천막들이 마틴 농장에서 걷히고 두 달 후, 와일드 앳 하트 소속 생물학자 제넌 리든이 차를 몰고 초원을 가로지르며 널찍이 떨어져 있는 굴 자리들을 이동해 다녔다.
리든은 멀리서 뭔가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후 자세히 보려고 망원경을 들었다. 한 올빼미 가족이 보였는데 그중에는 날개를 펼쳐 시험 비행을 하는 열성적인 새끼 올빼미들도 있었다.

굴 위에서 어린 올빼미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친 반면에 또 한 마리는 도움닫기를 하고 날아오른 후 짧게 원을 한 바퀴 그리고 땅으로 돌아왔다. 그 어린 올빼미들에게는 표식이 없었기 때문에 녀석들이 이주된 올빼미들의 새끼인지 아니면 근처 다른 지역에서 온 올빼미들인지 알기는 어려웠다.
보통 방사를 하면 이주한 올빼미들 중 약 25%가 그 자리에 머물며 번식을 할 수도 있다. 이 올빼미들은 이주하지 않은 올빼미들에게서 관찰되 듯 대개 여섯 개의 알을 낳지만 이 알들이 모두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새로운 올빼미 가족은 어린 새끼 두 마리를 기를 수 있는데 이는 이 가족이 비교적 운이 좋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필연적으로 일부 올빼미들은 더 마음에 드는 천연 땅굴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것이 애초에 마틴 농장의 건조한 초원이 선택된 이유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주변 들판에 여전히 살고 있는 오소리와 땅다람쥐 같은 타고난 굴파기 동물들과 아주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올빼미들이 원래의 서식지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녀석들이 떠나온 곳은 이미 주택 개발지나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건설 현장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