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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비를 찾아서

글 : 레나 에펜디 사진 : 레나 에펜디

한 여성 탐험가가 아버지의 이름을 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편에 속하는 나비를 찾기 위해 대장정에 나섰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아버지는 나비의 평균 수명이 몇 주를 넘기는 법이 거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비에 매료됐던 아버지는 살아생전 수많은 나비를 잡았다. 아버지는 핀과 족집게로 나비를 납작한 목판 위에 올린 후 단 하나의 더듬이도 훼손하지 않은 채 날개를 폈다. 그런 다음 나비의 가슴에 작은 바늘을 꽂아 이 곤충을 폼 보드에 고정시킨 뒤 몸통과 날개를 보존하기 위해 화학 약품을 발랐다. 아버지는 나비와 나방을 종과 과에 따라 세심하게 분류해 진열장에 보관했다. 확대경을 이용해 작은 이름표에 라틴어 학명도 새겨 넣었다.

내 아버지 루스탐 에펜디는 소련의 구성국 중 하나였던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나비류 연구가로 캅카스 지역의 나비 및 나방을 연구하는 권위자였다. 어릴 적 아버지는 겨울의 대부분을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비의 계절이 시작되는 늦봄을 기다리곤 했다. 저지대의 들판에 남은 눈이 다 녹으면 아버지는 이내 나비를 연구하고 채집하기 위해 산으로 떠났다. 그러고는 병에 담은 고치와 성냥갑 속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 봉투에 넣은 나비 등을 가져오곤 했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중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이 폴라로이드 사진은 내 나이 10살 때인 1987년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있던 우리 집 발코니에서 찍은 것이다. 4년 뒤 아버지는 56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별세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기자 겸 사진작가로 일한 나는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에 매달리게 됐다. 

몇 년 전 나는 아버지에 대한 위키백과 웹페이지에서 한 링크를 클릭하게 됐다. 그러자 한 나비 사진이 떴다. 사진 밑에는 “네발나비과에 속한 사티루스 에펜디 종”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나비류 연구가 유리 네크루텐코가 1989년에 캅카스 지역에서 새로운 나비 종을 발견했으며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인 내 아버지를 기려 그 나비의 이름을 명명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유리는 아버지에게 장난삼아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딸만 있으니 자네의 성은 이 나비를 통해 이어지겠어. 이 나비가 멸종되지 않기를 바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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