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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시대 이후에도 생존한 생물들

글 : 해나 노르다우스 사진 : 제니퍼 헤이스

철갑상어는 1억 6200만 년 동안 갖가지 위협을 견뎌내며 살아남았다. 인간이 녀석들을 멸종위기로 몰아넣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살아 있는 화석과도 같은 이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드넓은 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 때는 12월. 카자흐스탄 남부 시르다리야강 근처의 풍경은 갈색과 회갈색으로 얼룩덜룩하다. 겨울잠에 든 풀, 토사가 쌓인 범람원,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그림 같은 풍경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러나 버니 쿠하이다가 찾아 헤매는 것을 생각하면 이만한 장소는 없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26종의 철갑상어는 모두 취약종, 위기종, 위급종 또는 자연에서 절멸한 종으로 분류돼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수십 년째 시르다리야철갑상어를 목격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미 이 종이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생 보존 생물학자인 버니 쿠하이다(오른쪽)는 여전히 이 어종을 찾아다니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DAVID GUTTENFELDER
“이곳이 바로 우리가 찾던 서식지입니다.” 미국 테네시 수족관 보존 연구소에서 일하는 해양 보존 생물학자 쿠하이다는 말한다. 쿠하이다는 이 강의 토종 철갑상어인 시르다리야철갑상어를 찾고 있다. 1960년대 소련이 수계 전역에 댐을 잇달아 건설하면서 이 철갑상어는 자취를 감췄다. 시르다리야강은 키르기스스탄 고봉에서 발원해 지금은 흔적만 남은 아랄해로 흘러드는데 댐 공사로 인해 시르다리야철갑상어가 산란장으로 가는 길이 막히고 강의 흐름도 완전히 바뀌었다. 쿠하이다는 철갑상어가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이 드넓은 강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몇 달 전 쿠하이다는 보존 단체 ‘리와일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단체는 적어도 10년 이상 목격되지 않아 멸종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단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한 생물을 이른바 ‘사라진 종’으로 규정하고 이런 종을 찾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리와일드 관계자들은 쿠하이다가 시르다리야철갑상어를 직접 본 몇 안 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연락한 것이다. 1990년대, 대학원생이었던 쿠하이다는 영국 런던과 러시아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해 가늘고 긴 시르다리야철갑상어 표본 27개를 촬영했다. 표본은 오랜 세월 보관돼 허옇게 색이 바랜 상태였다. “나한테 전문가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죽은 채 병 속에 담겨 있는 녀석들만 봤다고 대답했죠.” 리와일드와의 통화를 떠올리며 쿠하이다는 말한다.
 
철갑상어 개체수를 다시 늘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 뉴욕주 세인트로렌스강에 서식하는 이 호수철갑상어는 100년 이상 살 수 있으며 15-33살이 돼야 번식을 시작한다. DAVID DOUBILET
시르다리야철갑상어는 생김새가 독특한 물고기다. 몸길이가 최대 22cm에 불과해 26종의 철갑상어 중 가장 작다. 반면 몸집이 가장 큰 철갑상어는 벨루가철갑상어다. 모든 철갑상어는 주둥이가 길고 납작하며 수염처럼 늘어진 촉수 바벨로 바닥에 사는 먹이를 찾아낸다. 몸통에는 뼈처럼 단단한 다섯 줄의 굳비늘이 나 있다. 이 고대 물고기는 다른 생물과 절대 헷갈릴 수 없다. 메기와 상어, 스테고사우루스, 전정톱이 합쳐진 모습을 상상하면 철갑상어의 생김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철갑상어는 약 1억 6200만 년 동안 기후변화와 대륙 이동, 화산 폭발, 대량 멸종을 겪으며 살아남았다. “녀석들은 공룡을 쓸어버린 소행성 충돌은 물론 자연과 우주가 안겨준 온갖 시련을 이겨냈죠.” 쿠하이다는 말한다. 그러나 인간을 견뎌내지는 못했다. 오늘날 철갑상어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물고기다. 1970년 이후 전 세계 철갑상어 개체수는 94%나 줄어들며 사실상 괴멸 상태에 이르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5종의 철갑상어를 취약종 또는 위기종으로 분류했으며 그중 17종은 위급종으로, 한 종은 이미 자연에서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르다리야철갑상어를 포함한 세 종의 위급종 역시 안타깝게도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수철갑상어가 수염처럼 생긴 촉수 바벨 네 개로 바닥을 훑으며 먹이를 찾다가 침입종인 얼룩말홍합을 먹고 있다. 철갑상어는 상어처럼 주둥이에 전기 수용체가 있어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철갑상어는 생태적으로 보면 멸종 직전에 놓여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지구상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동물에 속한다. 철갑상어 개체수가 감소한 이유는 대부분 남획 때문이다. 철갑상어 알은 소금에 절여진 후 전 세계에 판매된다. 지위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캐비아는 약 30g짜리 한 통에 2만 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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