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구를 통해 찌르레기 떼가 아름답게 모양을 바꾸는 구름처럼 이동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겨울 저녁이면 유럽과 북아메리카 곳곳에서는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쯤 수천 마리의 찌르레기들이 하늘에 모인다. 이 새 떼는 밤에 휴식을 취할 장소로 내려가기 전에 자연에서 가장 극적이라 할 만한 장관을 연출한다. 찌르레기 떼는 한 몸처럼 움직이다가 물결치듯 퍼지고 다시 선회한다. 한데 모인 찌르레기가 이탈리아 로마의 산피에트로 대성당 위로 소용돌이치며 날아오르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새가 조화를 이루며 날 수 있을까? 연구원들은 100년이 넘게 이 불가사의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맸다. 1931년, 찌르레기의 군무를 ‘하늘에서 펼쳐지는 광기’로 묘사한 조류학자 에드먼드 셀루스는 이런 움직임이 텔레파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찌르레기가 “분명 동시에 집단적으로 생각을 공유한다”고 썼다. 많은 사람들처럼 셀루스도 복잡한 행동 양식에는 그만큼 복잡한 원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프로그래머들과 물리학자들이 그와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상의 찌르레기 개체들이 언뜻 보기에 단순한 규칙에 따라 소통하지만 실제 새 떼의 조직화된 움직임과 유사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이 컴퓨터 모의실험은 설득력이 있었으나 연구진에게는 이 자료와 대조할 실제 찌르레기 떼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 그러다 200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물리학자 부부인 안드레아 카바냐와 이레네 자르디나가 이끄는 연구진이 큰 진전을 이뤘다. 이들은 3년 동안 추운 저녁마다 마시모 궁전의 꼭대기에 올라가 여러 대의 사진기로 로마에서 특히 더 장관인 찌르레기 군무를 촬영했다. 연구진은 이때 촬영한 사진들을 이용해 4000마리 이상의 새가 함께한 군무에서 각 개체의 위치를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연구진은 찌르레기 떼의 규모와 상관없이 각 찌르레기가 오직 이웃한 일곱 마리와만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녀석들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웃 개체는 순간순간 바뀌지만 찌르레기는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동료를 따라가지 않는다. 찌르레기들은 단지 가장 가까운 일곱 마리의 새와 같은 방향으로 날면서 서로 너무 붙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한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 소속 샬로트 헤멜레이크는 기체 역학의 몇 가지 기본 원리와 정렬 및 끌어당김, 회피라는 세 가지 규칙을 컴퓨터 모델에 적용해 실제와 흡사한 가상의 찌르레기 군무를 생성했다. 이 결과는 로마에서 수집된 자료와 일치했다.
이 연구는 찌르레기들이 종합적 계획이나 지휘자, 텔레파시를 이용한 집단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녀석들은 별다른 소통이 필요하지 않다. 단 몇 미터 거리에서 이뤄지는 가장 단순한 소통만으로도 하늘을 수놓는 숨이 멎을 듯한 복잡한 군무가 탄생하는 것이다. 찌르레기 떼가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 위 하늘에서 휘돌며 군무를 추고 있다.
지난 20년간 로마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계속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한 마리의 찌르레기가 회전하면 그로 인한 새로운 정렬이 이웃한 녀석들에게, 또 그 옆의 이웃에게 순차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말 옮기기 놀이에서처럼 서서히 실수가 생기기 시작해 새들이 새로운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사실 그런 오류들은 새들의 움직임에 의해 증폭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라진다. 자르디나에 따르면 찌르레기 떼는 물리학자들이 ‘무척도 상관관계’라고 부르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정보가 왜곡되지 않고 늘 끝까지 전달되는 말 옮기기 놀이”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비행하는 찌르레기 떼의 대형이 아무리 커져도 각 새의 움직임은 다른 모든 개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한 마리가 회전하면 다른 모두가 회전한다. 각각의 찌르레기는 이웃한 일곱 마리의 새에게만 집중한다. 그러나 녀석의 감각은 무리 전체에 효과적으로 확장돼 멀리 떨어진 새들에게 일어나는 일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찌르레기 떼는 하나의 존재처럼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발견에 힘입어 더 대담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 찌르레기 군무에 숨겨진 사실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헤멜레이크는 롤프 스톰스와 마리나 파파도풀루를 포함한 동료들과 함께 찌르레기의 회피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송골매처럼 고안한 로봇을 찌르레기 떼에 날려보냈다. “현장에 나가서 포식 동물이 공격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그런 일은 두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니까요. 로봇이 그 문제를 해결해주죠.” 파파도풀루는 말했다. 그녀는 가짜 송골매로 촬영한 장면을 이용해 찌르레기 떼가 바깥으로 흩어지는 급격한 확장이나 새 떼 가운데에 빈 공간이 생기는 공극 등의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파파도풀루는 송골매의 움직임과 찌르레기 떼의 이전 대형, 개별 찌르레기의 반응에 따라 이런 이동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밝혀내고 있다.
연구진은 또한 찌르레기 떼를 장기간 추적하고 싶어 한다. 로마에서 수집된 자료는 고정된 사진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찌르레기들이 사진기 화각에 들어올 때만 촬영됐다. 자르디나의 동료들은 찌르레기 떼를 추적할 수 있는 회전식 사진기들로 구성된 새로운 네트워크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찌르레기들만 있으면 된다. 찌르레기 떼가 네덜란드 북부에서 비행하던 중 대형을 바꾸며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찌르레기 떼의 수가 훨씬 적어졌습니다.” 자르디나는 말했다. 그녀는 로마의 찌르레기가 왜 감소했는지 알지 못한다. 로마 당국은 이 새들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섬광등과 확성기를 사용해 녀석들을 쫓아낸다. 하지만 찌르레기는 로마 외에도 토착 서식지 전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60년 동안 찌르레기 개체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고 덴마크에서는 60%가량 줄었다. “지난 2-3년 동안 대규모 찌르레기 떼를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이 기사에 사진을 제공한 쇠렌 솔케르는 말한다. 비단 찌르레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기간 동안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각각 5억 5500만 마리와 29억 마리의 새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인간이 야기한 기타 원인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두 대륙 모두 가장 흔했던 새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찌르레기는 이러한 개체수 감소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녀석들은 어느 한 종이 멸종을 면하고 단지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종은 번성하며 그 수가 풍부해야 한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 만한 현상은 대부분 생명체가 다수로 함께 움직일 때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찌르레기 떼가 됐든 녀석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뇌 속 신경망이 됐든 말이다. “찌르레기 군무를 보고 있으면 그 외부 현상이 마치 내 안의 뭔가를 비추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자연과 공유하는 보편적 유대감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죠.” 솔케르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