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주인을 닮은 이유
글 : 타라 로 사진 : 제라드 게팅스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반려견이 주인을 닮았을 뿐 아니라 행동까지 비슷하다는 오랜 속설이 입증됐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저지주 교외에서 열린 페닝턴의 날 기념 도그쇼의 닮은꼴 대회에 참가한 나는 대회장에 들어설 때 자신감에 찬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 반려견이었던 코커스패니얼 ‘사커’는 황갈색 털과 기다랗게 축 늘어진 귀를 갖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곱슬곱슬한 내 금발 단발머리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이후 몇 년간 사커와 나는 잘 어울리는 의상을 갖춰 입고 페닝턴의 날 대회에 참가했다. 우리는 늘 비슷한 성과를 내며 푸른 리본을 연달아 따냈다. 그 이후 내가 뭔가를 그렇게 한결같이 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다. 주인과 반려견이 서로 닮은 경우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정 관념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15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주인과 반려견의 외모와 행동이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실험에서 지원자들은 사진만 보고 반려견과 주인을 짝지어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결과 우연히 맞혔을 때보다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한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이 반려견과 주인의 눈만 보고도 서로 올바르게 짝지어졌는지를 성공적으로 추론해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들이 종종 자신의 머리카락과 비슷한 길이의 귀를 가진 반려견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는 적당한 자아 도취의 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자신과 닮거나 자신의 특징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개를 반려견으로 고른다고 추측한다. 내가 어릴 때 내 부모님 역시 무의식 중에 본인의 자식과 닮은 사커를 반려견으로 고른 것이 아닐까 싶다.

“반려견과의 관계는 우리가 동반자를 찾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이번 검토 작업을 이끈 야나 벤더는 말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구인류학 연구소 산하 도그스터디 연구단 소속인 그녀는 반려견과 주인이 “다른 여러 인간 관계만큼이나 매우 깊은 관계”를 맺는다고 지적한다.
학술지 <성격과 개인적 차이>에 발표된 이번 연구 논문의 저자들은 연구의 여러 한계점에 주목했다. 연구에 참여한 반려견과 주인의 수가 비교적 적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또한 연구에 자원한 주인들 중 다수가 순종견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훨씬 많이 기르는 잡종견에 대한 자료가 추가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주인의 편견도 영향을 준다. 반려견 성격 평가를 위해 표준화된 방법을 사용했지만 각 연구진이 사용한 개념이 서로 달랐고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가족 구성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이러한 편향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인된 질문지를 사용하고 주인들에게 반려견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더욱 명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녀석들이 얼마나 착한지 물어보는 대신 말이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의 과학부에서 개의 행동을 연구하는 보르발라 터크산에게 주인이 반려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개의 성격 중 30%가량은 유전되지만 나머지 부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반려견을 강아지 시절부터 기르는 경우 주인은 녀석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존재라는 의미다. 또한 개는 수만 년에 걸쳐 길들여지면서 인간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도록 변화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인을 신뢰할 준비가 돼 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주인은 반려견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터크산은 설명한다. 일례로 “트럭이 큰 소음을 내며 다가오면 반려견은 주인을 쳐다볼 겁니다. 주인이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 반려견은 트럭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죠.” 그녀는 말한다.
벤더는 자신의 연구가 개, 특히 공중 안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견과 경찰견, 장애인 보조견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얼마 전 남편과 나는 ‘마일로’를 입양했다. 마일로는 던진 물건을 물어오는 것과 산책을 좋아하는 잡종견이다. 우리가 닮은꼴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자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마일로가 내 머리 모양과 비슷한 짧은 황갈색 귀를 갖고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내가 남편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역의 보호소와 비영리 단체가 제공한 사진 수백 장을 훑어본 뒤 마일로를 선택한 이유가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머리카락을 기르거나 염색을 한다 해도 내가 마일로를 대하는 방식이 녀석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마일로의 행동이 내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이다. 물론 마일로가 어떻게 행동하든 내 눈에는 늘 가장 사랑스러운 강아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