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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철도의 빛과 그림자

글 : 마이클 핀켈 사진 : 로비 숀, 앤지 스미스

마야 철도는 국가를 통합하고 고대 마야 유적지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이제 사람들은 철도가 들어선 곳에 정확히 무엇이 사라졌는지 묻고 있다.


대형 드릴 장비가 천둥 같은 굉음을 내며 동굴 천장을 뚫고 들어왔을 때 로베르토 로호는 동굴 안에 있었다. 종유석이 무너져 내리자 생물학자 겸 동굴 탐험가인 로호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세를 낮춘 뒤 휴대전화를 꺼내 멕시코 남동부의 유카탄반도에 자리한 한 장엄한 석회암 동굴이 파괴되는 순간을 촬영했다.

얼마 뒤 지상에서 산업용 드릴 장비로 뚫은 구멍 사이로 지름 약 1.2m에 높이가 25m인 녹슨 강철 교각이 내려왔다. 속이 빈 교각 안쪽은 시멘트로 채워졌고 일부 시멘트는 ‘세노테(지하수가 모여 만들어내는 천연 우물)’를 채우고 있는 수정처럼 맑은 물로 흘러 들어갔다. 교각에서 떨어진 녹 부스러기들이 굳지 않은 시멘트와 뒤섞였고 세노테 곳곳이 적갈색으로 물들었다.

이제 이 세노테에만 총 40개의 교각이 4열 종대로 세워졌다. 로호의 계산에 따르면 유카탄반도의 얇은 지반을 뚫고 1만 5000개 이상의 교각이 박혔는데 이는 연쇄 반응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환경 파괴 행위였다. 유카탄반도는 미국 플로리다주보다 면적이 넓지만 지대가 다공질 석회암으로 이뤄진 탓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이나 호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카탄반도 곳곳에 산재한 세노테는 재규어부터 베어드맥에 이르기까지 수백 종의 야생동물은 물론 수백만 명의 멕시코 주민과 이곳을 여행하는 모든 관광객에게 매우 중요한 담수원이다. 마야인들은 1000년 이상 의식용 물품을 세노테에 보관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다수의 세노테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노테에 고여 있는 물이 조금이라도 오염되면 모든 세노테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로호는 말한다. 또한 세노테의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교각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은 메소아메리카 산호초와 멕시코 칸쿤의 해변, 해안선의 방파제가 돼주는 맹그로브 숲은 물론 밀림과 밀림에 사는 야생동물들에게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로호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생태계 학살’이라고 부른다. 순전히 철도 하나 때문에 말이다.
 
자매인 카렌 산체스와 산드라 산체스에게 가족 여행을 위해 바야돌리드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셀피를 찍어 기념할 만큼 특별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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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열차가 승강장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온다. 시원한 냉방이 가동되는 열차 내부는 얼룩한 점 없이 깨끗하다. 세련된 곡선 벽과 잎이 무성한 화분으로 장식된 칸쿤역은 왜 이 철도 사업이 멕시코 근대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기반 시설 공사에 속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마야 철도는 2024년 12월에 전 구간이 개통됐다. 약 300억 달러를 투입해 유카탄반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철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총연장은 1554km로 34개의 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35대 이상의 열차가 최대 시속 160km로 양방향으로 운행한다. 일부 선로는 고가다리 위에 놓여 있다.

“이 철도는 눈부신 성과를 나타냅니다.” 생태학자이자 동굴 탐험가인 헤르만 야녜스가 말한다. 로호와 야녜스는 한때 가까운 사이였다. 로호의 표현에 따르면 둘은 “절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마야 철도가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어떻게 철도가 그런 심한 분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철도로 인해 생긴 갈등은 국가가 나아갈 방향처럼 원대한 측면과 맥주 한 잔의 가격처럼 소소한 측면을 모두 끌어안고 있으며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지구에 몇 안 남은 야생 지대를 보존해야 한다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과, 인간의 영향력이 적절히 발휘됐다면 이를 칭송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마야 철도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2020년에 공사가 시작됐을 때 야녜스와 로호 모두 공사 구간 아래에 있는 세노테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로호는 파괴 상황을 기록한 반면 야녜스는 보물 찾는 일을 도왔다. 2년 동안 야녜스는 멕시코 정부에 고용돼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의 직원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이 연구소의 발굴단은 추진이 예정된 공공사업의 고고학적 영향을 평가한다. 마야 철도 사업을 평가하기 위한 발굴단은 과학자와 지원 인력을 포함해 2000명으로 꾸려졌는데 이는 유례없는 규모였다. 이들은 계획된 철도 노선을 따라 형성돼 있는 밀림을 샅샅이 조사했다.

야녜스가 함께 발굴한 유물 중에는 연대가 AD 900년경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온전한 형태의 마야족 카누가 포함돼 있다. 이 카누는 마야 철도 건설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기 위해 새롭게 건립 중인 아홉 개의 새 박물관 중 한 곳에 전시될 가능성이 높다.

야녜스는 로호와는 달리 작업복을 입고 매일 현장에 나갔다. 그는 선로공부터 고고학자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만난 모두에게서 헌신 의지와 애국심, 즉 자신들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유카탄반도는 오랫동안 소외돼온 지역으로 극빈 지역이 많다. 마야 철도는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마야 철도는 여객뿐 아니라 곧 엄청난 양의 화물도 수송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외딴 지역에서 소고기부터 맥주에 이르는 상품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농부들이 농산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송하게 될 것이다. 관광객들과 그들이 소비하는 돈은 유카탄반도 전체에 좀 더 고루 분산될 것이다. 현지 주민들을 위한 철도 운임은 버스 운임보다 저렴하다. 유엔의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마야 철도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로 90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110만 명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철도 찬성론자들은 이 사업이 빈곤한 지역에 미래를 가져다주는 최적의 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철도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이 지역의 인구 증가로 생태학적으로 더 파괴적인 구식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철도를 고가화하면 서식지가 파편화되지 않아 고가다리 밑에 사는 야생동물이 본연의 흐름대로 살 수 있다. 로호가 지금까지 기록한 교각이 뚫고 들어온 세노테는 120곳이다. 이는 곧 적어도 1만 개의 다른 세노테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야녜스는 지적한다. 공중위생 전문가들은 대수층 오염의 더 큰 원인은 교각보다 일대에 적절한 하수 처리 시설이 없는 것이며 철도 건설에 따른 수익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야녜스는 마야 철도가 유카탄반도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광객들은 마야 철도를 타고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도시인 메리다부터 팔렝케의 고대 유적지까지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또한 이 철도는 앞으로 실용적인 화물 운송 수단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사진 속 칸쿤의 해변 같은 장소에도 더욱 접근하기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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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에서 남쪽으로 순회하는 마야 철도는 밀림 사이를 관통한다. 이곳에 지상 선로를 놓으면서 멕시코에 거의 남지 않은 드넓고 건강한 숲이 형성돼 있던 땅이 조각나버렸다. 오랫동안 마야 철도를 조사해온 멕시코의 언론인 오토 본 베르트라브는 철도 찬성론자들이 이 사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부의 선전에 세뇌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 베르트라브 가족은 정치적 문제와 사회학적 문제, 또 마야 철도가 멕시코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오토의 사촌인 에티에네 본 베르트라브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로 마야 철도 또한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에티에네는 반대론자들이 마야 철도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가 멕시코의 새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 때문이라고 믿는다.

마야 철도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이하 ‘암로’로 표기) 멕시코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암로는 2018년 빈곤 감소에 중점을 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진보 성향의 후보로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암로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마야 철도를 언급했고 공사를 신속하게 추진했다. 이 공사는 그가 후임자로 지명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2024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완료됐다.

오토는 암로가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믿는다. 암로는 마야 철도가 버려진 선로 위에 건설될 것이기 때문에 “한 그루의 나무도 잘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고 철도 노선은 대부분 버려진 선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였다. 멕시코 정부는 철로가 고가화되지 않은 구간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동물들을 위한 생태 통로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개도 설치되지 않았다.

오토는 이런 멕시코 정부의 기만 행위를 유카탄반도의 지역 신문 〈라 호르나다 마야〉에 보도했다. 그는 로호를 비롯해 철도 사업에 반대하는 운동가들과 힘을 모았다. 멕시코의 과학자와 학자들이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제 막 벌채된 공사 구역에서는 시위가 펼쳐졌다. 전 세계의 언론인들이 이 시위에 주목했다. 

이에 정부는 마야 철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역자, 즉 멕시코의 발전을 가로막는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내가 첫 번째 협박 전화를 받은 게 그 무렵이었어요.” 오토는 말한다. 이는 걱정할 만한 무시무시한 경고였다. 멕시코에서는 환경 보호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해마다 10여 명씩 살해되기 때문이다.

목숨을 위협하는 경고에 겁먹은 오토는 침묵을 선택했다. “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어요. 너무 위험했거든요.” 그는 말한다.

2021년 11월, 암로는 마야 철도 사업을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선포하고 나아가 이 사업의 공사와 운영을 멕시코 군인에게 맡겼다. 오토는 대통령이 이러한 강압적인 조치를 취해 환경 영향 평가라는 법적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본다.

심지어 유수 기관인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조차 추문에 휘말렸다. 마야 철도 공사 팀과 함께 일한 고고학자 후안 마누엘 산도발은 75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철도 공사 인부들이 일정이 지체되는 일 없이 불도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물을 고의로 훼손한 일들을 낱낱이 폭로했다.〈워싱턴 포스트〉는 마야 사원을 포함해 유물 2만 5000여 점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원주민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카탄반도는 인구의 약 절반이 원주민인데 이는 멕시코 전체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일부 원주민은 이름을 마야 철도라고 한 것 자체가 원주민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야 철도는 완공됐다. 결국에 남은 것은 문화적·환경적·경제적 재앙이라고 오토는 말한다. 많은 역이 도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개통 초기의 이용객 수는 정부가 예상했던 것의 20% 수준이다. 열대 기후에 대기 중의 염분 수치가 높은 지역에서 최첨단 철도를 유지 보수하는 데는 무지막지한 비용이 계속 투입될 것이다. 몇 년 안에 마야 철도는 황폐화될 것이라고 오토는 확신한다.
 
허리케인급 강풍이 불면 ‘템플로 델 디오스 델 비엔토(‘바람의 신의 사원’이라는 뜻)’의 정면에 뚫린 구멍들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면서 마치 마야의 재난 경보 같은 요란한 소리가 툴룸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은 신설된 선로를 따라 있는 철도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일부 사람들은 그 역의 풍경이 이곳 못지않게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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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의 사촌 에티에네 본 베르트라브는 마야 철도 사업에 결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이 멕시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업에 속한다고 말한다. 에티에네는 미래 세대를 위해 기회가 열린 점이나 지역이 연결된 점 등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에티에네는 압도적으로 많은 멕시코 국민이 마야 철도에 찬성한다고 말한다. 초기에 진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에티에네의 관점에서 암로의 당선은 멕시코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혜택이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더 이상 학교를 그만둘 필요가 없어졌다. 그에게 마야 철도는 한 성공적인 사업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나타낸다.

철도 노선이 생기면서 예전에는 각각 떨어진 울퉁불퉁한 길을 뺑뺑 돌아서 다녀야 했던 도시들이 깔끔하게 이어져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철도 이용객은 대부분 멕시코인이며 가족 단위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고 식당 칸에서 주전부리를 사온다. 역사 내의 기념품점에서 구매한 마야 철도 관련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한 이용객도 간간이 눈에 띈다. 거의 모든 역에 정차할 때마다 청소원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전쟁과 노예제, 자원 착취에 시달렸던 지역이 마침내 뭔가를 돌려받았다.

“이 철도는 멋진 선물이에요. 내가 꼭 다이애나 비 같은 왕족이 된 기분이에요.” 아나 다니엘리는 말한다.

“내가 멕시코인인 게 자랑스러워요. 나는 고등학교 교사인데 얼른 학생들에게 가서 경험담을 털어놓고 싶어요.” 노르마 비야레알은 말한다.

에티에네는 환경적 측면에서 이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나무를 벤 것은 사실이지만 농촌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연방 정부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 지역에 5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으며 이는 베어진 나무의 수를 훨씬 능가한다고 덧붙인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재조림 사업으로 손꼽힌다. 마야 철도의 공사 범위에는 선로가 통과하는 칼라크물 생물권보전지역의 보호구역 면적을 50만ha 이상 확장하는 일도 포함됐다.

에티에네가 보기에 군사적 통제가 없었더라면 철도 반대 운동가들이 마야 철도 사업을 영영 추진할 수 없게 막았을지도 모른다. 마야 철도는 군인이 관리하게 되면서 수익을 낼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공공재로 멕시코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부채가 없으며 재정을 외국인 관광세에서 대부분 충당하기 때문이다. 

철도 이름에 마야를 붙인 것이 마야족에 대한 모독인가 하는 문제도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쏟아내는 과장된 독설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원주민 인권 관련 부서에 자문을 구해온 유명한 운동가 케찰 트사브는 자신이 아는 원주민의 95%가 마야 철도에 찬성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반대 입장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들이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뛰어난 것이라고 꼬집는다.

고고학적 엄밀성에 대한 비난 여론은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의 발굴단을 이끌고 있는 마누엘 페레스 리바스가 대응한다. 페레스 리바스는 이 사업이 완벽하지 않았고 일부 유물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발굴단은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물을 약 87만 1267점 발굴해 등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마야 유적을 대상으로 이뤄진 유물 구제 작업 중 가장 광범위한 규모이며 역대 최대 규모의 발굴 작업인지도 모른다. “유카탄반도는 박물관이 아닌 계속 살아 숨 쉬는 땅입니다. 현재와 과거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해요. 유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존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못 짓겠죠.” 페레스 리바스는 말한다.

발굴단이 찾아낸 흑요석과 옥, 조개껍데기, 나무 등은 대부분 특별한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페레스 리바스는 말한다. 대부분이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이었다. 앞으로 수십 년 후에 이 유물들에 대한 분석이 완전히 이뤄지면 고대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더 제대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지금은 마야 철도가 완공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그 미래를 예단하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마야 철도가 환경 보호와 경제 확장의 양립을 도모하고 관광업의 영향을 거의 누리지 못하던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야 철도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이 철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세계를 대상으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도 반대론자들은 이 사업을 새로운 종류의 위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칸쿤에서 서쪽으로 몇 정거장 떨어진 유명한 고고학 유적지 치첸이트사를 통해 입증된 듯하지만 말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유카탄반도 전역에 ‘사크베’라는 도로를 건설했다. 이 도로는 폭이 넓고 주변보다 살짝 높게 지어졌으며 밀림 사이를 완벽한 직선으로 관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도 선로와 매우 비슷한 모양이다. 치첸이트사에도 중앙 피라미드 부근에서 시작되는 사크베가 있다. 치첸이트사에는 또 다른 구조물도 있다. 이 유적지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돌기둥이 4열 종대로 늘어선 구역이 있다. 색깔이 밝고 지상에 세워져 있으며 숲을 향해 뻗어 있는 이 돌기둥은 로호가 촬영한 교각들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1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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