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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에 새겨진 예술 작품

글 : 헨리 위스마이어 사진 : 마차즈 크리비츠

알제리 사하라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사 시대 미술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북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에서 한 수렵채집인이 거대한 주황색 사암 덩어리를 응시했다. 우뚝 솟은 절벽은 완벽한 캔버스였고 무겁고 둥글납작한 돌은 도구였다. 다른 신석기 시대의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이 예술가 역시 익숙한 대상을 묘사했다. 네 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무늬 있는 커다란 몸통을 받치고 있고 길고 굽은 목 위로 독수리 부리 모양의 머리가 달린 모습이었다. 이 예술가의 먼 후손들은 귀중한 자원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을 살게 될 터였다. 하지만 풍요로웠던 이 시대에 수렵채집인은 벽에 공을 들여 한 획 한 획 선을 깊게 새겨 수 세기가 지나도 남을 수 있도록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타실리 나제르에는 붉은 모래와 돌 때문에 ‘타드라르트 루즈’라 불리는 타드라르트산맥의 노두가 포함돼 있다.
오늘날에도 그 자리에서 1.5m 높이의 기린 암각화를 볼 수 있지만 현재 이 지역에서 기린을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하라 사막 중앙의 모래와 돌은 생명의 흔적이 없는 고요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에 속하지만 알제리 남동부 구석에 있는 타실리 나제르 국립공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주황색 모래 언덕에 둘러싸인 거대한 선캄브리아기 사암 고원의 잔재인 이곳은 리비아, 니제르와 국경을 접하며 7만 2000km²에 달하는 광활한 사막 지대를 아우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역은 오아시스 도시인 자네트에서 사륜구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광활한 타드라르트 루즈다. 이곳 역시 타실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수십억 년에 걸친 침식 작용으로 암석은 뾰족한 봉우리로 깎였고 노두는 동물을 닮은 기묘한 형상으로 조각됐다. 3m 높이의 버섯 모양 바위들은 모래벌판에 외롭게 서 있다.
 
타실리 나제르의 고대 예술 작품들 중 상당수는 바위에 새겨진 형태인 반면 이 그림과 같은 다른 작품들은 으깬 돌로 만든 물감으로 그려졌다.
이 수많은 바위 덩어리들은 흔히 ‘바위 숲’으로 묘사되는데 이 광경만으로도 타실리 나제르를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경관으로 손꼽을 만하다. 그러나 사실 이는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타실리의 위대함은 바위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과거 세대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흔적들에 있다.

멀리서 보면 그 선들은 지질학적 현상이 빚어낸 흔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것들은 알아볼 수 있는 그림들로 변화한다. 동물들과 고대인들을 묘사한 조각과 그림들은 지난 1만 2000년 동안 이곳의 삶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암각화들은 고대성과 예술성뿐만 아니라 그 규모 때문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국립공원에는 약 1만 5000점에 달하는 예술 작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주로 돌출부나 높은 틈새 같은 자연적인 균열, 즉 예술가들이 피난처로 삼았던 공간에 집중돼 있다.
 
현지 안내인 압델라 엘리에스(오른쪽)가 근처 오아시스 도시인 자네트와 타드라르트 루즈 사이의 암벽에 새겨진 유명한 고대 암각화 <우는 소들>에 얽힌 전설을 설명하고 있다.
타실리 암각화는 유목민 투아레그족에게는 수 세대 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1956-1957년 프랑스 출신의 고고학자 앙리 로트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로트는 후에 현지 주민들에 대한 경멸적인 태도와 파괴적인 관행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 뒤를 이은 초기 관광객들처럼 로트는 그림의 색감을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바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그림의 열화를 오히려 가속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7년 프랑스 파리의 장식 미술 박물관에서 로트가 알제리에서 가져온 도자기 및 도구 같은 유물과 복제품을 처음 전시했을 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트는 자신의 저서 <타실리 프레스코화의 탐색>에서 이 지역을 “전 세계 선사 시대 미술의 가장 위대한 박물관”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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