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에 따르면 미국 서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이 최근 들어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 풍경 사진작가는 이런 산불 피해를 사진으로 남기려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산불은 예전과 다르다. 미국 서부는 오래전부터 산불로 피해를 입어왔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소속 대니얼 스웨인처럼 극한 기후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보기에 이제는 산불이 역사적 선례를 벗어나 엄청난 기세로 번지며 확산되고 있다. 스웨인에 따르면 이런 새로운 유형의 산불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 2021년, 캘도르 산불이 엘도라도 국유림 약 7만ha를 태워버린 후 고사목 벌목 회사들이 찾아와 불에 탄 나무들을 치웠다. 트럭이 남긴 바큇자국들이 최근 내린 비에 열기가 사라진 나무 그루터기들과 대비돼 따사로이 빛나고 있다.
2020년에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산불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초로 40만ha가 넘는 땅을 태웠다. 그 규모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었다. 불타는 속도가 문제였다. “200년 전에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40만ha를 태우는 큰 산불이 발생했을 겁니다. 하지만 불길이 며칠 만에 40만ha를 태워버리지는 않았겠죠. 아마 몇 달은 걸렸을 거예요.” 스웨인은 말한다.
최근 스웨인은 위성 열화상 사진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북쪽에서 맹렬히 번지던 브리지 산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화면에는 수백 도까지 치솟는 고열로 불타는 지역들이 검은 얼룩처럼 표시돼 있었다. “화산 폭발이나 산불이 났을 때 나타나는 고온”이었다.
산불 발생 이틀 만에 불길은 솜에 잉크가 번지듯 확산돼 약 1만 8000ha를 휩쓸었다. 이런 속도로 불이 번지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평원에서 발생하는 들불이 이렇게 빠르게 번지기도 한다. 현재 거삼나무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일부 국유지 및 부족 소유지에서 벌목이 금지돼 보호를 받고 있지만 숲에는 수십 년 된 그루터기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 지금은 인간이 간접적으로 이 나무들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발생한 산불로 이 지역에서 다 자란 거삼나무 중 13-19%가 죽었다.
연구원들은 40년 넘게 여러 위성을 통해 산불을 자세히 관찰해왔다. 연구원들이 확인한 흐름은 명확하다. 산불이 더 뜨겁고 더 빠르게 번지며 더 많은 재산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해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어도 소도시 하나, 또는 소도시의 상당 부분이 산불로 완전히 초토화됐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죠. 우리가 수십 년 사이에 목도하고 있는 변화들은 일반적인 지질학적 역사의 맥락에서라면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들입니다.” 스웨인은 설명한다.
본 협회의 탐험가이자 사진작가인 맷 블랙은 자신이 사는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근처에서 일어나는 이런 극적인 변화를 목격하고 산불이 지나간 후의 참상을 사진기에 담기로 했다. 그러나 흑백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블랙은 뻔히 예상되는 비교에 대해 걱정했다. 이 열화상 사진에서는 가장 뜨거운 대상이 가장 밝게, 가장 차가운 대상이 가장 어둡게 보인다. 이 사진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차가운 머시드강이 어둡게 보이고 그 뒤로 뜨거운 아침 햇살이 소나무 숲의 임관을 뚫고 들어오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앤설 애덤스만큼 시에라네바다산맥의 풍경을 상징적인 흑백 사진으로 담아낸 사람은 없었다. 그의 사진들은 현대 자연 보호 운동에 큰 영향을 줬고 수많은 세대가 힘을 합쳐 소중한 야생 지역을 보호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블랙은 애덤스 같은 방식으로 풍경을 촬영하는 것이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것 같았다”고 언급한다. 애덤스의 사진들은 엽서에 나올 만큼 완벽하고 영원할 것 같은 자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우리가 잘 보호하면 그런 곳들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심어줬다. 그러나 기후 재앙이 그런 꿈을 깨뜨렸다.
그래서 블랙은 색다른 도구를 선택했다. 바로 산업용 열화상 카메라였다. 일반 카메라가 빛을 이용해 사진을 담는다면 열화상 카메라는 열을 이용한다. 열화상 사진에서는 가장 뜨거운 대상이 밝은 흰색으로, 가장 차가운 대상이 진한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캘도르 산불 현장에서 수거된 목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수평으로 쌓인 통나무들은 판매될 예정이다. 수직으로 세워진 통나무들은 현재 표토까지 깨끗이 제거된 현장에서 불태워질 것이다. “정말 세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블랙은 묻는다.
특수 렌즈와 감지기를 제외하면 블랙의 휴대용 카메라는 꽤나 평범하다. 하지만 그 카메라로 자연을 찍으면 의외로 아름다운 열화상 사진이 나온다. 그러나 그 사진들에는 섬뜩한 기운이 배어 있다. 왜 이런 사진이 만들어졌는지를 계속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대기는 과거보다 더 많은 열을 머금고 있고 그 열의 일부가 각각의 사진 속에 나타날 수 있다.
불타버린 숲속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하며 다니는 경험은 블랙에게 깊은 통찰력을 주는 것 같았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죽은 나무들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말한다. 숯처럼 검게 탄 나무줄기들이 열을 가둬두고 있었다. 그래서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그 줄기들이 풍경에서 가장 밝은 부분”이 된다. 죽은 나무들이 다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저 폐허 속에서 유령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