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동면에 들게 하는 공상 과학 같은 개념이 실현된다면 의학 및 우주 탐사 분야에 대변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이 발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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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는 의사 클리프턴 캘러웨이가 말하는 ‘일종의 반수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캘러웨이의 연구진이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응용생리학연구실에서 피험자에게 오한 반응 억제제를 투여하고 18시간이 지났을 때 피험자의 심부체온은 37°C에서 35°C로 떨어진 상태였다. 심박수와 혈압도 낮아졌으며 신진대사와 더불어 음식 및 산소, 이산화탄소 배출 필요량도 20%나 감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험자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느릿느릿 걸어가 방광을 비우고 배가 고플 때면 벨을 눌러 음식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도뇨관이나 정맥주사선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피험자가 반응과 대응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캠퍼스의 북극생물학연구소(IAB)에서 안나 고로파슈나야와 바딤 페도로프는 동면에 든 다람쥐와 곰이 먹이를 먹지 않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안에도 근육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 사진에서 다람쥐의 조직이 연구실 벽에 투영돼 있다.
피험자는 건강 상태가 매우 좋은 21-54살 사이의 자발적 실험 참가자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다. 이들은 아홉 달에 걸쳐 화성 탐사에 나서는 가상 우주 비행사가 돼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심장의이자 유도 저체온 요법 전문가인 캘러웨이에게 산소 호흡기나 움직임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하게 인간을 유사 동면 상태에 들게 하는 방법을 찾아줄 것을 의뢰했다. 그리고 캘러웨이는 덱스메데토미딘을 신중히 투여함으로써 이에 성공했다. 캘러웨이에 따르면 피험자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지만 필요 시 긴급 상황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마치 곰처럼” 말이다.
인간 동면은 공상 과학(SF) 영화 속 우주여행에 흔히 등장하는 주제다. 하지만 실제로 NASA는 이르면 2030년대에 우주 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인간을 동면에 들게 하는 기술이 실제로 그 성공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 NASA와 유럽우주기구(ESA)가 캘러웨이의 연구를 비롯해 비슷한 연구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곰이 취하는 것과 같은 동면은 이론상으로 우주 비행사들이 길고 지루한 우주여행을 수면 상태에서 보내고 동료들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면으로 우주 비행사들의 신진대사가 둔화되면 우주선의 화물 무게도 줄일 수 있다. 식량과 산소가 덜 필요하고 그 덕에 연료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기구의 재정적 지원으로 사람의 신진대사가 느려질 경우 유해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줄어드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구상의 최대 200배에 이를 정도로 강한 방사선이 존재하는 우주에서 장기 여행의 실현 가능성을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