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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보 여행길을 설계하는 방법

글 : 글로리아 리우 사진 : 토마스 무니타

세계 곳곳에서 도보 여행길 설계자들이 경이로운 기법들을 눈에 띄지 않게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당신은 이유도 모른 채 그 효과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야외 활동을 변화시키는 창의적인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름답고 유명한 호수에 이른다. 이 길은 아르헨티나 피츠로이 산군의 화강암 봉우리들을 오르려는 등반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됐다. 등반가들은 그 명색에 걸맞게 아래쪽의 뿌연 급류가 흐르는 블랑코강 근처에 자리한 캠프에서 곧장 산을 올랐다. 1990년대에 들어 바위와 얼음이 원형 극장처럼 둘러싸고 있는 에메랄드빛 호수의 비경에 끌려 이곳을 찾는 도보 여행자가 등반가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 길은 호수의 이름을 따 ‘라구나 데 로스 트레스’라고 불리게 됐는데 이는 구어체로 ‘세 봉우리의 호수’를 의미한다. 이후로 30년 동안 23km 길이의 이 왕복 오솔길을 걷기 위해 인근의 엘찰텐 마을로 몰려드는 방문객 수가 하루에 약 30명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이 방문객들이 초목을 밟고 지나가고 그로 인해 노출된 토양이 바람과 물에 쓸려가면서 일부 구간은 돌이 이곳저곳 널려 있는 길로 서서히 확장됐다.

3월의 어느 흐린 아침, 제드 탤벗(49)이 목에 건 경사계를 들여다봤다. 그는 라구나 데 로스 트레스에서 가장 복잡한 지점 주변의 숲을 살피던 중이었다. 바로 땅이 깊게 파이고 극도로 가파른, 호수로 향하는 마지막 1.9km 구간이었다. 탤벗은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동료 윌리 비트너(45)와 경사계를 이용해 ‘경사 계측’, 즉 비탈의 경사도가 지속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은 새 도보 여행길을 설계하고 훼손된 옛길의 재건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수십 년 동안 함께해왔다.
 
도보 여행길 설계자들은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자연으로 끌어들인다. “이 일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에 속하죠.” 30년 넘게 이 분야에 몸담아온 탤벗이 말한다.
비트너가 앞장서서 걷다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다. 탤벗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경사계를 보며 경사도의 변화를 알렸다. “더 가도 돼.” 탤벗이 말했다. 탤벗은 비트너가 두 사람 사이의 경사도가 10%에 이르는 지점에 다다르자 그를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휴대전화에 가이아 위치 추적(GPS) 앱을 실행한 채 비트너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움직이는 동안 앱이 비탈을 오르는 그의 경로를 지도로 나타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 이론상 그날 저녁 새 도보 여행길이 될 경로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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