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설치류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좀처럼 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암과 심장병, 인지 기능 저하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 동물이 지닌 놀라운 능력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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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두더지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외모가 딱히 귀엽지도 않다. 그러나 이 동물이 불로장생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십 년을 살면서도 전혀 늙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 한 마리가 반투명한 우리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과학자 베라 고르부노바와 안드레이 셀루아노프는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의 한 연구실에서 이 설치류 220마리를 대상으로 항암 및 항노화 능력을 분석하고 있다.
장수 산업이 2030년까지 44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수를 누리려는 인류의 집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 볼품없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불가사의하고도 끝없는 젊음에 점점 더 주목하고 있다. 노화로 생기는 암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인지 기능 저하 같은 온갖 문제의 해답이 어쩌면 이 작고 털 없는 설치류의 몸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곳의 연구실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하고 있는데 연구 대상인 거의 모든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하나의 ‘어미’를 공유한다. 바로 로셸 버펜스타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완 세인트 존 스미스에 따르면 버펜스타인은 “두더지쥐 세계의 인간 여왕”이다.
본 협회의 탐험가인 버펜스타인은 40여 년 전 캠핑카를 끌고 케냐 전역을 누비며 무명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짐바브웨 출신의 젊은 동물학도였던 버펜스타인은 본 협회의 지원금으로 진행되는 탐사대에 합류했다. 그 노력 끝에 두더지쥐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벌거숭이두더지쥐가 포유류 가운데 최초로 확인된 진사회성 동물로 역할이 분담된 협동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펜스타인의 그다음 발견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대학원생 김세중(왼쪽)이 벌거숭이두더지쥐 피부 세포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로체스터대학교 연구실에는 이 설치류의 30개 무리가 자연적인 지하 서식지를 모방한 여러 방과 터널(위)에 살고 있다.
1987년, 버펜스타인이 기르던 두더지쥐 몇 마리가 일곱 살이 됐다. 그토록 작은 동물로서는 실로 놀라운 나이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10대가 된 두더지쥐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버펜스타인은 이를 계기로 비교 노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비를 신청하게 된다. 2002년, 버펜스타인은 논문을 발표해 호저를 세계 최장수 설치류라는 자리에서 밀어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기르던 벌거숭이두더지쥐 중 가장 나이 많은 수컷이 근육량이나 골밀도, 신진대사 등에서 눈에 띄는 저하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녀석의 혈관 기능도 튼튼하게 유지됐다. 그 두더지쥐는 40살 가까이 살았는데 죽은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