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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뿌리 깊은 치아 펫의 역사

글 : 샘 킨 사진 : 루비아 라소

갑자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깜찍한 도자기 화분은 틱톡을 휩쓸기 한참 전부터 멕시코 오악사카주의 종교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 역할은 지금도 진화해가고 있다.

멕시코의 민속 예술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마르타 투로크는 1990년대 초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울워스 백화점에서 처음 치아 펫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상자에는 초록색 새싹이 마치 털처럼 돋아난 점토 곰 인형이 그려져 있었는데 투로크는 그것이 특정 지역의 종교 공예품을 본떠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공예품이 이렇게 장난스러운 물건으로 변형돼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정말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가 이걸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봤다는 게요.” 투로크는 말한다.

치아 펫은 미국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지 약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초기에는 양과 거북, 새끼 고양이, 테디베어 같은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출시됐던 이 제품은 귀에 착 붙는 광고 음악 덕분에 대중문화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00년대 초에는 ‘벅스 버니’나 ‘바트 심슨’ 같은 캐릭터 라이선스 제품으로까지 확장됐다.

치아 펫의 재배 방식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공성 점토로 만든 인형을 물에 담가 충분히 적신 뒤 씨앗을 반죽 형태로 발라주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싹이 자라나 “반려동물”의 몸이 복슬복슬한 초록 식물로 뒤덮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치아 펫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게 됐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틱톡 타임랩스 영상 그리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밈이 된 제품들 덕분이다. 물론 지금도 고양이 모양의 치아 펫을 살 수 있지만 이제는 배설물 모양의 치아 이모지, 치아 래퍼 아이스 스파이스, 심지어 치아 ‘골든 걸스’ 세트도 함께 판매된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통속적인 물건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통하고 있는 셈이다.
 
멕시코 오악사카주 산타 마리아 아트솜파 출신의 장인 칸디도 라미레스(81)는 부활절 전 성주간 동안 제단에 올릴 점토 동물상을 제작하는 공예가 중 한 명이다. 치아 싹이 무성하게 돋아나는 이 점토상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색다른 제품 ‘치아 펫’의 탄생에 영감을 줬다.
이런 지속적인 인기는 여전히 투로크를 놀라게 한다. 사람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지만 치아 펫의 뿌리는 결코 가볍거나 장난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멕시코 남부의 오악사카주에서는 치아 새싹으로 덮인 테라코타 동물 인형이 부활절을 앞두고 가정과 교회에 설치되는 ‘세마나 산타(성주간)’ 제단의 중요한 장식이다. 엄숙한 분위기의 이 제단에는 보통 촛불과 꽃 등의 장식물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슬픔의 성모상 주변에 함께 놓인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도자기 예술가 라울 아길라르는 오악사카주와 이웃한 치아파스주 출신으로 이 전통의 의미에 대해 기록해왔다. 그에 따르면 신자들에게 이 조각상은 매우 상징적인 존재다. 녹색의 치아 새싹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생명의 지속’을 떠올리게 한다. 선택하는 동물에도 의미가 있다. 양은 ‘하느님의 어린 양’을, 수탉은 성경에서 수탉이 울기 전에 예수를 부인했던 사도 베드로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요즘에는 소와 염소, 개, 사슴, 심지어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 형상이 제단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런 점토상을 만들기 위해 장인은 먼저 틀과 촉촉한 점토 덩어리를 준비한다. 기본적인 동물 몸통을 속이 빈 형태로 빚은 다음 다리와 뿔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덧붙인다. 동물상이 잘 말라 가죽 같은 질감이 되면 빗이나 포크 등 뾰족한 도구로 표면을 긁어 홈을 낸다. 씨앗이 자리를 잡고 새싹이 뿌리내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가마에서 초벌 구이를 거친 뒤 동물의 머리 부분에 진녹색 유약을 입히고 유약이 표면에 잘 녹아들도록 재벌 구이를 한다.

아길라르에게 세마나 산타 점토상은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을 융합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혼합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곡물처럼 생긴 치아씨가 천주교 풍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모순적이다. 식민 지배 시기에 스페인은 이 식물이 토착 종교와 관련이 있다며 재배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치아씨는 많은 멕시코 원주민에게 주식이었다. 그들은 씨앗을 압착해 약용 기름으로 썼고 곱게 갈아 음식을 만들었다. 아즈텍 문명의 황제들은 정복지로부터 수 톤 단위의 치아씨를 공물로 진상받았고 전사들은 출정 전에 치아씨 가루를 물과 아가베 시럽에 섞어 일종의 자양강장제로 마셨다. 사실 치아파스주의 이름도 치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즈텍 문명의 언어인 나우아틀어에서 치아가 자라는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가 그 어원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아길라르는 이 작은 동물 점토상에 여전히 장난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한다. “녀석들은 성모 마리아를 위로하려고 애쓴답니다. 정말 사랑스럽죠. 성모에게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는 덧붙인다.

바로 그 사랑스러움이 작고한 미국의 판매업자 조지프 페돗의 눈길을 끌었다. 1977년에 잡화점의 한 영업사원이 오악사카주에서 수입한 치아 점토상을 처음 보여줬을 때 그는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판권을 확보한 뒤 멕시코로 건너가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그가 설립한 회사는 현재까지 11개국에서 3200만 개가 넘는 치아 펫을 판매했다.

30여 년 전 마르타 투로크가 멕시코시티의 울워스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도 그중 하나다. 상자에는 곰이 그려져 있었지만 집에 와서 열어보니 거북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그 치아 펫을 간직하고 있지만 씨앗을 발아시키지는 않았다. 투로크는 그것을 구입한 이유가 단지 아들에게 전통적인 물건이 현대에 들어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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