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번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는 5000명이 넘는 남녀가 거주하는데, 이들이 가장 기뻐할 때는 우편물 수령 시간이다. 이 배의 갑판에서는 하루 24시간 내내 30톤의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민간 항공기의 활주로는 보통 2km인데, 항공모함의 활주로는 100m에 불과하다. 전투기가 바다에 떠 있는 비행갑판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4개의 거대한 착함(着艦)케이블 중 하나에 걸리도록 정확한 각도와 위치를 잡아야만 한다. 조종사들이 '와이어'라고 부르는 이 케이블에 걸려야만 비행기가 즉시 멈추게 된다. 조종사들은 엔진을 완전 가동한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는데, 이는 비행기가 4개의 케이블을 모두 놓칠 경우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하루에도 몇 차례 일어난다고 한다). 조종사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항공모함에 착륙시킬 때는 정말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해군에서는 '조종사는 항공모함에서의 첫 착륙을 결코 잊지 못한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어느 날, 비행갑판에서 6층이나 위에 있는 함교에 올라가 F-14 톰캣 전투기가 쌍발 엔진에서 불을 뿜으며 이륙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데, 뒤에서 상냥한 목소리가 들린다. "최고의 모터스포츠죠." 뒤를 돌아보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멋진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서 있다. 마르고 햇빛에 그을린 잘생긴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이 남자가 바로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이다. 미 연방법에 의하면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만이 될 수 있는데, 그는 자격이 되고도 남는다. 22년 동안 항공모함 전투기를 800여 차례나 몰아본 경험이 있으니까. 해군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그 말을 확인해보기 위해 함장에게 항공모함에 처음 비행기를 착륙시킨 때를 기억하느냐고 물어봤다. "네,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1979년 12월이었죠.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섬 근해에 떠 있는 아이젠하워호에 T-2 훈련기를 착륙시켜야 했지요. 날씨는 온화했고 바람도 좋았어요. 비행기 각도도 괜찮았고요. 마지막 4번 케이블에 딱 걸렸지요. 난 헬멧을 벗어 던지고 곧장 전화기로 달려가 '아버지, 내가 해냈어요!'하고 소리쳤답니다."함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