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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산호초 해역

남획과 개발의 열풍 속에서도 청정 해역으로 남아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번성하고 있는 쿠바의 바다를 둘러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환상을 본 것일까? 순식간에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불과 몇 초 전, 수면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로 물결은 아롱거렸고 황폐한 바다 한 귀퉁이에 위치한 평범한 산호초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물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직 물거품과 물안경에 서린 김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시간이 정지했던 것일까? 지금은 2000년 여름, 나는 배에서 거울처럼 잔잔한 카리브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1950년대 이후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수중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물고기들이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떼지어 몰려왔다. 이렇게 많고도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을 보는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다. 떼지어 다니는 바리과(科) 물고기들의 크기와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녀석들은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린 인간들이 던진 작살이나 낚싯바늘, 또는 그물에 잡혔거나 혹은 중독되어 오래전에 카리브해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온 어종이다.
퉁돔떼와 놀래기떼도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더니 호기심이 없어졌는지 재빨리 사라진다.
그런가 하면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은빛 비늘로 무장한 풀잉어 부대(部隊)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냉랭한 눈초리로 쏘아보며 질서 정연하게 지나간다. 곰치과(뱀장어목) 물고기들이 바위틈 보금자리에서 슬그머니 몸의 일부만 내밀고 이빨이 뾰족하게 나 있는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며 위협한다. 그런데 사실은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산소를 얻기 위해 아가미를 팔딱거리며 물을 들이마시는 중이다.
저만치에서는 산호초 주변에 사는 상어들이 나를 적도 아니고 먹잇감도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내 존재는 무시한 채 다치거나 병든 먹잇감을 찾아 산호 숲만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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