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의 공포
한때 가장 효율적인 동력원으로 여겨지던 원자력이 인류의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핵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해결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945년 8월 첫째주, 태평양에서는 2차대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지만 아버지와 나는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해변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오락실에 들어가 장난감 기관총에 5센트를 넣고 스크린을 누비며 날고 있는 일본군 제로파이터(일본 함상 전투기)들을 향해 사격을 해댈 때, 바깥 해변도로에서는 어깨에 소총을 멘 미군 병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행군하고 있었다. 도쿄 하늘에 성조기가 휘날리리라, 도쿄 하늘에, 도쿄 하늘에, 도쿄 하늘에 성조기가 휘날리리라, 991소대가 그곳에 가면··· 어느 날 아침, 아버지는 붉은 글씨의 헤드라인들이 있는 신문을 내게 보여주시며 일본 히로시마에 거대한 폭탄 하나가 투하됐다고 알려주셨다. 그로부터 사흘 뒤, 폭탄 또 하나가 나가사키에 투하됐고 일본은 항복했다. 폭탄의 위력이 워낙 엄청나 991소대 병사들은 도쿄에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핵력(核力, nuclear force)은 양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을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체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원자폭탄이 폭발하면 이런 핵력이 끊어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히로시마 원폭의 위력은 TNT 화약 1만3000톤에 맞먹음)되는데, 이러한 원리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만들려는 군비경쟁을 초래했다. 그 결과,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나서 7년 후, 미국에서 제조된 '마이크'라는 암호명을 가진 최초의 수소폭탄은 TNT 화약 940만 톤에 맞먹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이는 뉴욕시를 초토화시킬 만한 위력이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 중반 무렵, 미국의 핵탄두는 약 3만2000기에 달했고, 이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대량 발생됐다. 플루토늄 1kg을 생산하려면 약 1000톤의 우라늄광석이 필요하다.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에 중성자를 흡수시켜 생산하고, 그 후에는 산(酸)과 용매의 혼합물에 담가 추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아직껏 처리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작업은 오랫동안 미뤄져오다가 최근 들어 114곳의 핵시설에서 진행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시설들에서는 현재 폐기물 처리작업이 끝난 상태이지만, 더 큰 시설들의 폐기물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상용 또는 군용 원자로들에서 나온 4만7000톤의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라든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3억4400만 리터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high-level waste)과 수십 톤의 플루토늄, 50만 톤이 넘는 감손우라늄(depleted uranium), 부피가 수백만m3에 이르는 방사능에 오염된 장비들, 금속조각, 방호복(防護服), 기름, 용매, 기타 폐기물 등의 처리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라늄광석을 정련하고 남은 2억4500만 톤의 광석 찌꺼기가 자연 풍광을 어지럽히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한번 들어보겠다. 우라늄광석의 찌꺼기를 열차 화물칸에 싣고, 3억4400만 리터의 액체 폐기물은 탱크차에 쏟아 부은 후 죽 세워놓는다고 하자. 그러면 그 행렬은 아마 적도를 한 바퀴 돌고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