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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바다

남아공화국 연안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기 때문에 풍부한 해양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특히 정어리떼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모습은 세계 어느 바다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생명의 약동 그 자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하늘은 개닛이라는 바다새들로 새하얗고, 천지는 새들의 울음소리로 요란했다. 개닛들이 양쪽 날개를 접은 채 깃털 달린 미사일인 양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쳐 들어가자 그 자리에는 녹색 거품이 일었다. 녀석들은 정어리 사냥중이었다. 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바글거렸다. 마치 이곳 남아공화국 동부 연안에 차려놓은 맛난 생선 요리를 먹으려고 다들 사방에서 모여드는 것 같았다. 돌고래들은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선회하면서 정어리들을 압박해 한데로 몰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정어리들은 물 밖으로 뛰어올랐다가 정신없이 날뛰는 무리들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바로 그때 연분홍색 등지느러미 하나가 정어리떼의 중앙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 뒤를 이어 또 하나가 지나갔다. "무태상어예요!" 우리가 탄 보트의 선장인 마크 애디슨이 외쳤다. "대단해요! 보세요, 셋, 넷, 다섯, 모두 다섯 마리나 돼요." 녀석들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잔칫상을 향해 돌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모잠비크에서 나미비아까지 2798km에 이르는 남아공의 해안은 두 거대 해양 시스템의 지배를 받고 있다. 대륙의 한쪽은 강력한 해류의 영향을, 다른 한쪽은 강력한 용승(심층수가 표층으로 상승하는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시스템은 마치 제왕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지배한다. 동쪽의 지배자는 아프리카의 멕시코 만류라 할 수 있는 아굴라스 해류다. 모잠비크 부근에서 발원하는 이 인도양의 난류는 대륙의 남동 해안을 따라 최대 시속 8km로 흘러간다. 또한 아굴라스 연안의 산호초는 화려한 생태계의 모습을 대변해준다. 모잠비크와 인접한 남아공 국경 부근 소드와나만(灣)에 형성된 산호초지대에서 잠수해보면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서전피시(양쥐돔과)만 해도 20종이나 되고, 곰치도 10여 종에 이른다. 산호·물고기·말미잘·새우 등 모든 게 여러 종씩 있다. 이것들을 모두 살피고 파악해보려는 것은 100만 가지 재즈 변주곡을 다 들어보려는 것과 같다.

음감바티에서의 몇 주 동안 우리는 정어리떼가 있는 곳으로 수십 번이나 잠수를 했는데, 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푸른 카펫처럼 반짝이다가 측면으로 비치는 햇살에 반사되어 순간 은빛으로 바뀌는가 하면, 어떤 때는 거의 해저까지 빽빽이 밀집해 있어 그 아래로 지나갈 때면 마치 매트리스 밑을 기어가는 것 같았고, 그만큼 어두웠다. 이동중인 무리를 만나면 반짝이는 몸체들이 우리 쪽으로 끊임없이 다가와 마치 컴퓨터 스크린세이버처럼 최면을 거는 느낌을 받았다. 물범 몇 마리가 정어리떼와 함께 있는 모습도 목격했는데, 녀석들은 정어리를 먹어치우기보다는 살아 있는 비치볼인양 갖고 노는 경우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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