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맞이한 카불
24년 간의 전쟁과 억압의 굴레를 헤쳐 나온 아프간인들이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거리는 복구작업으로 분주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며 여성들이 점차 사회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창 재건에 피치를 올리고 있는 카불을 찾아 이들의 새로운 삶을 들여다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카불의 거리는 노란색과 흰색으로 단장한 택시와 유엔의 4륜구동차, 그리고 국제보안군의 군용차들로 혼잡하며, 새로 도래한 자유는 금세 무질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들은 난폭 운전자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빼는데, 종종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 욕설을 퍼부으며 위반 차량을 손바닥으로 탕탕 치면 행인들은 큰 구경이라도 생긴 듯 야유를 보내며 재미있어한다. 카불로 새 자동차, 호텔, 사업, 투자 등이 몰려드는 이유는 여러 국제기구들이 추진하는 재건 프로젝트 덕분이다. 국제기구들은 돈과 일자리와 안보를 보장해주지만 동시에 임금과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려놓거나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기대 수준만 높여 놓는 등 비현실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가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카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라가보면 전쟁으로 입은 피해 규모를 잘 알 수 있다. 사방이 허물어진 벽과 내려앉은 지붕 천지다. 공장은 파괴된 채 방치돼 있고 창고들은 문틀까지 약탈당했으며 지뢰와 포탄이 있다고 의심되는 구역에는 빨간 깃발들이 꽂혀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카불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들은 정치 폭력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또한 귀향자들이 카불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150만~200만으로 추정). 수로에 내버린 오물은 우물을 오염시키고 물 부족과 열악한 위생상태,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로 인해 콜레라와 이질의 발병 가능성도 높다. 지금은 궤양성 피부병인 레이슈마니아가 유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불에는 활기와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6월 개최된 '로야 지르가(대부족장 회의)'의 영향이 컸다. 아프간인들에게는 이 회의가 모든 부족을 포괄하는 공정한 임시정부를 수립해 새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많은 아프간인들, 특히 카불 시민들은 로야 지르가를 부패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몇 십 년 만에 처음 일반인들이 의견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장(場)으로 본다. 수많은 아프간인들은 현재 진행되는 카불의 재건을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20년 간 머물다 카불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교사 라티프 칼리드(40세)도 그런 얘기를 했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