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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갈라진 수단의 희망

내전으로 얼룩진 수단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송유관의 개통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석유는 이 나라에 평화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인류가 처음 출현한 아프리카에서 군복이라기보다는 병원 수술복 같은 옷을 입은 병사들이 반쯤 정신 나간 모습으로 광야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어느 더운 날 아침, 나는 수단 남부 유전지대에 매복해 있던 정부군의 기습을 피해 도주하는 반군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전우 중 한 명은 방금 사살됐고 그의 시신은 약 200억 달러어치의 원유가 감춰져 있는 바싹 마른 사바나에 버려졌다. 우리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몇 시간 동안 퇴각하며 열기로 바닥이 쩍쩍 갈라진 드넓은 진흙 평원을 지나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살펴보았다. 면직물에 녹색 물을 들여 만든 희한한 군복을 입고 흰색 플라스틱 신발을 신은 반군들은 개미떼처럼 줄지어 아스라한 열기 속으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선두에서 걷는 소년은 차량용 배터리를 머리에 이고 있었다. 무전병 조수인 그는 수백m를 걷고 나면 배터리를 내려놓고 신발에 고인 피를 닦아내곤 했다. 마침내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 도착하자 전사들은 옷을 벗어 던지고 물웅덩이로 뛰어들었다. 물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곳에 들끓고 있는 메디나선충 유충은 사람의 몸 속으로 파고 들어가 고통을 주며 팔다리로 옮겨간다. 이 유충은 살갗을 약간 짼 다음 날마다 조금씩 작은 나무 막대기에 돌돌 감아서 끄집어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는 벌거벗다시피 한 사람들이 힘없이 가시나무 숲을 지나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반군과 수도 하르툼의 중앙 정부가 유전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고향에서 쫓겨난 딩카족 유목민들이었다. 영양실조로 발육 상태가 부진하고 머리카락이 누렇게 변한 딩카족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고 있었다. 식용할 나뭇잎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 처참한 장소는 비엠이라는 곳으로 4만 수단인민해방군(SPLA)에게는 그나마 안전한 곳이었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남아 있는 것이라도 지키려고 계속 싸우는 겁니다." 땀을 흘리며 아카시아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쉬고 있던 반군 지휘관이 말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수단의 엄청난 비극 앞에서 별다른 위안을 얻지 못했다. 2002년 4월, 아프리카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이 나라에서 중단 없이 지속돼온 내전은 19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전쟁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산발적으로 일어나 수단을 잔인하게 유린한 분쟁들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다. 200만이 넘는 수단인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방금 머리에 총알이 관통한 채 누런 풀밭 위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버려두고 온 것이다. 그리고 허수아비 같은 몰골을 한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잡목들 사이를 비트적거리며 막대한 부를 안겨줄 석유의 바다 위에서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홍해 해안으로 튀어나온 수단은 안정을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 국가는 195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도 전에 이미 내전을 경험했다.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아슬아슬한 평화가 지속됐다. 그러나 폭력의 뿌리는 전혀 변한 적이 없었다. 영국이 통치하던 수단은 원래 한 나라가 아니라 두 나라였다. 남부는 열대의 미개발 지역으로 아프리카인들인 딩카족, 누에르족, 아잔데족과 기타 수백 종족이 거주하는 곳이다. 반면에 북부는 남부보다 더 건조하고 부유한 지역으로 중동 이슬람권과 강한 유대를 맺고 있는 사하라 세계의 일부다. 식민지 시절에 그어진 황당무계한 경계선으로 함께 족쇄가 채워진 북부의 아랍인과 남부의 흑인은 북부의 노예사냥꾼들이 남부의 부족들을 인간 사냥의 대상으로 삼던 19세기부터 서로 반목해왔다. 현재 반군인 수단인민해방군(SPLA)은 수단 남부의 3분의 1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반군들은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물론 때로는 창을 들고 다니며 자치권 획득을 위해 싸우고 있다. 현재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집권한 하르툼의 북부 정부는 낡은 러시아제 수송기로 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고 기아와 현대판 노예사냥을 원시적인 대량살상 무기로 이용한다. 지금까지의 사망자 수는 르완다, 페르시아 만, 발칸 반도, 체첸 등 최근 세계 분쟁지역의 총 사망자 수를 상회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은 남부의 민간인들이다. 폭력과 기아로 수단인 400만 명이 고향을 등졌다. 그럼에도 수단의 참화는 대개 외부 세계의 무관심 속에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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