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태평양의 에덴동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밥 밴 펠트가 밴쿠버 섬 서쪽 연안 근처에 있는 미어스라는 작은 섬을 앞장서서 가로질러 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정말 숲다운 숲이다. 이 오래된 숲은 조용하고 녹음이 짙으며 몹시 축축하다. 이렇게 습기가 많은 것은 차가운 비 때문일까, 안개 때문일까? 어쩌면 턱수염을 기르고 몸집이 육중한 밴 펠트의 몸에서 올라오는 증기도 섞여 있는 것 같다. 워싱턴 주립대학 산림자원학과 연구원인 밴 펠트는 "덥군요."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큰 나무들과 함께 있으면 힘이 솟죠."라고 덧붙인다. 이 고장 사람들이 '빅 머더(Big Mother)라고 부르는 거목 앞에 이르자, 밴 펠트는 레이저로 정확하게 치수를 재더니 이 레드시더(측백나무속)의 크기가 북미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밑둥 둘레가 18m나 되는 이 고목의 허리께에는 다 자란 헴록(솔송나무속)이 무성하게 뻗어 나와 있고 우리 머리 위쪽에는 나무껍질 틈새에서 허클베리(정금나무속), 샐럴(진달래과), 펄스어젤리아(진달래과) 등이 자라고 있다. 빅 머더의 거대한 가지들에는 이끼가 견장처럼 두껍게 덮여 있다. 이끼층에는 양치류 식물과 우산이끼가 무질서하게 돋아나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는 지의류가 빈틈없이 색깔을 입혀놓았다. 빅 머더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공동체였다. 에덴동산에 있었다는 '생명의 나무'가 이 나무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밴쿠버 섬의 클라이오쿼트 해협은 자연이 창조해낸 40만ha의 거대한 원형 극장이다. 산들이 손가락처럼 생긴 피오르드식 만을 감싸 안고 바다에는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만 있기만 해도 모든 자연의 드라마가 눈앞에 연출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나는 빅 머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다른 녹음지대인 고요한 바다 속으로 들어가보려 고 잠수 장비를 갖춰 입었다. 밍크들이 해안가 물 위에 떠 있는 켈프(대형 해조류) 사이로 요리조리 헤엄치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밍크는 수달처럼 거대한 해조류 사이로 잠수했다가 게 다리를 입에 물고 수면으로 떠오르곤 했다. 녀석들을 좀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배 밖으로 미끄러지듯 잠수해 내려가자 마치 차가운 비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곧 해조류의 잎과 줄기를 걷어내며 물맞이게류, 밤송이게류, 납작뿔게류, 은행게류, 속살이게류 등 각종 게들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는 바다 정글 속으로 향했다. 서프퍼치(망상어과)와 록피시(양볼락과)가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켈프 숲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수면 위로 이끼에 뒤덮인 시트카스프루스(가문비나무속) 와 시더 가지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곳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생태 공간이다. 어떤 사람이 그 실례로 물범 얘기를 해주었다. 물범은 밀물 때 가문비나무의 낮은 가지에 걸터앉아 있곤 하는데 물이 다 빠진 후에도 그곳에서 계속 낮잠을 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 생물권 가운데 생물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 열대우림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온대 해안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지구 표면의 1%에도 훨씬 못 미치지만 1ha당 보유한 유기물질은 열대우림의 2배에 달한다. 태평양 북서 연안에 있는 켈프 숲의 1ha당 생물자원은 그 어떤 열대우림 못지않게 풍부하다. 또한 이 지역의 강 하구나 만은 굉장히 비옥하다. 클라이오쿼트 해협에서는 서식지와 서식지가 서로 만나고 교차하면서 생물 종들과 영양분을 교환한다. 그 결과 놀랄 만큼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생태계가 생겨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지구상의 자연자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자원의 보존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사안의 하나가 되었고 각국마다 그 보존 방법을 논의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자원은 실제로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그 배경에는 어떤 힘들이 작용하고 있을까? 왜 그것은 어떤 특정 지역에만 축적되는 것일까? 육지와 바다 양쪽에 많은 생명체들이 서식하고 있는 클라이오쿼트 해협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역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야생 세계와 인간 공동체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적어도 2500년 동안 클라이오쿼트 해협에서 살아온 원주민 누차눌트족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런 자연의 보물을 어떻게 지켜 나갈 계획인지 매우 궁금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