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그래스의 위기
씨암말들의 유산 사태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초래되면서 켄터키 주의 말 사육 농가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금은 신록의 계절. 미국 켄터키 주 경주마 본고장의 심장부에 자리잡은 이 서러브레드 종마 사육 농장은 매클레인 일가가 운영한다. 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마크 매클레인(34)이 농장을 둘러보자 봄을 알리는 새싹과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흰색이었지만 지금은 비용이 적게 드는 검은색으로 다시 칠한 울타리 너머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봄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그는 말을 죽음으로 모는 괴질이 발생할 징후는 없는지 살피는 중이다. 일단 밤새 기온이 급변해 땅 위에 서리가 끼지 않았는지 눈여겨본다. 서리가 내리면 잠시동안이나마 풀에 독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목초지에 슬며시 뿌리를 내리며 자라고 있는 톨페스큐(화본과 여러해살이풀)나 앨사이크클로버(콩과 여러해살이풀) 덤불은 없는지 살펴본다. 이러한 식물들도 독성을 가질 수 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그는 안다. 최근 부화하기 시작한 미국천막벌레나방 유충도 걱정이다. 목화의 흰 솜털이 터져 가지에 걸터앉은 모습을 한 애벌레의 둥지가 벚나무들을 뒤덮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이 벌레들이 말에게 어떤 위협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크는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바람 부는 4월의 어느 날 아침, 깔끔한 청바지에 셔츠를 걸친 마크가 문에 기대어 서 있다. 그는 근처에 사는 두 명의 "벌레 죽이는 사람들"이 살충제 살포기를 장착한 픽업 트럭을 끌고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불러 살충제를 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근처에는 매클레인가(家)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 정성스레 돌보는 새끼 밴 씨암말인 비긴이 마구간을 독차지하고 있다. 잠시 후 마크는 비긴이 해로운 것을 뜯어먹지 못하게 주둥이에 입마개를 씌울 생각이다. 서리 경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크가 말한다. "작년에 겪은 문제만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비긴의 새끼는 모르긴 해도 수십만 달러를 호가할 거예요." 그러나 잠시 후 이러한 희망에 암운을 드리우듯 미국천막벌레나방 유충 한 마리가 그 옆을 꿈틀대며 빠르게 기어간다. 그리고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몇 마리가 지나가자 마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부츠 신은 발로 맨 앞에 있는 놈을 조준하더니 "녀석들의 천적은 바로 이 발밖에는 없죠."라며 유충을 짓밟는다. 일년 전에는 역병이 돌면서 이 근면한 가족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그는 시련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2001년 봄, 종마 사육으로 유명한 켄터키 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져 암말 약 3000마리가 유산했고, 그 중 약 50마리가 매클레인가의 크레스트우드 농장 소유였다. 이곳은 지금 20주 동안 이어지는 번식기를 다시 맞고 있다. 작년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크레스트우드 농장같이 비교적 소규모에 전통적으로 운영되는 종마 사육 농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원인불명의 역병이 다시 찾아오면 크레스트우드 같은 농장, 더 나아가 켄터키 주의 경주마업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고 지역 신문들은 온갖 추측과 통계 자료로 떠들썩하다. 켄터키 주에서 말 사육 농장 대부분이 밀집해 있는 렉싱턴과 주변 지역에는 500개 정도 되는 서러브레드종 사육 농장들이 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목초지에 속한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에는 바다였는데 물이 빠지면서 찌꺼기들이 남아 땅을 비옥하게 했기 때문이다. 일부 농장에는 수백ha에 이르는 초지, 수백 마리의 말, 심지어 헬기 이착륙장, 스테인드글라스로 창을 꾸민 헛간들, 왕궁에나 있을 법한 화려한 정원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경마하면 떠오르는 영화에 나올 법한 화려한 농장들은 특별한 경우다. 크레스트우드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농장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매년 망아지 약 1만 마리가 태어나는 켄터키 주의 농장들은 미국 경주마 산업의 경제적·문화적 중추다. 켄터키 주에서 서러브레드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는 수의사, 조련사, 기수, 말 돌보는 사람, 대장장이, 핸디캡 계원 등 모두 4만 여 개에 달한다. 또한 이곳에는 미국 최고급 경마장인 킨랜드가 있다. 이 경마장은 회원제 사교 클럽과 보수적인 복장 규정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병이 다시 퍼져 지난번처럼 망아지 출산이 30%나 줄어든다면 킨랜드만으로 이곳 경마 산업이 지탱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