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인도의 불가촉천민

기르타릴랄 마우리야를 습격한 사람들은 그가 죄가 많은 사람이라고 우겼다. 그는 나쁜 업보를 타고 태어났다. 그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가 아닐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보라, 그는 무두장이다. 힌두교 전통에 따르면 가죽을 다루면 오염된다. 불결한 그를 피하고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주제넘게 부유한 것도 죄다. 불가촉천민이 어떻게 마을 외곽에 땅을 산단 말인가? 더구나 그는 감히 경찰과 관리들에게 마을의 새 우물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습격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어느 날 밤, 마우리야가 볼일을 보러 간 사이에 라지푸트 카스트에 속하는 남자 8명이 그의 농가를 습격했다. 그들은 울타리를 부수고, 트랙터를 훔쳐가고, 그의 아내와 딸을 구타하고, 집을 불태워버렸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천민이면 천민답게 처신하라." 마우리야는 가족을 데리고 인도 서부 라자스탄 주의 카르카다 마을을 떠났다. 그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고 마을로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2년이 걸렸으며 그것도 그의 사건을 맡은 인권 변호사들이 그에게 미약하나마 보호 장치를 제공한 덕분이었다. 그는 해가 진 다음 자기 집 마당에서 나를 만나주기로 했다. 큰 키에 잘생긴 52세의 마우리야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은 근심으로 주름져 있다. 2월의 쌀쌀한 밤. 그는 찬 공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목욕 가운의 옷깃을 여민다. 그의 아내가 어둠 속을 왔다갔다하면서 차를 준비한다. 상층 카스트 사람들은 불가촉천민들의 냄새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우리야네 식구와 다른 불가촉천민들은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 있는 마을 남쪽 끝에서 살고 있다. 마우리야는 목소리가 긴장되어 있었지만 차분한 어조로 그를 습격한 사람들에 대한 법정 소송이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제 불가촉천민도 우물 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 아들 중 하나가 그 마을에서 불가촉천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학에 진학했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을 습격한 사람들이 두렵다고 고백하면서부터 그의 어조가 격앙되자 그의 아내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실내의 라디오 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카스트제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우물 문제 같은 차별 사례를 시정하려 들지 않아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는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어요. 이건 분명히 잘못됐어요. 우리는 인간의 권리를 요구할 뿐입니다. 신들이 왜 나를 이런 나라에 태어나게 했는지 원망스럽습니다." 인도에서 힌두교도로 태어난다는 것은 카스트 제도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 계층 구조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500년 동안 인도 문화에 뿌리내린 카스트제는 "모든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기본 규율을 따른다. 힌두교 사회의 계급은 '바르나'라고 하는 주요 집단들이 어느 '원초적인 존재'로부터 나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다. 이 원초적인 존재의 입에서 승려와 교사 계급인 브라만이 나왔고, 팔에서 통치자와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가 나왔다. 허벅지에서는 농민이나 상민과 같은 평민 계급인 바이샤가 나왔고, 발에서는 일꾼 계급인 수드라가 나왔다. 각 바르나에는 고유의 위계 질서에 따라 세습되는 수백 개의 카스트와 하위 카스트가 있다. 다섯 번째 집단은 '아추타', 즉 불가촉천민 계급이다. 이들은 원초적인 존재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들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특히 인도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사는 농촌 지역일수록 편견은 더 심하다. 불가촉천민들은 사원이나 상층 카스트 사람의 집에 들어갈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는 별도의 식기로 먹고 마셔야 하며,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강간·방화·린치·총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을 만들어낸 고대 신앙 체계가 현행법보다 더 우세하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제에 따른 차별, 특히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을 철폐했지만, 인도인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인도인의 80%가 믿는 힌두교의 위계 질서와 엄격한 사회 규범이다. 이런 사회 구조 아래 불가촉천민의 자식은 불결한 존재라는 운명을 대물림한다. 그러나 불가촉천민이라고 해서 다른 인도인들과 생김새가 다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동일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누더기를 입지 않는다. 그들의 몸은 종기 투성이도 아니다. 그들은 다른 인도인과 같은 거리를 걸어 다니고 같은 학교에 다닌다.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여자들은 집 안을 청소하고 빨래를 한다. 아이들은 크리켓을 하고 진흙 집 단칸방 벽에 좋아하는 운동선수나 팝스타의 사진을 붙여놓는다. 남자들은 신발이나 카펫을 만드는 생업에 종사하고, 연료로 쓸 쇠똥을 말리고, 다른 카스트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술과 도박에 돈을 허비한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정상인 것 같지만 불가촉천민은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긴 채 자신의 신분을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카스트를 숨길 수는 없어요." 뉴델리에 있는 자와할랄네루대학 교수며 인도의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수카데브 토라트가 주장한다. "카스트를 속이려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 모로 실수를 하게 되어 있어요. 힌두교도는 다른 사람의 배경을 모르고는 그 사람과 인간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배경을 캐다 보면 두어 달 안에 소속 카스트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성(姓), 집 주소, 신체 언어 등 모든 것이 단서가 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직업을 보면 카스트를 알 수 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