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구애작전
수컷들은 짝짓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경쟁자와 싸우는가 하면 집을 짓거나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하는 건 대개 암컷의 몫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어느 봄날의 호주 오지.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지난 몇 달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땅은 바싹 말라 있었다. 개구리 같은 몇몇 동물의 경우, 보통 이때쯤 치르는 로맨틱한 짝짓기는 늦춰지거나 아예 중단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가 안 온다고 해서 수컷 점박이바우어새를 막을 수는 없다. 점박이바우어새 수컷은 늙은 후추나무나 가시나무 덤불, 서양협죽도 밑에다 마른 풀로 높이 30~35cm, 길이 30~50cm의 정교한 U자형 정자(亭子)를 꾸민다. 녀석들은 빛바랜 양의 등뼈, 반짝이는 알루미늄 포일, 맥주 캔 따개, 깨진 자동차 앞 유리 파편들로 그곳을 장식해놓는다. 가장 환상적으로 꾸며놓은 정자에는 암컷을 유인할 만한 특수 소품들도 있었다. 은색 포크, 오래된 탄피들, 빨강·파랑·자주색의 유리까지 모아놓은 것이다. 녀석들은 이 보물들이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고려함과 동시에 놓인 위치가 대칭을 이루도록 배치했다. 이를테면 아침 햇살이 등뼈들을 비칠 때 어떻게 보일지 또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은색 금속 테들이 동일한 거리로 놓여 있는지 등을 감안했다. 정자 꾸미기가 끝나면 기다리며 지켜보는 일만 남는다. 정자를 훌륭하게 장식했다면 녀석은 삶의 궁극적인 경쟁에서 성공해 최고의 상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짝짓기 상대로 녀석을 택하게 될 암컷을 말이다. "정말이지 수컷의 짝짓기 성공 여부는 녀석이 꾸며놓은 정자에 달려 있어요." 점박이바우어새의 구애행동을 23년간 연구해온 진화생물학자 제리 보르지아는 엉망으로 꾸며진 한 정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러니 간혹 형편없이 지어진 정자를 보게 되면, 그곳을 꾸민 녀석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거예요. '이봐! 자네 번식 문제가 걸린 건데, 열심히 좀 해보라구! 지푸라기들을 정리해! 뼈도 더 가져오고! 그래 갖고 어디 점수를 따겠어?'하고 말이죠." 보르지아가 환하게 웃으며 이 형편없는 무대 가까이에 설치해둔 비디오 카메라로 고개를 숙여 새 테이프를 갈아넣었다. 이런 비디오 카메라와 마이크를 조용한 시골 도시 닝안 인근의 목장지대 곳곳에 있는 점박이바우어새 무대 22곳에 설치해놓았다. 카메라에는 움직임 자동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정자 안에서 수컷이나 그곳을 방문하는 암컷이 취하는 행동을 모두 녹화할 수 있다. 나중에 미국 메릴랜드대학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돕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이 녹화 테이프를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테이프 내용 중 수컷이 꿈꿔왔던 것, 즉 지푸라기 정자에 들어온 암컷이 구애하는 수컷의 춤과 노래를 지켜보다 맘에 들면 짝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장면들을 추려낼 것이다. 보르지아는 이 과정을 단순히 "교미"라고 표현하면서 이러한 짝짓기의 성공을 감상적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녀석들의 교미 장면을 여러 번 관찰하다 보면 암컷이 어떤 녀석은 받아들이고 어떤 녀석은 받아들이지 않는지 감을 잡을 수 있죠." 그는 등뼈가 고작 몇 개 쌓여 있는 정자를 보며 말한다. "볼품 없는 무대네요. 저 녀석은 성과가 그리 신통치 않겠어요." 파랑어치만한 크기에 베이지색과 갈색 깃털을 가진 그 녀석은 보르지아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려는 듯이 근처 유칼리나무에서 우리 쪽을 향해 울어댔다. 녀석은 '스크라, 스크라' 하며 한동안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러다 궁지에 몰린 고양이처럼 심술궂게 으르렁거렸다. 그러고는 물총새의 울음소리같이 웃는 듯 지저귀며 소리 내기를 마쳤다. "녀석이 우리를 겁주려 하고 있어요. 녀석들은 성대 모사가 아주 뛰어나죠. 고양이, 매, 아기 울음소리도 냅니다. 방금 들었던 '스크라, 스크라' 소리는 구애할 때도 사용하죠. 그 소리에는 암컷이 유전적으로 우세한 수컷을 가려낼 수 있게 해주는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하지만 저 녀석은 정자 짓는 법이나 더 배워야겠네요. 정자를 잘 꾸며야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보르지아는 말한다.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수컷은 10년생 정도 된 녀석들로, 정자 짓기 기술을 숙달하기까지 약 5년의 독신 기간을 갖는다. 대다수 새들과 마찬가지로 점박이바우어새도 암컷이 수컷과 억지로 짝짓기하게 만들 수는 없다. 유명한 록 가수처럼 수컷들은 무대를 꾸미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암컷들을 열광하게 만들어야 한다. 점박이바우어새를 비롯해 다른 대부분의 동물들 또한 짝을 고르는 쪽은 암컷이다. 광대파리에서부터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짝짓기 상대는 암컷이 택한다. 수컷들은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자신이 새끼를 위해 최고의 정자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컷에게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종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수컷 공작이 휘황찬란한 깃털을 펼쳐보이고, 수컷 구피(송사리과)가 밝은 오렌지색과 푸른색 반점들로 치장돼 있고, 수컷 개구리가 구애의 울음소리를 내고, 수컷 카나리아가 노래 부르는 것이 다 그 때문이다. 심지어 많은 수컷들, 특히 수컷 곤충들의 생식기가 호주 원주민의 남근처럼 생긴 전통 악기 디제리두처럼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