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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세 개를 정복하다

미국 남자 두 명이 영국 소방대원들을 따라 영국의 3개 산 정상 등정에 나섰다. 이 산행을 하는 방법은? 산꼭대기까지 뛰어 올라간다. 다시 뛰어 내려온다. 영국의 세 개 지방을 돌며 이런 과정을 세 번 되풀이한다. 그것도 24시간 안에 말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엉덩이 좀 들어요, 얼간이(pillock) 아저씨." 외팔이 사내가 말했다. "아직 올라야 할 산이 두 개나 남았다구요." 호기심도 거의 사라진 데다 지칠 대로 지쳐 산에 오르기보다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나는 시간을 끌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얼간이가 뭐죠?" "얼간이가 무슨 뜻인지 몰라요? 양키들은 영어도 못 알아듣나?" 등반대의 익살꾼 피트 크로가 웃으며 말했다. "얼간이란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통나무처럼 튼튼한 다리에 검은색 영국 군화를 신은 건장한 사내 필 반즈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등반대의 자상한 아버지 격인 켈빈 하이모어가 이렇게 설명했다. "저 친구 말은 바보란 뜻이에요. 게으름뱅이, 팔푼이란 거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대원들도 제각기 뜻풀이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영국 속어 공부는 한쪽 팔이 없는 등반대장 톰 퍼킨스가 입으로 왼손에 장갑을 끼고 잉글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인 스카펠파이크의 바위투성이 비탈길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돌연 중단됐다. 우리는 모두 재빨리 그를 쫓았다. 순식간에 우리 일곱은 영국의 악명 높은 스리피크스챌린지(Three Peaks Challenge)의 두 번째 산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 세 개의 정상에 오르겠다고 도전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정말 얼간이에 부산스럽기만 한 진짜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재미 삼아 등산을 하는 '독한' 사람들이 고안해냈다는 이렇게 힘든 산행에 뛰어들다니. 그런데 엄청난 체력과 용의주도한 전략, 불굴의 의지력이 요구되는 이 등반은 사실 단순한 지리적 현실에서 비롯됐다. 그 현실이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인들이 영국에서 배출됐지만 정작 영국에는 높은 산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 산악인들은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에 있는 민둥산 벤네비스에서 정기적으로 훈련을 한다. 영국 지리정보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측량한 바에 따르면 이 산의 정상이 영국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고봉들과 비교하면 마을 뒷동산에 불과하다. 벤네비스는 스코틀랜드 중앙지대의 은회색 호수 위로 겨우 1344m 높이로 솟아 있을 뿐이다. 정상까지 등반하는 것이 숲길을 걷는 것처럼 쉽지는 않지만 노련한 산악인에게 벤네비스를 오르라고 하는 것은 일류 요리사에게 피자를 주문해 먹으라고 권하는 격이다. 이렇게 산의 높이가 낮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전문 산악인들은 하루에 두세 개의 산을 한꺼번에 오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산행 방식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그레이트브리튼 섬을 구성하는 세 개 지방의 최고봉들을 오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리피크스챌리지로, 도전자들은 스코틀랜드의 벤네비스 산(1344m), 잉글랜드의 스카펠파이크 산(977m), 웨일스의 스노든 산(1085m)을 올라야 한다. 그것도 24시간 안에 말이다. 이 등반 과정에서는 34km의 하이킹, 총연장 5726m의 수직 등반 및 하강, 800km의 봉우리 간 차량 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차마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국식 욕설을 점잖은 영국 여왕이라도 익숙해질 만큼 여러 번 듣게 된다. 고통을 즐기는 일부 산악인들은 한겨울에 이런 등반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하지 무렵을 가장 선호한다. 이때가 1년 중 낮이 가장 길어 일광을 최대한 이용해 산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네비스는 북쪽 끝에 위치해 있어 초여름에는 해가 거의 자정까지 떠 있다. 따라서 스리피크스챌린지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6월 중순 초저녁에 벤네비스에 오른 다음 자동차나 밴으로 우르르 몰려가 밤새 남쪽으로 달린 뒤 다음날 나머지 두 봉우리에 오른다. 세 지방에 있는 세 개의 봉우리를 하루 만에 오르려면 약간 정신이 나가 있는 편이 낫다. 장비와 음식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등반대 구성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잉글랜드로, 또 웨일스까지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 필요한 세부 계획을 짜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 게다가 고통을 나눌 동반자가 있으면 등반이 훨씬 수월해지는만큼, 체력이 다해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포기하고 싶을 때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작년에 이 등반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 등반대 구성은 난관에 봉착했다. 내 친구들은 이 일에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멀쩡한 정신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윌트셔 출신의 친절한 소방대원 루도 매컬리를 점찍었다. 그는 해마다 영국소방본부를 위한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영국 전역의 소방서에서 모인 등반대들이 참여하는 스리피크스챌린지 행사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루도는 나를 스톤헨지 서쪽 솔즈베리 평원에 위치한 유서 깊은 마을인 치프넘의 등반대에 배속시켰다. 우리 등반대의 공식 명칭은 '소방대 B-24'였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퍼킨스 등반대'라 불렸고 이 이름이 훨씬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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