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사원
페루 해안에 진흙 벽돌로 세워진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된 정교한 부조가 인신공양의 잔악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 잉카 문명이 탄생하기 500년 전에 사라진 모체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페루의 고고학자인 레훌로 프랑코가 1990년에 엘브루호 유적을 처음 보았을 때 그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약탈자들이 파 놓은 수많은 구멍들로 땅은 달의 표면 같았다. 그러나 그는 파헤쳐진 잔해 속에서 그에게 희망을 준 무언가를 발견했다. 화려한 벽장식 조각에서 목에 밧줄을 맨 실물 크기의 남자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사탕수수밭과 태평양 연안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엘브루호의 우아카 카오 비에호(왼쪽)는 위쪽에서 보면 과거의 영화는 거의 엿볼 수 없다. '우아카(huaca)'란 진흙 벽돌로 만든 일종의 피라미드를 가리킨다. 수백 년 동안 반복된 홍수로 인해 모체족 시대에는 거대한 성당과 같았던 이곳이 진흙더미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지붕 아래에서 발굴자들은 미로 같은 방들과 화려한 벽화로 장식된 광장들을 조심스럽게 발굴했다. 페루 해안을 따라 약 500km에 걸쳐 세워진 피라미드들은 종교적 중심지 역할을 맡았다. 이 수십 개의 피라미드들이 메마른 계곡들에 산재해 있다. 모체족은 계곡에 농촌과 어촌 정착지를 세웠으며, 세련된 도자기와 장신구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스페인 탐험가들과 도굴꾼들이 피라미드에 부장되어 있던 보물들을 거의 다 약탈해 갔다. 고고학자들은 우아카 카오 비에호에서 금제품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지만 유물의 예술적 가치에 매료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여기서 일할 것 같아요." 프랑코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