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블랙커피를 마시거나 녹차를 음미하거나 또는 청량음료를 들이켤 때, 심지어 두통약을 삼킬 때도 우리는 카페인을 섭취한다.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로 카페인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 되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의 도래를 알리는 공장 신설이 봇물을 이룬 시기에 커피와 차가 유행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다. 카페인 음료가 대중음료인 맥주를 대체하며 널리 보급되면서 농업에서 공업으로 인간의 경제활동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커피와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여 먹으면서 인구가 과밀한 도시 지역 노동자들의 질병 발생이 줄었다. 노동자가 카페인을 섭취하면서 기계 가동 중 조는 일도 없어졌다. 어떤 의미에서 카페인은 현대 사회를 가능케 한 약물이다. 현대화의 진전과 더불어 카페인의 필요성도 커지는 듯하다. 우리를 깨워 잠자리에서 일터로 이끄는 커피나 다이어트 콜라, 혹은 레드 불의 유용한 효능이 없다면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수면 패턴은 기본적으로 일출과 일몰, 그리고 계절에 의존합니다. 인간의 노동 양태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하던 것에서 시계에 맞추어 하는 실내작업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그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전구의 발명과 함께 카페인 함유 식음료들이 널리 보급되면서 태양이나 인체에 내재된 수면 주기가 아닌 시계에 의해 정해진 작업 일정에 맞출 수 있게 된 거죠."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찰스 사이즐러의 설명이다. 사이즐러는 카페인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다. 하얀 가운을 입은 그는 활기가 넘쳐흐른다. 그는 "카페인이란 이른바 각성제"라고 잘라 말했다. 과학자들은 카페인의 '각성효과'를 설명할 여러 이론을 내놓았다. 현재 카페인이 아데노신에 간섭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아데노신이란 인체 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로 천연 수면제 역할을 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최면 효과를 차단해 졸음이 달아나게 한다. 카페인을 적정량 섭취할 경우 기분이 좋아지고 각성효과도 커진다. 학생과 학자들이 밤늦도록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효능 덕이다. 졸음을 쫓는 카페인의 효능은 장거리 여행객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시차적응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한 가지는 여행 전 며칠간 카페인 섭취를 중단한 뒤 목적지에 도착하면 커피나 차로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하여 현지 취침시간 이전까지 졸음을 쫓는 방법이다. 특히 햇빛 아래서 마시면 각성효과가 더 크다.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닌 몇 주 동안 이 방법을 활용해 본 결과 효과 만점이었다. 사이즐러는 "카페인은 우리 몸 깊이 새겨져 있는 생체 내 일일주기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밝은 얼굴에 이내 어두운 그림자가 스치더니 어조가 달라졌다. "그러나 생체주기보다 더 오래 깨어 있음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엄청납니다."라고 진지하게 덧붙인다. 하루 24시간 중 대략 8시간인 인간의 적정 수면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체는 육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회 전체로 보아 우리는 심각한 수면 부족 상태입니다." 사이즐러는 지적한다. 사이즐러 교수는 현대인의 카페인 애호 속에 딜레마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세계 전역에서 카페인이 이용되는 주된 목적은 잠을 쫓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잠을 쫓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수면 부족입니다. 이런 거예요. 우리가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모자라는 잠 때문이고, 수면이 부족한 것은 카페인을 섭취하기 때문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