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도시, 메데인
살인이 일상이 되어 버린 악명 높은 도시, 콜롬비아 메데인. 폭력과 마약, 빈곤이 뒤엉켜 있는 이곳에서도 희망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약 1년 전, 마리아는 자신이 감방에 보낸 갱단 두목 중 한 명에게서 자신이 죽은 목숨이라는 말을 들었다. 살해 협박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난 25년 동안 120명이 넘는 판사와 피스칼이 메데인에서 암살을 당했고, 마약왕들은 흔히 감옥에서 살해 지시를 내린다. 마약 제조소를 수색하던 마리아는 컴퓨터 아래 숨겨진 '살생부'에서 자기 이름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녀는 밀고를 통해 자신을 겨냥한 살인청부 계약이 맺어진 사실을 알았다. '대금'도 이미 지불돼 암살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마리아를 만나기 두 달 전, 그녀는 "작고 터프한 여경찰"을 죽이기 위해 수도 보고타에서 시카리오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철저한 경호 속에서 인터뷰를 끝낸 다음 마리아가 꺼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글쎄, 경호원을 밖에 둔 채 딸들과 함께 쇼핑몰로 들어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마리아는 감옥 같은 감시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딸들을 한번 만나 볼 수 없겠냐고 부탁까지 했으니. 여기저기 전화 통화를 한 후 우리가 만난 곳은 식당가의 한 테이블이다. 경호원이 없는 가운데 마리아는 내 어깨 너머로 끊임없이 눈동자를 굴린다. 배운 적은 있으나 좀처럼 떠올릴 필요가 없는 것을 생각해 본다. 암살당할 위험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문을 뒤로 하고 앉지 말라. 마리아가 일어선다. 딸들이 편히 얘기할 수 있도록 몇 분간 자리를 비켜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수줍어하는 애들에게 무서운 생활이나 엄마의 위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 수도 없어요." 언니가 용기 내어 입을 연다. 그리고 동생이 하는 말. "나쁜 사람들을 잡고 메데인을 안전히 지켜 주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마리아가 테이블로 돌아온다. "큰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처럼 피스칼이 될래.'라고 말하더군요." 마리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의사가 되고 싶어해요." 마리아에게 목숨을 걸면서까지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 보니 "콜롬비아가 변하려면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메데인의 대다수 영웅들처럼 마리아도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평범한 모습 속에 숨어 있다고나 할까. 살인자 카를로스 R.(가명, 20)은 마리아 같은 피스칼의 목숨을 노리는 부류다. 메데인에서 태어나 많은 아이처럼 아버지 없이 자란 카를로스는 3학년 때 자기가 만든 교회 모형을 내리쳐 한 아이의 머리를 찢어 놓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아이는 카를로스의 연필깎이를 훔쳤다.) 그 뒤 카를로스는 길거리에서 고철을 주워 팔다가 범죄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몇 년 전 그는 거리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사과를 하나 건네주었지만 카를로스는 받지 않았다. "확 없애 버릴 걸 그랬어요." 바리오 트리스테 거리를 걸으면서 카를로스가 내게 던진 말이다. 형의 공업사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카를로스는 이 동네를 관리하는 우익 준군사조직의 대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조직은 전화를 걸어 혼다 시빅이나 오토바이를 훔치라고 지시하죠." 그가 말한다. 과거 에스코바르의 사병(私兵)이었던 시카리오처럼 조직으로부터 살해 명령을 받을 때도 있다. 체포되는 걸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그는 "전에 총을 소지한 채로 경찰에게 붙잡힌 적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직 경찰인 조직의 두목은 전화 한 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